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사장이 말하는 아깝다! 이책<18>

머니투데이 신혜선 정보미디어과학부&문화부 겸임부장 2015.09.28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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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놓쳤다면 읽어보자]'피니스아프리카에'가 추천합니다

출판사 사장이 말하는 아깝다! 이책<18>


◇저물어 가는 여름=아카이 미히로 지음/박진세 옮김/피니스아프리카에

출판사 사장이 말하는 아깝다! 이책<18>
유괴를 주제로 한 소설이나 영화들은 대개 현재 발생한 사건의 절박한 상황을 묘사한다.

<저물어 가는 여름>은 왠지 모를 쓸쓸함과 애잔한 제목이 시사하듯 20년 전에 일어나 이미 잊힌 유괴 사건을 차근차근 더듬어 나가는 소설이다. 유괴범을 찾아 정의를 실현하려는 이야기가 아니며, 유괴된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을 피곤하게 조명하는 이야기도 아니며,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려는 이야기도 아니다. 인간은 계획을 세우지만 신은 웃는다는 서양 속담이 와 닿는 작품으로 작가는 어째서 아무런 잘못도 저지르지 않은 사람들이 왜곡된 삶을 살 수밖에 없는가 하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20년 전 유괴범의 딸이 신문사 기자로 합격이 내정되고 경쟁 잡지사가 이를 폭로하자 신문사에서는 몇 년 전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한직으로 쫓겨난 기자에게 유괴 사건의 재조사를 맡긴다. 박진감이 넘치는 듯, 애잔한 듯 결말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은 매우 흥미롭고, 결말은 충격적이다. 20년 전 유괴가 남긴 상처 때문에 유괴된 당사자를 포함하여 사건과 관계된 여러 사람의 인생 항로가 바뀌었다. 사건의 결말은 놀랍지만 이 작품이 보여 주는 결말의 정서는 권선징악이 아닌 서글픔과 회한이다. 여름이 저물어 가는 이맘때 읽기에 좋은 제철 책이다.

◇특별 요리=스탠리 엘린 지음/김민수 옮김/엘릭시르



출판사 사장이 말하는 아깝다! 이책<18>
오래전 출간되었다가 이번에 새로운 번역으로 다시 출간되었다. 출간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아까운 책이 아닐 수도 있지만 어쨌든 꼭 추천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리는 작품이다.

과작으로 알려진 스탠리 엘린은 미국 추리소설 작가로 '특별 요리'에는 그가 세공하듯 쓴 주옥같은 단편 열 편과 엘러리 퀸의 서문이 실려 있다. 미스터리의 왕 엘러리 퀸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이 단편집의 서문만 읽어 봐도 이 작품에 대한 기대는 급상승한다. 열 편의 단편 모두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까지 그러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Mystery Stories'라는 밋밋한 원제 대신 '특별 요리'가 표제작으로 선택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영악한 독자가 아니더라도 이 단편은 중간쯤까지 읽으면 결말이 예측 가능하다. 하지만 예측 가능한 결말을 확인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 하는 작가의 글 솜씨는 가히 놀랍다. 오 헨리의 단편이 연상되기도 하는 스탠리 엘린의 단편들은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조소하며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비극을 들려준다. 이 단편집은 'Quiet Horror'라는 제목으로도 출간되었다. 매우 그럴듯한 제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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