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명 규모 새 팬택, 2000년으로 회귀? "NO, 뭐가 달라도 다를 것"

머니투데이 대담=신혜선 정보미디어과학부&문화부 겸직부장, 정리=최광 기자, 사진=이기범 기자 2015.11.02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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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초대석]정준 쏠리드 대표 "400명 연구인력·4000건 지적재산권…특급연구진으로 창업하는 것"

정준 쏠리드 대표는 팬택 인수와 관련해 "400명의 연구인력과 4000여건의 지적재산권을 갖춘 특급 연구진으로 재창업하는 것"이라며 팬택 재기에 의미를 부여했다.정준 쏠리드 대표는 팬택 인수와 관련해 "400명의 연구인력과 4000여건의 지적재산권을 갖춘 특급 연구진으로 재창업하는 것"이라며 팬택 재기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달 새로 시작하는 팬택은 연구개발진 400명을 포함해 임직원 500명의 작은 기업으로 변신한다. 1991년 창업 시점으로부터 10년 된 2000년도의 회사 규모다.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2세대(G) 휴대폰을 처음 생산한 1997년을 기준으로 하면 4년이 지났을 때 모습이다. 당시 팬택은 월 40만대의 휴대폰 생산능력을 갖추고, 모토로라와 OEM 계약을 맺고 해외사업을 시작하는 등 활발한 사업을 진행하는 촉망받는 벤처기업이었다. 연간 생산한 휴대폰은 143만대 수준, 매출로는 2491억 원어치다.

지난달 16일 팬택 인수를 마무리 지은 쏠리드-옵티스 컨소시엄의 정준(52) 쏠리드 대표는 "팬택의 새로운 도전은 막 시작하는 산업에 뛰어든 제조업 벤처와는 같을 수는 없지만, 우수한 제품을 만들어 본 기술력과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는 지난 2000년 당시 팬택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설명한다.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모두 갖추고 있어, 오히려 이제 막 시작하는 중국 스마트폰 기업보다 우수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팬택 인수가 확정된 후 정 대표는 인도네시아에서 승부를 걸기 위한 현지 통신사와 유통업체가 참여한 조인트벤처 설립과 ‘뉴 팬택’의 구상에 여념이 없었다.

정준 쏠리드 대표는 "팬택 인수 의향을 묻는 이야기는 1년 전부터 있어왔다"며, "그 때는 비싸서 엄두를 못냈는데, 1년이 지나고 기업가치가 다시 평가되면서 부담스럽지만 해볼만한 도전이 됐다"고 말했다.정준 쏠리드 대표는 "팬택 인수 의향을 묻는 이야기는 1년 전부터 있어왔다"며, "그 때는 비싸서 엄두를 못냈는데, 1년이 지나고 기업가치가 다시 평가되면서 부담스럽지만 해볼만한 도전이 됐다"고 말했다.
-그대로 청산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안팎에서 일 정도로 팬택 인수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옵티스가 인수 의사를 밝힌 후 쏠리드가 갑자기 등장한 모양새인데 계기가 있었나요.



▶어떻게 보면 자연스럽게 진행됐습니다. 팬택이라는 회사도, 법정관리 과정에서 매각 추진도 공개된 사안이었고. 매각이 무산되면서 1년 전에는 우리도 팬택 인수에 참여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기도 했습니다. 옵티스도 처음부터 혼자 하려는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같이 할 수 있는 곳을 찾고 있었지만, 법원의 일정이 촉박해 우선 양해각서(MOU)부터 맺었습니다. 만약 옵티스가 MOU를 맺지 않았다면 법원은 청산을 결정했을 수도 있었겠죠. 옵티스가 MOU를 맺자 우리도 참여하면 좋겠다는 제안이 많이 들어왔고, 옵티스에서도 의향을 물어봤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오랫동안 무산이 반복됐는데 인수가 성사된 결정적 계기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처음 매각 시도 당시 팬택의 기업가치는 2000억 원 정도로 평가됐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지고 있는 현금도 소진하게 됐고 자산가치도 떨어졌습니다. 마지막 인수 금액은 500억 원 규모였는데, 우리가 할 수 있는 정도의 인수대상이 됐다고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새 팬택 출범이 초읽기라 세간의 관심은 대표 등 경영진에 쏠렸다. 정 대표는 옵티스랑 협의해서 해야 할 문제라고 전제한 뒤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단말기 사업을 잘 아는 사람이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요즘 IT 경영은 굉장히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쏠리드가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은 분명히 있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일에는 우리도 참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팬택의 기업회생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이달 중 새 법인을 만들어서 기존 팬택을 이어가고, 남아있는 법인은 법원이 청산하는 형식이다. 일단 새로 태어나는 법인은 법원의 통제를 벗어나면 자유로운 경영이 가능해진다. 지금은 임원 선임도 담당 판사의 승인이 있어야 할 수 있다. 완전한 독립법인이 생겨나면 기존 임원진과 협의를 해 팬택의 미래를 구상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은 기존 조직 위주로 운영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지금 스마트폰 시장은 쉽지 않습니다. 인수할만한 규모가 됐다 해도, 사업적으로 어떤 부분을 보고 인수를 결정한 것인가요.

▶사실 요새 스마트폰 사업으로 돈을 벌겠다고 하면 다 사기꾼 취급합니다. 투자업계에서도 스마트폰으로 돈 버는 시대는 지났다고 봅니다. 하지만 우리는 두 가지 관점에서 다르게 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팬택은 충분히 가치 있는 회사입니다. 우선 팬택이 가지고 있는 연구개발(R&D) 역량입니다. 이 역량을 필요로 하는 회사는 많습니다. 우수한 개발진 외에도 특허와 디자인을 포함한 4000건에 달하는 많은 지적 재산권이 있습니다. 그것들은 손쉽게 구할 수 없는 귀한 자산입니다. 팬택의 잔류인원 500명 중 400명이 R&D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인데, 400명의 특급 연구진을 가지고 창업을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무엇을 하더라도 해낼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팬택은 변신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시작은 팬택이 제일 잘하는 스마트폰이지만, 영원히 스마트폰 사업만 하라는 법도 없습니다.

정 대표는 듀퐁을 예로 들었다. 듀퐁은 세계 제일의 화학 기업이었지만 지금은 농업기업으로 완전히 변신했다는 것. 그렇게 큰 기업도 완전히 사업을 바꾸는 데, 500명의 작은 회사는 더 발 빠르게 시장 환경에 맞게 변신을 시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팬택을 스타트업과 비교하면 부담스럽다. 500명의 인력에 들어가는 고정비가 많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 대표는 그 단점보다는 우수한 개발 시스템과 디자인이 있고, 발 빠르게 변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는 장점을 더 크게 봤다.

-팬택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것 같습니다. 팬택의 우수성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게 있을까요.

▶팬택은 기술적으로 굉장히 앞선 기업입니다. 안드로이드 상용 스마트폰을 가장 먼저 출시한 3개 기업은 삼성전자와 HTC, 그리고 팬택입니다.

팬택이 23년간 사업을 하면서 상대한 고객도 일본의 KDDI, 미국의 버라이즌, AT&T, 한국의 SK텔레콤, KT 등 굉장히 까다로운 기업입니다. 아무나 이들과 사업할 수 없다. 중국에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기업이 1000여 개쯤 된다고 하는데 이 중에 사업자들에게 인정을 받는 곳은 5개에 불과하죠.

팬택이 부족한 부분은 유통채널과 효율적인 제조 기반입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팬택이 할 필요는 없습니다. 유통을 대신 해주겠다는 곳, 제조를 대신 해주겠다는 곳이 많이 있어요. 잘하는 것과 부족한 것을 잘 구분하고, 부족한 부분은 잘하는 곳과 연합하면 됩니다.

-쏠리드나 옵티스가 팬택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스마트폰이라는 것만 놓고 보면 기술적인 시너지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유통되는 구조는 통신사업자와 연계된 B2B 모델에 가깝습니다. 우리가 늘 하는 일이 통신사업자를 만나는 일입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편하게 사업자랑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분명히 시너지가 있을 겁니다. 기술적으로도 그렇습니다. 특히 사물인터넷(IoT)으로 넘어가면 할 수 있는 일이 아주 많을 겁니다. IoT가 M2M 모듈부터 전체 시스템 구축까지 이어진다고 볼 때, 같이 할 수 있는 일이 상당 할 것 같아요. 옵티스는 제조역량이 뛰어난 회사다. 팬택의 스마트폰을 외주생산하더라도 그걸 잘 아는 사람이 우리 쪽에 있어야 하니, 품질 관리나 대규모 생산했을 때 분명히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정준 쏠리드 대표는 "인도네시아는 인구와 자원 대국이라 전 세계 기업들이 모두 노리고 있는 시장"이라며 "한국 기업인 팬택은 인도네시아 기업들에게 경계심도 약하고, 오히려 호감이 있어 중국 기업들보다 유리하게 현지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정준 쏠리드 대표는 "인도네시아는 인구와 자원 대국이라 전 세계 기업들이 모두 노리고 있는 시장"이라며 "한국 기업인 팬택은 인도네시아 기업들에게 경계심도 약하고, 오히려 호감이 있어 중국 기업들보다 유리하게 현지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를 팬택 회생의 본거지로 삼겠다고 했습니다. 왜 인도네시아입니까.

▶인도네시아 입장에서는 자원을 팔아 완성품을 소모하는 구조가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즉, 부가가치가 있는 제조기반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이죠. IT산업에서도 기술 부가가치가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마트폰을 인도네시아에서 팔려면 인도네시아에서 부가가치를 만들어야만 팔 수 있다는 법까지 마련했습니다. 많은 기업이 현지화를 하고 있고, 단순히 수출 개념으로 접근해서는 곤란합니다. 당연히 조인트벤처도 단순히 자본을 합치는 수준이 아니죠. 특히, 대부분의 생산 인프라가 중국에 종속돼 있다 보니 중국 자본에 대한 경계심이 강합니다.

인도네시아에도 재벌 기업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 기업들은 이 기회를 이용해서 IT 제조업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삼성이나 금성이 일본의 기술을 빌려와 제조하다가 자체 개발을 하는 그런 단계와 유사합니다. 한국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고. 그런 점에서 한국 기업이라는 점은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 모든 나라가 관심을 갖고 있는 나라다. 중국 다음 신흥세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곳이다. 정 대표는 15년 전 전 세계 기업들이 중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열을 올리던 것과 비슷하다고 본다. 인도네시아 인구는 공식적으로는 2억 4000만 명이고, 비공식적으로는 2억 80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 인구 대국이다. 자원도 굉장히 풍부하다. 외환위기도 겪었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흔치 않은 나라다.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는 서울 수도권보다 인구가 많고, 그 지역만의 소득수준은 우리나라 1인당 국내총생산(GDP)를 뛰어넘는 3만 달러 규모다. 우리보다 돈이 더 많고 돈을 더 많이 쓴다는 의미다.

-조인트벤처 윤곽은 언제쯤 드러날까요. 진척 상황을 조금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인도네시아 시장을 공략하려면 연간 1000만 대 이상은 생산하는 규모여야 한다고 봅니다. 통상 인구의 3분의 1 정도가 자국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입니다. 5분의 1이라고만 봐도 5000만 명이다. 우리 시장보다 훨씬 크죠.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한 최초의 스마트폰은 2017년 여름을 목표로 합니다. 생산 기반을 갖추려면 최소한 1년 6개월 정도가 걸리니 늦어도 내년 초에는 합작법인 모델이 완성돼 공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도네시아에서 내년 6월 처음 판매할 스마트폰의 기획은 새 팬택이, 생산은 중국에서 할 예정입니다. 물론 로컬 콘텐츠를 맞추는 작업을 위해 인도네시아 기업과 협업할 예정입니다.

-내년에는 삼성, 애플 등 굴지의 기업들도 새 폰을 내놓습니다. 팬택이 그때 내놓을 스마트폰은 어떤 차별성이 있을까요.

▶기획단계라 아직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감각적으로 느끼기에 소비자 트렌드가 변했습니다. 지금 스마트폰 이용자는 스마트폰이 가지고 있는 기능 중 5%도 사용하지 못하고 있죠. 100만 원을 주고 산 비싼 스마트폰인데, 그 기능을 10만 원어치도 사용하지 못하는 셈입니다.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 기능과 사양이 좋아야 좋은 스마트폰이라 생각했습니다. 기업들은 앞다투어 스마트폰에 새로운 기능을 집어넣기 위한 경쟁을 벌였죠. 하지만 스마트폰이 도입된 지 10년이 되다 보니 새로운 기능과 최신 사양이라는 것에 소비자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입니다. 오히려 자기가 사용하는 기능을 잘 쓸 수 있게 만들고, 합리적인 가격에 특화된 기능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닐까요. 예를 들어 음악감상을 자주 하는 사람에게는 MP3 품질로 재생되던 것이 CD 음질로 재생된다면 그것은 뛰어난 스마트폰이 될 수 있습니다.

인도네시아만 해도 40달러에서 600달러까지 다양한 스마트폰이 팔립니다. 우리 돈으로 1000만 원이 넘는 폰도 있고요. 스마트폰은 이제 IT기가 아니라 생활 기기가 됐습니다. 이제 소비자가 원하는 것도 다양해질 것이고 스마트폰도 그만큼 다양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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