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주년 맞은 전라연극 '에쿠우스', 올해는 속옷입는 이유?

머니투데이 김유진 기자 2015.09.05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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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안팎]국내 초연 40주년 연극 '에쿠우스'…신·인간·섹스에 대한 심도있는 고찰

올해 초연 40년을 맞은 극단 실험극장의 연극 '에쿠우스'의 한 장면. /사진제공=극단 실험극장올해 초연 40년을 맞은 극단 실험극장의 연극 '에쿠우스'의 한 장면. /사진제공=극단 실험극장


극단 실험극장이 1975년 국내 첫선을 보인 문제작 ‘에쿠우스’가 이번 가을 40주년 기념 무대에 오른다. 지난해는 원작에 충실해 ‘19금 전라 연극’으로 상연했지만, 이번에는 출연진 모두 속옷을 입는다. 주연 배우가 10대라는 점이 고려됐다.

영국의 극작가 피터 셰퍼의 희곡 에쿠우스는 정신과 의사 마틴 다이사트가 쇠꼬챙이로 말 8마리의 눈을 찌른 소년 알런의 정신세계를 파헤치고자 진찰하는 내용이다.



에쿠우스는 라틴어로 ‘말’이라는 의미다. 마구간에서 일하며 말을 유일한 친구로 삼았던 알런에게 말은 전부였다. 그런데 말의 눈을 찌르고 법정에 선 알런은 마치 감정이 없는 사람인 것처럼 노래를 흥얼거린다.

판사는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마틴에게 알런을 부탁한다. 정신과 의사와 환자로 만난 두 사람의 대화 속에서 알런이 말의 눈을 찔러야만 했던 전후 사정이 드러난다.



말에 대한 소년의 광기는 기독교 광신도인 어머니와 무신론자 아버지 사이의 불협화음이 원인이었다. 극이 끝나갈 때 즈음에는 부부의 갈등을 아들에 대한 집착과 강압으로 해소하고자 했던 그들 사이에서 마음속 욕망을 드러낼 곳을 찾지 못했던 한 연약한 소년만 남는다.

동시에 의사인 마틴은 소년이 자신의 욕망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욕망을 발견한다. 치유돼 가는 알런과 달리 마틴은 반대로 점차 어두워지면서 삶에 권태를 느낀다. 급기야 알렌이 가진 젊음을 질투하기 시작한다.

이 작품은 파격적인 소재로 초연 때부터 화제를 모아 40년 동안 명맥을 이어왔다. 2013년 세상을 떠난 고 강태기씨를 비롯해 최민식, 조재현 등 당대 청춘스타의 계보를 잇는 배우들이 캐스팅돼 오면서 명품 연기로도 입소문을 탔다.


특히 지난해는 전라노출 연극인 원작에 충실하기 위해 성기노출을 감행했다. 그러나 올해는 배우들이 다시 속옷을 입기로 했다. 실험극단 측은 “무대가 부채꼴 모양이라 노출이 배우들에게도 부담이 크고, 주연배우의 나이가 어리기도 해서 속옷을 입고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의 알런 역에는 김기덕 영화 ‘뫼비우스’에서 아들 역을 맡았던 배우 서영주(17)와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아들인 배우 남윤호(31·본명 유대식)이 더블 캐스팅됐다. 마틴 역에는 배우 안석환과 김태훈이 캐스팅됐다.

현대인의 영원한 화두인 신·인간·섹스에 대한 고민과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숨겨져 있고 발현되는지를 심도 있게 그린 연극 에쿠우스는 이한승 실험극단 대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출을 맡았다. 9월4일~11월 1일까지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이 이어진다. 02-889-3561. 전석 4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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