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K-무크) 시동

머니투데이 테크M 최현숙 기자 2015.09.04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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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K-무크) 시동


대중을 위한 ‘한국판 아이비리그’가 9월 열린다. 4월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Korean Massive Open On-line Course, 이하 K-무크)’ 추진을 발표한 교육부는 10개 대학의 27개 강좌를 선정, 올 2학기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간다.

정부가 주도하는 플랫폼인 만큼 선정된 강좌의 면면도 화려하다. 서울대는 미시경제학 대가 이준구 명예교수의 ‘경제학 들어가기’ 등 두 과목을 선보인다. 연세대는 저명한 문학평론가인 정명교 교수(필명 정과리)의 ‘문학이란 무엇인가’ 등 세 과목을 개발할 예정이다. KAIST는 해외 무크 중 하나인 코세라(Coursera) 강좌를 운영한 경험이 있는 김양한 교수를 내세웠다. ‘동역학(Dynamics)’ 등 이공계 분야에서 두 과목을 준비한다. 이외에도 양자역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 김대만 고려대 교수의 ‘Quantum Mechanics for IT/NT/BT’, 소설 ‘영원한 제국’의 작가인 류철균(필명 이인화) 이화여대 교수의 ‘영화 스토리텔링의 이해’, ‘인문적 건축’으로 유명한 서현 한양대 교수의 ‘건축공간론’, 유전학 권위자인 김희수 부산대 교수의 ‘생명의 프린키피아’ 등 각 대학과 분야를 대표하는 교수의 강좌를 만날 수 있다.



교육부는 이외에도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제공하는 대학 공개 강의인 KOCW(Korea Open CourseWare) 중 내용이 우수하고 활용도가 높은 약 10개 강의를 K-무크 강좌로 변환 개발해 탑재할 예정이다. 또 해외 무크 운영기관과의 협약을 통해 주요 대학의 우수 콘텐츠를 공용 플랫폼에 직접 탑재해 운영하거나 연계(link)를 제공할 계획이다.

K-무크는 대학 강의와 평생학습을 더한 형태로 진행된다. 이 때문에 일반 대학이 아니라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주도해 추진 중이다. 박종오 국가평생교육진흥원 본부장은 “영어를 기반으로 하는 해외 무크는 언어장벽으로 국내 학습자들이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대학의 우수한 학습자원을 디지털화해 체계적으로 공유함으로써 평생 학습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무크 강좌는 한국어로 진행되며 영어 자막이 제공된다. 대학생, 직장인 등 관심 있는 사람이면 하나의 아이디(ID)로 모든 대학의 강좌를 학습하고, 평생학습계좌제와 연계해 학습이력을 체계적으로 기록・관리할 수 있다. 또 무크의 특징인 양방향 학습의 적극적인 구현을 위해 질의・응답, 과제 부여, 토론 및 학습 커뮤니티 등이 지원된다.

하반기 개설 에정인 K-무크 강좌 (자료 : 교육부)하반기 개설 에정인 K-무크 강좌 (자료 : 교육부)
미국은 민간 주도, 프랑스는 정부 영향 커 미국을 비롯해 영국, 일본 등은 1~2년의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무크 서비스를 더 구체화해 나가고 있다. 미국은 현재 하버드대·매사추세츠대(MIT) 등 세계적 대학들이 무크에 참여하고 있다. 대표적인 무크 플랫폼으로는 에드엑스(edX), 코세라, 유다시티(Udacity) 등을 들 수 있다.

에드엑스에는 MIT, 하버드, UC버클리 등 34개 대학과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기관들이 참여하고 있다. 리처드 레빈 예일대 전 총장이 CEO를 맡고 있는 코세라는 스탠퍼드대를 중심으로 도쿄대, 베이징대 등 108개 세계 유수 파트너들이 참여해 수많은 강좌를 제공한다. 에드엑스나 코세라의 경우 과목을 수강하는 것은 무료이나 수강 후 특정 자격증에 관해서는 발급 비용을 요구한다. 유다시티는 컴퓨터공학 분야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AT&T 등의 기업과 연계해 직원 교육이나 인력풀 등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영국의 무크는 40년 이상의 원격 강의 경험을 가진 오픈유니버시티(Open University)가 출자한 퓨처런(FutureLearn)이 맡고 있다. 퓨처런의 특징은 서비스 대표가 교육자가 아니라 사업가이며 영리를 추구한다는 점이다. 대표를 맡고 있는 사이먼 넬슨은 15년 가까이 BBC에서 라디오, 음악, 온라인 스테이션 등 신규 미디어 부분을 운영했다. 그는 “BBC와 퓨처런은 기존 산업을 새롭게 창조한다는 면에서 같은 평행선 위에 존재한다”고 인터뷰한 바 있다. 퓨처런의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서는 아직 언급된 바 없다. 퓨처런은 세계 대학뿐만 아니라 대영박물관, 영국문화영국문화원, 영국필름협회 등의 기관들과도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2월 기준 44개 기관과 파트너십을 가지고 있으며, 성균관대, 연세대도 포함되어 있다.

프랑스의 펀(FUN)은 2013년 프랑스 고등교육・연구부 장관 주도로 추진돼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1월 10여 개 기관이 20개 강좌를 서비스하는 것으로 시작해 1월 26개 기관, 76개 강좌를 제공하며 약 40만 명의 유저를 보유하고 있다. 대학에 정부 예산 300만 유로를 투입해 무크 콘텐츠 개발 프로젝트 ‘Crea무크s’도 운영한다. 강력한 정부 주도로 이뤄지고 있지만 학점 인정은 되지 않는다.

중국의 무크 서비스는 미국의 코세라, 에드엑스와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본격화됐다. ‘코세라 존’, ‘쉐탕엑스(XuetangX)’는 각각 코세라와 에드엑스의 형식을 따왔으며, 카이케바(Kaikeba)는 중국 교육솔루션 제공업체 주도로 만들어져 푸싱기업의 협조를 받아 IT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모든 콘텐츠는 중국어로 제공하고 있다.

일본은 비영리단체인 J무크(JMOOC) 컨소시엄을 중심으로 여러 서비스 제공자들이 소속된 형태다. 제이무크가 인증한 서비스 제공자들로는 갓코(Gacco), 오픈러닝재팬(Open Learning Japan), 오픈유니버시티재팬(Open University Japan)이 있다. 제이무크는 이들로부터 강의를 제공받아 웹사이트에 올릴 뿐 학습자 통합 기록은 관리하지 않는다. 도쿄대, 교토대, 게이오대, 와세다대 등 일본의 유명대학과 NTT도코모, 스미모토 등 대기업이 플랫폼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강의 차별화·저작권 해결 등 과제도
K-무크는 공용 플랫폼 등 기반 조성은 정부 지원을 통해 추진하고 강좌 개발 및 운영모델 등은 대학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정부 주도의 프랑스 펀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일본 제이무크의 장점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

K-무크를 통해 국내에서도 ‘더 배우고 싶은’ 사람들이 수준 높은 고등교육에 접근할 수 있게 된 점은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K-무크가 한국을 대표하는 교육 플랫폼이 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우선 콘텐츠 경쟁력이다. 이미 기존 KERIS를 중심으로 1만 여 개의 KOCW 콘텐츠가 생성돼 있고, 21개 사이버대학에서 1만 개에 육박하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콘텐츠와의 차별성은 물론 기존 콘텐츠를 ‘능가’하는 강의를 개발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강의를 준비하는 대학, 교수들 입장에서는 학습자들의 수준이 모두 다르다는 점이 곤혹스럽다. K-무크는 학습목표는 명확하지만 학습자에 대한 규
명은 명확하지 않다. 교육을 준비해야 하는 교수들로서는 자신의 강의를 불특정 다수가 요구하는 강의로 제작해야 하는 부담감이 커질 수 있다.

저작권 이슈도 불거지고 있다. 교육 콘텐츠를 제작할 때 이미지, 도표, 동영상, 폰트 등 타인의 저작 자료를 이용하거나 이를 기반으로 만든 교육 콘텐츠가 인터넷으로 공개되는 경우 저작권 이슈가 발생한다. 현재 강의를 준비하는 교수들 중에는 저작권에 대한 부담으로 강좌가 위축되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저작재산권자가 명확하면 해당 저작물의 이용을 허락받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내용에 대한저작재산권자를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일일이 이용 허락을 받기도 쉽지 않다. 때문에 고등교육에서는 교육에 필요한 저작물들을 사용하고 한꺼번에 저작재산권자에게 저작권료를 지불하거나 저작권을 관리하는 상급기관에 저작권 기금을 위탁하는 형태를 활용하고 있다.

교육부는‘ 공공누리’와 같은 공공저작물을 활용하거나 CCL 등 저작권으로부터 자유로운 자료를 사용할 것과 PPT 강의보다는 칠판을 활용하는 강의를 권장하고 있다.

현재 고등교육 방식은 여전히 대학 강의실에서 정해진 시간에 이뤄지는 개별 교수 중심의 설명식 강의다. K-무크를 통해 수준 높은 강의 동영상이
개발되고‘ 대박강의’가 나온다면 일반 대학들의 교수 학습 방법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본 기사는 테크엠(테크M) 2015년 9월호 기사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매거진과 테크M 웹사이트(www.techm.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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