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어 가는 여름>은 왠지 모를 쓸쓸함과 애잔한 제목이 시사하듯 20년 전에 일어나 이미 잊힌 유괴 사건을 차근차근 더듬어 나가는 소설이다. 유괴범을 찾아 정의를 실현하려는 이야기가 아니며, 유괴된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을 피곤하게 조명하는 이야기도 아니며,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려는 이야기도 아니다. 인간은 계획을 세우지만 신은 웃는다는 서양 속담이 와 닿는 작품으로 작가는 어째서 아무런 잘못도 저지르지 않은 사람들이 왜곡된 삶을 살 수밖에 없는가 하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특별 요리=스탠리 엘린 지음/김민수 옮김/엘릭시르
과작으로 알려진 스탠리 엘린은 미국 추리소설 작가로 '특별 요리'에는 그가 세공하듯 쓴 주옥같은 단편 열 편과 엘러리 퀸의 서문이 실려 있다. 미스터리의 왕 엘러리 퀸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이 단편집의 서문만 읽어 봐도 이 작품에 대한 기대는 급상승한다. 열 편의 단편 모두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까지 그러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Mystery Stories'라는 밋밋한 원제 대신 '특별 요리'가 표제작으로 선택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영악한 독자가 아니더라도 이 단편은 중간쯤까지 읽으면 결말이 예측 가능하다. 하지만 예측 가능한 결말을 확인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 하는 작가의 글 솜씨는 가히 놀랍다. 오 헨리의 단편이 연상되기도 하는 스탠리 엘린의 단편들은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조소하며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비극을 들려준다. 이 단편집은 'Quiet Horror'라는 제목으로도 출간되었다. 매우 그럴듯한 제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