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는 눈길을 사로잡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 내용은 영국 국가통계국이 설문 조사한 결과 “가계의 부가 늘어날수록 삶에 대한 만족도, 가치 있다는 느낌, 행복감 등은 올라가고 불안감은 낮아졌다”는 것이다. 특히 저축이나 주식, 집에 보관하고 있는 현금 등 순 금융자산이 많을수록 행복감도 커졌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어"라든가 "돈이 다가 아니잖아" 같은 말들은 결국 가진 게 없는 자들의 자기 변명에 불과하거나 사회 불안을 억누르려는 정권의 눈속임용 선전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이 경험은 뭐랄까, 개인적으론 인생관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아무리 아껴쓰고 돈에 대해 공부하고 발발거리며 투자 기회를 찾아봤자 운명이라는 거대한 힘 앞에서는 티끌 같은 노력에 불과하다고 할까. 물론 운명론자가 된 것은 아니다. (운명론적 사고방식은 체질에 맞지 않는다.) 다만 인생의 큰 파도 앞에 다소 겸손해졌다고 할까, 해도 안 되는 일이 많다는 사실에 머리를 숙이게 됐다고 할까, 그런 정도의 생각 변화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되 결과에 대해선 그 결과가 어떻든 가능하면 감사하게, 감사할 수 없는 상황이라도 가능하면 담담하게 받아들이자는 생각을 갖게 됐다.
영국 국가통계국의 조사 결과대로 돈이 많으면 걱정이 줄고 안정감이 높아지고 행복해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돈을 쫓아 재테크 공부를 많이 한다고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돈은 쫓을수록 멀리 달아나고 욕심을 낼수록 탈이 생긴다. 돈은 결과인데 끝을 알 수 없는 거대한 우주 속에서 먼지 같이 작은 존재인 우리 자신은 일의 결과를 전적으로 통제하거나 지배할 수는 없다. 인생에 큰 파도가 밀려올 땐 어쩔 수 없이 휘말리게 된다.
따라서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돈을 목표로 할 것이 아니라 내 인생의 소명을 목표로 하는 것이, 그 소명에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하늘에 맡기는 것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삶에 대한 최선의 태도일 수 있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무덤 속에서 가장 부유했던 사람이 되는 것은 나에게 중요치 않다. 잠자리에 들 때마다 놀랄만한 일을 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 그게 내겐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기업가인 케빈 크루즈는 "인생은 소득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영향을 끼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성공을 위해 노력하지 말고 가치 있게 되려 노력하라"고 조언했다. 미국 인디언 속담엔 “어떤 일들은 눈을 사로잡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을 사로잡는 것만을 추구하라”는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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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결과를 지배할 수 없다. 인생에 닥쳐오는 수많은 불확실성을 다 제어할 수는 없다. 할 수 있는 일이란 내 마음을 사로잡는 일, 그리고 세상에 큰 발자국을 남길 수 있는 일, 최소한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을 찾아 내게 주어진 시간에 열심히 최선을 다할 뿐이다. 결과에 상관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