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가 사회와 눈을 맞췄다, '세상 작동원리'가 풀렸다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15.10.17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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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를 만났습니다]'세상 물정의 물리학' 낸 성균관대 물리학과 김범준 교수

성균관대 수원캠퍼스 연구실에서 만난 김범준 교수/사진=류준영 기자 성균관대 수원캠퍼스 연구실에서 만난 김범준 교수/사진=류준영 기자


"물리학으로 딴 얘기 좀 하면 안 되나."

저자는 힉스입자, 양자역학과 같이 고상한 물리학에 돌직구를 날린다. 성균관대 물리학 전공 교수인 김범준 씨는 다양한 통계자료 속에 거의 파묻혀 살다시피 하는 '통계물리학자'이다.

그가 하는 연구는 책의 목차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개미는 알고 정치인은 모르는 비밀(부제: 집단지성은 대체로 옳다) △리트윗 진원지는 어디일까(SNS의 영향력, 연결 중심으로 판단하라) △프로야구팀 이동거리 차이를 최소화하라(공평한 경기일정표의 비밀, 몬테카롤로 방법에 있다) △우측통행이 정답이라고?(보행자 문제, 해답은 밀도야) 등 사회 현상을 꿰뚫어 보고, 세상의 작동원리를 찾는 일이 그의 주업이다.



통계물리학은 기존 물리학답지 않게 다양한 세상사를 다차원적으로 풀어내는 기묘한 재주를 보인다는 면에서 매력 넘치는 학문이다. 저자의 가장 최근 연구는 '북한의 무력도발과 증권시장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것, 이 연구에선 예상 밖의 결과가 도출됐다.

"15개의 크고 작은 도발이 일어난 뒤 앞뒤 일주일로 주식 변동 그래프를 살펴봤죠. 언뜻 주식시장이 폭락할 것 같죠. 하지만 결과는 '북한도발과 주식시장은 서로 무관하다'였어요.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 직선 패턴이 나왔거든요."



'세상 물정의 물리학', 김범준 지음, 동아시아, ​280쪽, ​1만4000원<br>
'세상 물정의 물리학', 김범준 지음, 동아시아, ​280쪽, ​1만4000원
김범준 교수가 이 책을 쓴 까닭은 평소 논문에서 하고 싶었던 얘기를 속 시원하게 털어놓지 못해서다. "논문에선 저자의 생각을 적는 것을 금기시하잖아요. 팩트(fact, 사실) 위주다 보니 대부분의 과학 논문은 수동태가 많죠. 주어가 없어요. 그런데 통계물리학은 사회와 접점이 가장 많은 학문이죠. 우리가 매일매일 보는 신문 속 얘기를 다뤄요. 그러니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함께 생각해 보고 싶었어요. 그 같은 욕구를 책으로 풀었죠."

'세상 물정'이 어찌 사회학자만의 관심 분야이겠는가. 김 교수는 세상 물정이라는 질문이 놓여 있는 테이블엔 물리학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도 함께 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통계물리학은 사회를 광범위하게 바라본다. 그래서 응용할 수 있는 측면이 많다. 예컨대 미국 정부는 통계물리학자들이 분석한 노동자 근로 상태 등의 분석자료를 토대로 효율적인 고용정책을 수립한다. 정책 실패율을 낮출 수 있어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우리와는 아직 먼 얘기이다.


"정부나 기업 등에서 통계물리학을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아는 분이 흔치는 않은 것 같아요. 이전에 초등학교와 커피전문점 분포에 대한 논문이 언론에 소개된 후 소방서 한 곳에서 연락이 온 적 있긴 한데 그것 외에는 없어요."

저자가 말한 논문은 한 커피전문점의 전국 밀도와 초등학교 밀도를 서로 비교·분석한 것이다. 커피전문점 밀도는 인구밀도와 정비례하나 초등학교 밀도는 그렇지 않았다. 초등학교 분포가 애초에 학생들의 통학 거리를 고려해 공익적으로 설계됐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효율성이란 잣대로 학교들을 통폐합하는 현 정책은 통학 거리와 시간을 고려할 때 더 큰 사회적 비용을 물게 된다는 결론에 이른다.

김 교수는 독자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다른 눈'을 갖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복잡한 사회현상도 보는 관점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 있죠.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왜 사교육 열풍이 강할까요. 교육문제로 단정 짓고 보면 절대로 이해할 수 없어요. 사회 전체라는 큰 틀에서 유기적으로 엮여 있는 요소요소를 봐야 하죠. 확실한 건 어떤 사회적 인풋(input)도 판단의 틀(프레임워크)이 제대로 서 있다면 올바른 결과가 나온다는 겁니다."

◇'세상 물정의 물리학'=김범준 지음/동아시아 펴냄/280쪽/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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