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 M&A 정부 인가, 과거 사례 어땠나 보니

머니투데이 성연광 기자 2015.11.09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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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파급력↑ 인가조건도 '덕지덕지'…국내 첫 방통 경계허문 합병 초미 관심

방송통신 M&A 정부 인가, 과거 사례 어땠나 보니


SK텔레콤 (51,300원 ▲100 +0.20%)CJ헬로비전 (3,380원 ▼5 -0.15%) 인수합병(M&A)은 이동통신과 케이블 방송 시장 선두 사업자 간 벌어진 일이다. 무엇보다 통신-방송 경계를 넘어선 첫 번째 사례다. 경쟁사의 반발을 고려할 때 정부의 합병 심사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의 부담은 경쟁사의 반발 때문만은 아니다. 이후 방송통신 업계 재편과정에 중대한 방향타가 될 수 있는 만큼 기준점을 만드는 의미도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통신이나 방송 업계 M&A 시 정부가 불허한 경우는 없다. 다만 공정경쟁과 이용자 보호, 네트워크 고도화 등의 조건을 단 ‘조건부 인가’다.

가장 가까운 선례는 2009년 KT-KTF 합병이다. 당시 SK텔레콤과 LG텔레콤(현 LG유플러스) 등은 유선 시장의 90%를 장악한 KT가 자회사인 KTF와 하나가 되면 KT의 유선 시장 지배력이 무선시장으로 전이될 수 있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조건 없는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오히려 주무부처였던 방송통신위원회가 조건의 수위를 높였다. △필수설비 공동활용 절차 개선 △시내전화-인터넷전화간 번호이동 절차 개선 등이 제시됐다. 같은 해 이뤄진 LG유플러스의 LG데이콤과 LG파워콤 합병 인가에도 농어촌 광대역통합정보통신망(BcN) 구축 계획과 무선인터넷 과금 방식 차별방지 등이 조건으로 붙었다.

이보다 앞선 2008년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 인수에는 거꾸로 KT 등이 무선통신 시장 지배력이 유선으로 전이될 수 있다며 반발했다. 공정위는 SK텔레콤이 독점 사용해온 800MHz 주파수를 경쟁 사업자에 로밍해주고, 주파수 조기 재분배 방안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정보통신부(현 미래부)는 최종 유무선 결합상품 판매과정에서 거래조건 등 차별을 금지하는 선에서 승인했다. 주파수 문제는 인수 허가심사와 별도로 전파법 등 법령에 따라 정부의 주파수 회수 재배치 방안 등을 수립,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결론이었다.

M&A 중 가장 강도 높은 인가 조건이 제시된 사례는 2000년 SK텔레콤이 신세기통신을 인수했을 때다.


당시 SK텔레콤은 합병으로 가입자 점유율이 44%에서 단숨에 54% 높아지는 상황이었다. 또, 우량 주파수였던 800MHz 주파수를 독차지한다는 점에서 한국통신프리텔(KTF), LG텔레콤 등은 극렬히 반대했다.

공정위는 △1년내 시장 점유율 50% 미만으로 낮출 것 △인수 후 5년까지 단말기 자회사 SK텔레텍의 단말기 공급 물량을 연간 120만대로 제한할 것 등 13가지 인가조건으로 승인했다. M&A로 인해 기업이 영업활동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 됐고, 유일무이한 특단의 시장 제한 조치로 기록돼있다.

반면, CJ헬로비전, 티브로드 등 종합유선방송(MSO)과 개별 SO(유선방송) 사업자 간 인수합병에는 가입자 보호 대책·지역사회 공헌 외 별다른 합병조건이 없었다. 전국 권역별로 시장이 구분돼 경쟁에 미치는 여파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SK텔레콤의 경쟁 진영에서는 KT-KTF 합병 당시 경쟁사가 주장했던 시장지배력 전이를 똑같이 부르짖고 있다. 무선의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의 시장지배력이 초고속인터넷, 방송, 알뜰폰까지 미친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당사자들이 신청하면 90일 이내 M&A 적법성을 검토해 승인을 결정해야 한다. 정부는 심사 과정에서 경쟁사들의 의견을 수렴한다. 승인 인가조건의 향배를 점치기는 아직 이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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