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담은 경쟁사의 반발 때문만은 아니다. 이후 방송통신 업계 재편과정에 중대한 방향타가 될 수 있는 만큼 기준점을 만드는 의미도 있다.
가장 가까운 선례는 2009년 KT-KTF 합병이다. 당시 SK텔레콤과 LG텔레콤(현 LG유플러스) 등은 유선 시장의 90%를 장악한 KT가 자회사인 KTF와 하나가 되면 KT의 유선 시장 지배력이 무선시장으로 전이될 수 있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이보다 앞선 2008년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 인수에는 거꾸로 KT 등이 무선통신 시장 지배력이 유선으로 전이될 수 있다며 반발했다. 공정위는 SK텔레콤이 독점 사용해온 800MHz 주파수를 경쟁 사업자에 로밍해주고, 주파수 조기 재분배 방안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정보통신부(현 미래부)는 최종 유무선 결합상품 판매과정에서 거래조건 등 차별을 금지하는 선에서 승인했다. 주파수 문제는 인수 허가심사와 별도로 전파법 등 법령에 따라 정부의 주파수 회수 재배치 방안 등을 수립,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결론이었다.
M&A 중 가장 강도 높은 인가 조건이 제시된 사례는 2000년 SK텔레콤이 신세기통신을 인수했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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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SK텔레콤은 합병으로 가입자 점유율이 44%에서 단숨에 54% 높아지는 상황이었다. 또, 우량 주파수였던 800MHz 주파수를 독차지한다는 점에서 한국통신프리텔(KTF), LG텔레콤 등은 극렬히 반대했다.
공정위는 △1년내 시장 점유율 50% 미만으로 낮출 것 △인수 후 5년까지 단말기 자회사 SK텔레텍의 단말기 공급 물량을 연간 120만대로 제한할 것 등 13가지 인가조건으로 승인했다. M&A로 인해 기업이 영업활동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 됐고, 유일무이한 특단의 시장 제한 조치로 기록돼있다.
반면, CJ헬로비전, 티브로드 등 종합유선방송(MSO)과 개별 SO(유선방송) 사업자 간 인수합병에는 가입자 보호 대책·지역사회 공헌 외 별다른 합병조건이 없었다. 전국 권역별로 시장이 구분돼 경쟁에 미치는 여파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SK텔레콤의 경쟁 진영에서는 KT-KTF 합병 당시 경쟁사가 주장했던 시장지배력 전이를 똑같이 부르짖고 있다. 무선의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의 시장지배력이 초고속인터넷, 방송, 알뜰폰까지 미친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당사자들이 신청하면 90일 이내 M&A 적법성을 검토해 승인을 결정해야 한다. 정부는 심사 과정에서 경쟁사들의 의견을 수렴한다. 승인 인가조건의 향배를 점치기는 아직 이른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