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달이 야위어 보이는 이유

머니투데이 최광임 시인·대학강사 2015.08.31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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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쟁반같이 둥근 달’ 안채영(시인)

편집자주 디카시란 디지털 시대, SNS 소통환경에서 누구나 창작하고 향유할 수 있는 새로운 詩놀이이다. 언어예술을 넘어 멀티언어예술로서 시의 언어 카테고리를 확장한 것이다.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감흥(정서적 반응)을 일으키는 형상을 디지털카메라로 포착하고 그것이 전하는 메시지를 다시 문자로 재현하면 된다. 즉 ‘영상+문자(5행 이내)’가 반반씩 어우러질 때, 완성된 한 편의 디카시가 된다. 이러한 디카시는, 오늘날 시가 난해하다는 이유로 대중으로부터 멀어진 현대시와 독자 간 교량 역할을 함으로써 대중의 문화 향유 욕구를 충족시키에 충분하다.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달이 야위어 보이는 이유


음력 7월 17일이다. 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달이 기울고 있다. 가을걷이가 목전이지만 아버지의 지게는 사시사철 가볍다. 여름과 가을 사이의 하현달은 노동의 지게를 짊어지고 걷는 아버지의 구부정한 등을 닮았다. 유독 달도 야위어 보이는 이유이다. 달이 저 홀로 흘러가듯 아버지 혼자서 생의 가을을 침묵으로 넘기엔 고단함이 크다. 그런 아버지의 위안은 이 홉들이 소주병이었다.

남성중심 사회라는 족쇄를 스스로 차고 일생 남자로 사는 일과 아버지로 사는 일의 하중을 이기지 못한 누대의 숱한 우리 아버지들. 자칫 ‘이 홉들이 소용돌이를 끌고 다니는’ 일로 생을 마감하게 되기도 했던 아버지들. 오늘 밤엔 예나 오늘이나 고단한 아버지들을 떠올리며 밤하늘 한 번 올려다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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