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조 가치 호텔롯데, 핵심은 면세점과 계열사 지분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2015.08.31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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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부문 면세점이 전체 매출의 86% 차지...계열사 보유지분 가치만 5조

호텔롯데의 IPO(기업공개) 주관사 선정이 본격화되면서 기업가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관사 선정 제안서를 낸 증권사들이 기업가치를 20조원 안팎으로 책정한 가운데 핵심은 면세점 사업과 계열사 보유지분으로 분석된다.

예상 공모규모는 4조~6조원으로 일부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2010년 삼성생명의 공모규모(4조8881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본다. 다만 향후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전환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지배력 강화 등을 고려할 때 무작정 공모가를 올릴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호텔롯데의 가치는 영업가치와 비영업가치로 나눌 수 있다. 영업가치는 호텔롯데가 진행하고 있는 면세점, 호텔 등의 사업가치를 말한다. 평가방식으로는 주가수익비률(PER)보다 EV/EBITDA(기업가치 대비 상각전이익) 비교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건물, 토지 등 자산비중이 높아 EBITDA(상각전이익)가 더 정확한 가치를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호텔롯데의 EBITDA는 5424억원이다.

20조 가치 호텔롯데, 핵심은 면세점과 계열사 지분


가치평가를 위한 비교기업으로는 호텔신라가 꼽힌다. 호텔롯데처럼 호텔과 면세점 사업을 함께 운영하고 있고 코스피시장에 상장돼 가치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올해 증권가에서 예상하는 호텔신라의 EV/EBITDA는 22배다. 이를 호텔롯데의 EBITDA에 적용하면 영업가치는 11조9330억원에 이른다.



영업가치에서 핵심은 면세사업부다. 올 상반기 면세사업부는 매출의 86%, 매출총이익의 90.9%를 차지했다. 이에따라 올해 말 만료되는 롯데면세점 소공동점과 월드타워점의 사업권을 따내야 예정대로 IPO를 진행할 수 있다.

비영업가치는 보유한 지분과 부동산 등 기타자산으로 나눌 수 있다. 호텔롯데는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롯데케미칼, 롯데쇼핑, 롯데손해보험 등 상장사 지분과 롯데물산, 롯데건설, 롯데리아, 롯데캐피탈, 대홍기획 등 비상장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상장사 지분 가치는 지난 28일 종가기준 롯데케미칼(1조758억원), 롯데쇼핑(7469억원), 롯데칠성음료(보통주 1577억원) 등을 포함해 총 2조2500억원으로 20%의 할인율을 적용하면 1조8000억원이다. 비상장사의 가치는 장부가 기준 3조2130억원으로 총 보유지분 가치는 5조원 정도다.


여기에 증권가에서 평가하는 기타자산 가치 2조6510억원을 더하면 비영업가치는 7조6640억원이다. 영업가치와 비영업가치를 합한 금액은 약 19조6000억원으로 순차입금(2조3150억원)을 빼면 호텔롯데의 현재 기업가치는 17조2820억원으로 평가된다.

이는 삼성생명의 상장 당시 시가총액 16조원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향후 지주사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20조원 이상도 가능하다는 게 IB(투자은행)업계의 설명이다. 기업가치 17조원을 기준으로 30%를 신주발행하면 5조원 가량의 신규자금이 유입된다. 일본 계열사가 보유한 지분(99.4%)의 일부를 상장 과정에서 매각하면 공모규모는 이보다 더 커질 수 있다.

하지만 무턱대고 높은 공모가를 산정할 수만은 없다. 이후 지주회사 전환과 신 회장의 지배력 강화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호텔롯데가 지주회사의 역할을 하게 될 경우 자회사에 대해 상장사는 20%, 비상장사는 4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해야한다. 공모과정에서 조달한 자금을 이용할 수 있지만 신 회장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과 호텔롯데의 지분을 스왑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지분을 스왑하면 호텔롯데는 계열사 지분을 추가로 보유할 수 있고 신 회장은 호텔롯데(지주사)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 이 경우 호텔롯데의 가치가 낮을수록 신 회장이 얻을 수 있는 지분은 많아진다. 신 회장은 지난 28일 롯데건설이 보유한 롯데제과의 지분 1.3%를 매입해 지분율을 6.7%로 높였다. 롯데쇼핑과 호텔롯데의 합병 시나리오를 전제하고 주주간의 이해를 따져볼 필요도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호텔롯데 IPO를 위해서는 아직 주관사 선정, 지정감사, 순환출자 해소 등 해결해야할 과제가 많다”며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도 완벽히 마무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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