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폭풍우같이 몰아치는 일이 일단락되고 잠시 차 한잔 시간. 사소한 일로 부부싸움을 했다는 후배가 격양된 얼굴로 하소연합니다.
후배 말을 정리하면, 아무리 잘못해도 "거 참 유감이네"라고만 말하고 어물쩍 넘어간다는데요. 유감스러운 게 뭔지 정말 울화통이 터진다고 합니다.
그런데 같이 듣던 다른 후배가 "유감스러운 게 미안한 거예요"라고 말합니다. 맞다, 틀리다 의견이 분분한데요. 정말 같은 말일까요?
일단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니 유감은 '마음에 차지 아니하여 섭섭하거나 불만스럽게 남아 있는 느낌'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미안'보다는 '불평·불만'에 가까운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이렇게 큰 차이가 있는데도 왜 사람들은 같은 의미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하지만 개인의 경우는 다릅니다. 누가 봐도 본인이 정말 잘못한 일을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하는 장면, 많이 보셨죠? 물론 일부 정치인과 경제인의 경우지만, 사과해야 할 일에 유감 표명을 하니 뜻이 왜곡된 것이죠. '송구' 역시 비슷한 상황입니다. 송구하다는 '두려워서 마음이 거북스럽다'는 의미인데 이 역시 '죄송하다' '미안하다'는 뜻처럼 사용됩니다.
오늘의 문제 나갑니다. 다음 중 화자(말하는 사람)보다 어린 사람에게 쓰기 적절치 않은 말은?
1. 송구스럽다
2. 사죄하다
3. 유감스럽다
4. 사과하다
2, 3, 4번은 화자보다 나이가 많거나 적은 대상 모두에게 쓸 수 있으나 1번은 화자보다 나이 많은 대상에게 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