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證 서비스선택제 시행..리테일에선 "혼란 가중"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2015.10.05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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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형 사장과 리테일 임직원 간 감정 싸움으로 번지는 모습도…지점장 54명 협의체 발족, "노노갈등 부추기지 말라"

이달 2일 한화투자증권 재경지점장 26명 전원이 서비스 선택제 도입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을 주진형 사장에게 전달하기 위해 서울 한화투자증권 본사 6층 사장실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달 2일 한화투자증권 재경지점장 26명 전원이 서비스 선택제 도입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을 주진형 사장에게 전달하기 위해 서울 한화투자증권 본사 6층 사장실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이 주진형 사장의 공언대로 '서비스 선택제'를 5일 실시했다. 한화투자증권 지점장들은 협의체를 발족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현장에선 새로 도입된 서비스 선택제로 인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불만도 나왔다.

한화투자증권이 서비스 선택제를 시행한 첫 날, 지점 곳곳에선 이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고객들의 항의가 불거졌다. 서울 한 지점에선 고객이 여러차례 매매 주문을 냈다가 수수료 '폭탄'을 맞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한화투자증권 한 직원은 "서울 모 지점에서 총 약정금액이 250만원인 고객이 수시로 매매 주문을 냈다가 수수료가 130만원이나 나왔다고 한다"며 "주문 건수별로 수수료를 부과하는 서비스 선택제의 특징을 모른채 단기간에 많은 주문을 낸 고객의 항의 전화가 각 지점에서 수차례 있었던 걸로 안다"고 말했다.

한화투자증권 서비스 선택제는 자산 3000만원 이상으로 전문가의 상담 서비스를 받는 '컨설팅 고객'과 상담을 받지 않는 '다이렉트 고객'으로 고객을 분류해 수수료를 다르게 부과하는 정책이다. 주진형 사장은 서비스 선택제를 도입해 건별 정액 수수료 체제를 도입하고 과도한 주식 거래를 유도하는 증권업계 관행을 고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화투자증권 리테일 임직원들은 서비스 선택제 도입은 결국 고객 수수료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며 반대하고 있다. 리테일 지점장뿐 아니라 영업직원 98%가 이 서비스 도입을 반대했다.



서비스 선택제에서는 매매 주문을 많이 내면 수수료 폭탄을 맞을 수 있다. 기존에는 주문 약정 합산금액에 일정수준의 수수료율을 적용했지만 서비스 선택제에서는 거래건당 수수료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이날 한화투자증권 지점장 54명은 별도의 협의체를 발족하고 다시 한 번 서비스 선택제 도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서비스 선택제 도입으로 얼마 남지 않은 고객도 떠나가고 있다"며 "더이상 고객 이탈과 조직 붕괴를 좌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협의체를 통해 서비스 선택제에 대처하는 한편 사태 수습을 위한 실행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서비스 선택제로 불거진 한화투자증권 내부 갈등이 주 사장과 리테일 임직원간 감정 싸움으로 치닫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주 사장이 SNS에서 리테일 직원들을 비판하고 이에 대해 지점장들이 성명서를 통해 리테일 직원들을 폄하하지 말라고 반박하는 등 양측의 갈등은 깊어지고 있다.


주 사장은 지난 3일 자신의 SNS에 "어느 조직이나 지도자 교체 기간 중 기회주의적 출세주의가 기승을 떨게 돼 있다"며 "자기의 속마음을 숨기고 억지로 끌려다니면서 마음의 고통에 괴로워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적었다. 이어 "세상 어디에 가면 회사 경영정책 변화에 노조도 아니고 임원과 부서장이 연판장을 돌리고 언론에 나와서 자기 회사 경영정책과 경영진을 비판하는 인터뷰를 하느냐"며 "다들 나름 속셈이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한화투자증권 지점장들은 이날 성명서에서 "주 사장은 직원간 노노갈등을 조장하거나 직원들을 본인들의 자유의지가 아닌 주위의 눈치나 보는 기회주의자로 폄하하는 일련의 행동을 즉각 중단해달라"며 "일부 지점장들에게 전화를 걸어 조직원 간 편가르기를 부추기며 조직을 혼란스럽게 하는 행동을 중단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동안 3명의 임원과 1명의 지점장이 보직 해임되는 부당한 인사조치와 강압적인 의견 차단이라는 비상적인 조치도 겪었다"며 "무너진 조직을 추스리는 차원에서라도 보직 해임된 임직원들을 원상복직시켜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호소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화투자증권의 집안 싸움이 점차 감정 싸움으로 치닫는 모습도 보이는데 문제는 누가 옳고 그르냐를 떠나서 회사에 돈을 맡기고 있는 고객에 대한 배려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주 사장이 추진하는 개혁적인 정책에 대해선 호평도 있는 게 사실이지만 사내 문제를 수습해야 하는 것도 그의 역할 중 하나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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