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 '성희롱 만연' 일본銀 국내지점들 일제 점검 나선다

머니투데이 김민중 기자 2015.09.26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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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미쓰이스미토모銀 성희롱 사실 입증…"10월 중 '수시감독' 나설 것"

/그래픽=강기영 디자이너/그래픽=강기영 디자이너


일본계 미쓰이스미토모은행 서울지점에서 일본인 남성 상사들의 한국인 여성 직원에 대한 상습적 성희롱 의혹이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사실로 입증됐다. 수개월 전에는 성추행 사건까지 발생해 검찰에서 수사중인 만큼, 고용노동부는 일본계은행 국내지점들에 만연한 '성희롱' 의혹 전반에 대해 점검을 확대할 계획이다.

고용부는 "미쓰이스미토모은행 서울지점에서 일본인 직원 O씨(33)와 임원 U씨(49)가 한국인 여성 직원 A씨를 성희롱한 사실을 입증했다"며 "회사에도 그 결과를 통보했다"고 25일 밝혔다.



고용부에 따르면 A씨의 상사인 일본인 O씨는 2013년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A씨에게 업무를 가르쳐준다는 등 핑계로 성희롱을 일삼았다. 임원과의 저녁 자리에 불러 '술을 따르라'고 요구한 것은 부지기수였고, 일을 가르쳐준다며 마우스를 잡은 손을 건드리거나, 업무보고 이메일에 수차례 'LOVE'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특히 A씨가 결혼한 지난해 9월부터는 남편과의 성생활에 대해 조언하는 등 수위가 높아졌고 횟수도 빈번해졌다.

성희롱에 가담한 일본인 직원은 O씨뿐만이 아니었다. 일본본점 임원인 U씨는 서울지점으로 출장을 온 2013년 12월 프랑스 식으로 인사를 한다는 구실로 A씨의 몸을 만지려 하는 등의 성희롱을 했다.



장기간 피해를 보면서도 A씨는 강력하게 저항하지 못했다. 계약직으로 입사한 뒤 2년 후 평가에 따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예정인 상황에서 일자리를 잃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피해가 계속되면서 A씨는 한 달 가량 입원해 정신적 치료를 받았고, 지금도 정기적으로 심리 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서울지점의 조치는 미온적이었다. U씨는 범행 직후 일본본점으로 돌아갔고, O씨는 성희롱을 넘어 지난 4월 A씨를 성추행한 혐의(강제추행치상)로 입건, 검찰 수사를 받으며 해고된 탓에 '가해자가 없어 취할 조치가 없다'는 것이다. 대신 A씨에게 형식적 사과를 하고 합의를 종용하는 등 사건을 숨기는 데 급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A씨를 포함해 상습 성희롱에 시달려 온 한국인 여직원들은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용부도 서울지점이 상습 성희롱에 노출돼 있다고 판단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점장이나 부지점장 등 다른 일본인 남성 간부들에 대해서도 성희롱 의혹이 제기돼 조사했지만, 범행 후 2년이 흐르는 등 상당 기간이 지나 입증에 실패했다"면서도 "피해자 A씨 외 많은 여직원들이 상습적으로 성희롱을 당해온 것으로 보고, 다음달 중 서울지점을 방문해 익명 설문조사 등 심층 점검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점검 결과 유사 사례가 추가로 드러나면 과태료 부과 등 처벌을 하는 것은 물론 다른 일본계 은행 국내지점들로 점검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명 '파와하라'(힘(Power)과 괴롭힘(Harassment)의 합성어)', 즉 직장이나 일터에서 상사 등이 부하직원을 괴롭히는 일본 특유의 직장 문화가 사건의 배경이 된 만큼 다른 일본계 은행 국내지점에서도 유사한 피해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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