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매출액 사상 첫 감소, 한계기업 8만개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15.10.27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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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스마트폰 수출감소, 석유류 가격하락 등 영향… 이자상환 어려운 기업 8만여개

경기도 평택항 자동차 수출 야적장. /사진제공=뉴스1경기도 평택항 자동차 수출 야적장. /사진제공=뉴스1


국내 제조업 총매출액이 전년대비 감소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60년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없었던 일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출 효자품목이었던 스마트폰이 경쟁심화로 수출물량이 대폭 감소한데다 저유가로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크게 하락한 영향이 컸다. 최근 수출이 구조적 부진의 늪에 빠진 것과도 연관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 1998년 외환위기에도 없었던 일=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4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제조업 매출액 증가율은 -1.6%로 집계됐다. 제조업 매출액이 전년대비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도 성장기인 1960~70년대 매년 20~30%대를 기록했던 제조업 매출액증가율은 1980년~1990년대에도 꾸준히 10%대를 유지했다. 2000년대 들어와서는 증가율이 한자리수로 감소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10년~2011년에는 스마트폰 등 IT 관련제품 수출증가로 2년 연속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수출 제조업 기반으로 성장했던 우리나라는 앞선 1998년 외환위기(0.7%),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2.2%) 당시에도 제조업매출액이 감소하지 않았었다.

박성빈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지난해 원/달러 환율이 3.8% 떨어졌고 생산자물가지수(PPI)와 수출물가, 수입물가 모두 하락했다"며 "제품가격이 떨어진데다 환율요인까지 겹쳐 기업들의 매출액이 전반적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제조업 부진 여파로 기업 전체 매출액도 증가세가 둔화됐다. 지난해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아우른 전산업 매출액증가율은 1.3%로 전년대비 0.8%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2.6%)보다 낮은 것으로 2002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저치다. 기업들의 총자산증가율(4.3%), 유형자산증가율(4.1%)도 전년대비 각각 0.3%포인트, 1.5%포인트 떨어졌다.


매출뿐만 아니라 수익성도 악화됐다. 지난해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4.0%로 전년대비 0.1%포인트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5.0%)보다 1.0%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매출액대비 세전순이익률은 3.3%로 전년보다 0.4%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일부 대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통해 채무액을 출자로 전환하고 자산매각으로 영업외 수익을 늘린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장사를 잘해서 남긴게 아니라 보유한 자산을 팔아 이익률이 높아진 것이어서 긍정적으로만 해석할 수 없다는 평가다.

/자료=한국은행/자료=한국은행
◇ 이자 못 갚는 한계기업 8만개= 기업 경영상황이 악화되면서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 숫자도 증가했다. 지난해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기업은 조사대상 26만개 기업 중 약 8만개(31.2%)이었다. 이 가운데 영업적자로 이자보상배율이 0%인 기업은 7만개에 달했다.

이자보상배율 100% 미만, 0% 미만 기업 비율 모두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1년 이후 가장 높았다. 다만 금리인하 영향으로 기업들의 평균 이자보상비율은 284.5%로 전년(283.9%)대비 소폭 상승했다.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134.5%로 전년(141%)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차입금의존도는 32.2%로 전년(31.5%)보다 오히려 증가했다. 대기업 구조조정으로 전체 기업부채 규모는 감소했지만 중소기업 단기차입금이 대폭 증가했다. 실제로 지난해 대기업 차입금의존도는 전년대비 0.1%포인트 줄어든 30.8%였던 반면 중소기업 차입금의존도는 전년대비 3.2%포인트 36.7%로 집계됐다.

지난해 제조업종이 동반침체에 빠졌다는 사실은 '평균의 함정'을 제거한 통계로도 입증된다. 한은이 각 기업들의 재무제표를 오름차순으로 정리한 중위값(분위수) 통계에 따르면 전체이상이 매출액이 전년보다 16% 이상 줄었고, 영업이익률이 -1.4%보다 더 낮았다.

◇ 신속한 기업구조조정 필요= 전문가들은 대외 불확실성이 고조된 상황에서의 기업부실화에 우려를 나타낸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디플레이션이 심화되면서 부실기업 부채를 비롯한 기업부채의 질이 악화되고 있다"며 "중국 경기둔화, 미국 금리인상 등 대외 불안요소가 커지는 상태에서 산업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한계 기업이 확대되면 한정된 자원이 비생산적, 비효율적 부분에 집중돼 성장 잠재력 확충에 제약을 줄 수 있다"며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 한계기업 구조조정도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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