배인식 그레텍 의장의 한 마디에 앉아있던 200여명의 투자자들과 엔젤투자사, 엑셀러레이터, 그리고 벤처캐피탈(VC)관계자들이 '와하하' 웃었다. 통상적인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탈의 만남이 '돈'과 '밸류에이션 평가', '지분구조' 등 딱딱한 이야기로만 점철되는 것과는 달랐다.
배 의장을 비롯해 김경익 판도라티비 대표, 빅베이슨캐피탈의 윤필구대표와 최근 20억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한 의료영상진단 스타트업 '루닛'의 백승욱 대표, 15억원을 유치한 주차예약서비스 개발업체 파킹스퀘어의 김태성대표가 함께 솔직한 이야기를 나눴다.
백승욱 루닛 대표는 "투자 유치를 결정할 때 '암을 완벽히 치료한다'는 보편적이면서도 확실한 비전을 꾸준히 제시하면서 동시에 그 목표를 수행할 수 있는 팀이라는 점을 증명하는 데 공을 들였다"며 "1년 간 충분히 만나고 소통하면서 사업의 미래성을 공유해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투자는 언제, 얼마큼 받아야 할까?' 라는 질문에 배인식 의장은 "스타트업 입은 언제나 투자 받고 싶다. 오늘 투자를 유치해서 통장에 돈이 들어온다 해도 다음날이면 또 투자를 받고 싶다"며 "회사에 돈이 떨어져 필요한 시점에 투자를 받으러 다니면 상대방(투자자)들도 그 점을 알기 때문에 투자유치에 디스카운트가 생길 수도 있다"는 솔직한 표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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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와의 만남, 투자 유치의 과정 등에 대해서도 많은 조언이 쏟아졌다. 김경식 판도라티비 대표는 "투자하는 입장에선 믿을만한 사람들에게 소개를 받는 것도 시간의 배분, 우선순위 등에서 좋은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태성 파킹스퀘어 대표는 "사업 초기 단계의 투자금을 유치할 땐 유명한 엑셀러레이터를 다 찾아다니며 만났다"며 "처음 더벤처스로부터 초기 투자를 받은 뒤 본격적인 투자를 받을 땐 더벤처스를 통해 좋은 VC를 소개받아 후속 투자 유치가 가능했다"고 경험담을 털어놨다.
투자 협상도 두 곳 이상의 VC와 진행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배인식 그레텍 의장은 "사업적 페로몬을 잘 풍겨서 투자 유치가 가능해지면 그 때 부턴 '어장관리'가 필요하다"며 "협상이 진행된다 해도 다른 VC들을 꾸준히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윤필구 대표는 "투자와 관련한 이야기를 한 곳만 진행하는 건 '의리'가 아니다"며 "진짜 의리를 지키는 건 투자 결정 이후부터다. 투자한 회사, 투자 받은 회사는 이제 사업의 미래를 같이 컨설팅하며 끝까지 만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