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EOUL.U' 논란… 노이즈마케팅의 성공? 실패한 브랜드의 재탕?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15.11.05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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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새 얼굴= I.SEOUL.U 上] 13만여명의 시민참여 vs 전문가의 창작, 세계시민의 선택은…

'I.SEOUL.U' 논란… 노이즈마케팅의 성공? 실패한 브랜드의 재탕?


"요즘 세련되고 단아한 이름이 얼마나 많아요. 돌림자 무시하고 짓고 싶은데 갑자기 시아버님이 작명소에서 이름을 받아오신 거에요. 대놓고 싫다고 할 수 없어 속만 끓이다 결국 그 이름으로 출생신고를 했어요. 다시 생각해도 마음에 안 들죠."

최근 첫아들을 출산한 30대 후반 신 모 씨의 얘기다. '시아버지의 주문'은 없었지만 최근 서울의 도시브랜드가 바뀐 후 시민들이 느끼는 불만과 흡사하다. 서울의 새 얼굴이 'I.SEOUL.U'로 정해지자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13만여명의 시민참여, 다수결은 항상 최선인가

서울시는 지난 10월 28일 1년 6개월의 준비과정을 거쳐 '하이서울'의 대체브랜드로 I.SEOUL.U를 확정했다. 선정과정엔 무려 13만명이 넘는 서울시민들이 참여해 온라인 및 오프라인 투표를 거쳤다. 세 가지 후보 중 I.SEOUL.U가 58.21%로 압도적 표를 얻어 최종 선정됐다.



서울시는 이번 브랜드 작업이 전 세계에 유례가 없을 정도의 시민참여를 통해 정해졌다고 강조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조차 공식적으로 2번인 'Seouling'을 선호한다고 밝혔지만 투표결과에 아무런 '간섭'을 못했다. 이렇게 민주적으로 정했는데 왜 잡음이 끊이지 않을까.

당초 사전투표에서는 'SEOULMATE'가 I.SEOUL.U를 3.3%p 앞섰다. 하지만 브랜드 선정 당일 현장의 프리젠테이션을 들은 시민들의 최종 선택은 뒤집혔다. 시민심사단의 59.8%가 I.SEOUL.U 손을 들어줬고 의견이 엇갈렸던 전문가 심사단도 현장에선 9명 모두 I.SEOUL.U에 투표했다.

김민기 숭실대 교수(서울브랜드추진위원장)는 "개인적으로는 SEOULMATE가 무난해서 논란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시민과 전문가들 모두 최종 프리젠테이션을 듣고 난 후 '나와 네가 연결되는 서울'이란 I.SEOUL.U의 취지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여유와 열정의 키워드를 담기 위해 푸른점과 붉은점을 I와 U 앞뒤에 넣고 중심에 SEOUL을 넣되 알파벳 'O'를 한글 자모 '이응'으로 표현해 세계적이면서 대한민국 대표 도시임을 이미지화했다는 설명이다.

'I.SEOUL.U' 논란… 노이즈마케팅의 성공? 실패한 브랜드의 재탕?
◇뜨거운 SEOUL vs 세련된 Tokyo…노이즈 마케팅?

하지만 소셜네트워크(SNS) 등 온라인에선 이미 혹평을 담은 패러디가 넘쳐나고 있다. 전세난이나 교통체증 등 서울살이의 고됨을 뜻하는 부정적 동사로 해석하고, 그 동사형으로 다른 지역으로 확산시키는 게 대표적이다.

'I incheon you'(널 빚더미로 만들어주겠어), 'I'm coexed'(나 또 길을 잃었어), 'I korea you'(내가 네게 노오오오오력을 강요하겠다) 등에 비하면 '서울이 가수 아이유에 장악됐다'는 해석은 애교 수준이다.

패러디의 이면엔 사전 설명을 들어야만 이해할 수 있는 브랜드 디자인의 난해함에 대한 지적이 내포돼 있다. 영문법은 차치해도 서울만의 정체성이 묻어나는지, 어감이 주는 '즉각적' 울림이 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는 목소리다.

서울의 도시브랜드 I.SEOUL.U가 발표되자 많은 패러디물이 온라인에서 확산되고 있다. 서울의 도시브랜드 I.SEOUL.U가 발표되자 많은 패러디물이 온라인에서 확산되고 있다.
같은 달 9일 도쿄 역시 1999년부터 써온 'YES! Tokyo'를 '&Tokyo'로 바꿨다. 서울과 달리 대규모 시민참여 없이 전문가에게 맡겼다. 세련된 느낌이 강하고 '&' 앞에 단어를 조합하도록 해 확장성을 열어놨다. 도쿄 시민들은 무난하게 새 브랜드를 받아들인 모습이다. 서울과 달리 무릎을 치게 하는 기발한 패러디물도 없었다.

김민기 교수는 "베를린 등 해외도시에 방문했을 때 현지공무원들이 전문업체 2~3곳을 정해 경쟁을 붙이지 왜 어렵게 시민참여를 하느냐고 말리더라"며 "시민이 정했다고 해도 모든 시민이 만족하긴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동경 서울시 브랜드담당관은 "be berlin이나 I amsterdam, I♥NY 등 해외 도시브랜드도 처음 공개 당시엔 혹평을 받았지만 시민들의 참여와 캠페인 등을 통해 점차 사랑을 받게 됐다"며 "어떻게 우리의 도시브랜드를 확장시켜서 잘 안착시키느냐가 중요한 숙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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