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보다 주식 외면이 더 위험하다

머니투데이 권성희 부장 2015.08.29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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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 투자노트]

주식 투자보다 주식 외면이 더 위험하다


많은 사람들이 최근 중국과 국내 증시가 급락하는 모습을 보고 ‘역시 주식은 위험해’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역으로 주식에 투자하지 않는 것이 더 위험하다. 예금금리 1%대 초저금리 시대에 자산을 불리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것 자체가 노후생활을 위협하는 리스크이기 때문이다.

주식에 투자하지 않는다면 그 돈으로 과연 무엇을 할까. 무엇인가에 쓰든지 원금이 보장되는 은행에 넣어 두든지 둘 중의 하나다. 무엇인가에 소비해버리는 거라면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 수익을 거둘 수도 있고 결국 손실을 보게 되더라도 투자에 대해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가 주는 효용은 빨리 사라지지만 배움의 효용은 영원하다. 특히 경험으로 배운 것은 몸에 기억돼 인생의 가치를 높인다.



그렇다면 은행에 넣어 둘 돈이라면 어떨까. 주식에 투자해 손해를 보느니 이자를 거의 못 받더라도 안전한 은행이 100배 더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주식에 투자하는 종목을 늘리고 투자기간을 길게 연장한다면 주식이 위험한 것만은 아니다.

주식에 투자하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전설적인 피터 린치조차 손실을 보는 종목이 있었다. 그는 10개 종목에 투자하면 2~3개는 10배가 넘는 수익을 안겨주는 대박이고 5~6개는 그저 그런 수익만 내며 1~2개는 큰 손실을 냈다고 자신의 책에 썼다. 린치가 기록적인 펀드 수익률을 올렸던 것은 투자한 모든 종목이 성공해서가 아니라 그 중 일부가 엄청난 수익을 냈기 때문이었다. 톰 비워 웰스파고 투자매니저는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관리하고 싶다면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오랜 투자 격언을 따르는게 좋다”고 말했다. 관리 가능한 정도로 분산 투자해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예금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주식은 도전해 볼만하다.



물론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은 “다각화는 무지를 덮기 위한 방어막”이라며 자신이 투자하는 종목을 잘 모르는 사람이나 분산투자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계란 10개를 10개 바구니에 나눠 담아 10개 바구니를 모두 관리하는 것보다 계란 10개를 한 바구니에 넣고 그 바구니만 철저히 감독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잊지 말자. 아무나 버핏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보통의 평범한 사람은 계란 10개를 한 바구니에 넣고 그 계란들이 깨지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는 것보다 10개 바구니에 나눠 담고 몇 개라도 깨지지 않고 병아리로 태어나도록 하는게 더 쉬울 수 있다.

최근처럼 주식시장이 폭락하며 전 종목이 떨어질 땐 분산투자가 무슨 소용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이 문제는 장기 투자로 해결할 수 있다. 미국의 S&P500지수는 2007년 10월부터 2009년 3월까지 57% 급락했다. 하지만 설사 증시 고점 직전인 2005년부터 투자를 시작했다고 해도 글로벌 금융위기의 폭풍을 견뎌내고 지금까지 10년 이상 투자를 유지했다면 총 72%의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일생 동안 주식 투자를 꾸준히 계속한다면 수익률은 놀랄 만큼 커진다. S&P500지수는 1950년 이후 현재까지 1만2000%의 수익률을 올렸다.

박스권 장세를 계속하고 있는 코스피시장에선 절대 기대할 수 없는 일이라고 체념할 필요는 없다. 해외 주식 투자는 생각보다 쉽다. 국내 주식시장이 성에 안 찬다면 해외 주식에 투자하면 된다. 코스피시장도 지수는 제자리걸음을 했을지언정 내부적으로는 폭발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대박 종목이 속출했다. 물론 깡통 종목도 속출하긴 했지만 분산투자와 장기투자로 깡통종목의 피해는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 깡통종목이 끼어있다 해도 전체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은 어느 정도 방어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주식이 위험하다고 평생 외면한다고 해서 큰 일 날 일은 없다. 그저 투자를 하지 않아 일생 동안 얻을 수 있는 수익을 포기하는 것뿐이다. 주식 투자를 하면 손실의 리스크가 따르지만 주식 투자를 하지 않아도 자산 증식의 기회를 박탈당하는 위험이 수반된다는 점만 기억하자. 분산과 시간으로 손실의 리스크는 어느 정도 관리 가능하지만 수익의 기회 자체를 외면하는데 따르는 위험은 관리가 안 된다. 그저 약간의 월급으로 평생 만족하다 노후에 ‘아차’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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