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취업·이직을 준비한다면 '이것'부터 파악하라

머니투데이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2015.08.2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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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시장 오해와 진실]⑦ 내부발탁 vs 외부영입

재취업·이직을 준비한다면 '이것'부터 파악하라


비영리 경제연구기관인 콘퍼런스보드 조사에 따르면 포천 선정 50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평균 재임기간은 9.7년(2013년 기준)으로 나타났다. 조사 기관에서는 최근 10년간 CEO의 재임기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기업 환경의 경쟁 강도가 높아지면서 유발되는 현상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몇 해 전 부즈앤컴퍼니(Booz & Company)에서 흥미로운 조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전세계 상장사 2500개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14%에 해당하는 기업들이 당해 CEO를 교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 CEO의 평균 재임기간은 국제적인 평균보다도 훨씬 짧은 상황이다. CEO스코어가 2001년 1월 이후 신규 선임됐다가 퇴임한 전문경영인 57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들의 평균 재임기간은 2.6년으로 조사됐다. 전체 조사 대상자 중에서 3년 임기를 채우지 못한 CEO는 전체의 63.7%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고, 1년도 못 채운 CEO 역시 17.7% 수준으로 확인됐다. 가장 평균 임기가 길었던 상장사 역시 5.34년 수준에 불과했다.

많은 경영학자들은 이처럼 CEO의 임기가 짧아지는 이유를 불경기 등의 이유로 회사의 성과가 제대로 달성되지 않을 경우 이로 인해 CEO를 교체하고 싶은 욕구가 높아진 데 기인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처럼 빈번히 CEO 교체하다 보면 부수적으로 뒤따르는 고민이 하나 있다. 그것은 새로운 CEO를 내부인사로 할 것인가 아니면 외부에서 찾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외부에서 영입된 CEO들은 경영성과 개선에 강한 의욕을 나타내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조직 및 업무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강점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기존의 조직 구성원과의 이해관계가 적기 때문에 과감한 전략과 내부 변경을 감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외부 영입 CEO가 강점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관련 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해당 기업의 문화 내지 구성원과의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약점이 있다.

반면 내부발탁 CEO는 해당 조직에 오랫동안 근무했기 때문에 해당 산업과 구성원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비교적 큰 저항감 없이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내부발탁 CEO에게는 급진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처럼 내부 발탁 CEO와 외부 영입 CEO 간에 분명한 장단점은 선택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노스웨스턴 대학의 에드워드 제이작(Edward J. Zajac) 교수가 이에 대해 시사점을 주는 연구 성과를 발표한 바 있다.


제이작 교수는 외부영입 CEO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취임 전후에 특정한 상황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제시한다. 먼저 새로운 CEO를 외부에서 영입해야 할 환경으로는 시장 상황이 급변하거나 불확실성이 높아 과감한 전략을 추진해야 할 상황일 때를 꼽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가장 급변하는 분야인 모바일 분야의 대표주자인 카카오톡에서 30대 CEO를 외부 영입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이 역시 기업이 어떠한 상황에서 외부 영입을 수행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제이작 교수는 외부 영입 CEO가 소기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본인의 취임과 동시에 자신을 보좌할 임원진을 곧바로 교체할 것을 권하고 있다. 기업 전반의 상황을 CEO 혼자서 파악하고 조정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자신과 공감대를 형성해 회사의 새로운 방향성을 실천해 갈 임원진을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존 임원진의 경우 새로운 CEO에 대한 저항감, 변화에 대한 거부감 등을 내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과의 마찰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임원진은 CEO의 전략과 비전을 사내 구성원들에게 설득하는 작업을 수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존 임원진에게 적극적인 동참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기존 임원진이 바로 예전 전략과 비전을 적극적으로 구성원들에게 전파한 당사자들이기 때문이다.

제이작 교수는 외부 영입 CEO가 취임 이후 임원진을 교체해야 한다고 해서 곧바로 새로운 전략과 사업을 수행하라는 의미는 아니라고 말한다. 제이작 교수는 실증분석을 통해 외부 영입 CEO가 취임 이후 곧바로 신규 사업 내지 전략을 추진할 경우 오히려 해당 회사에 손실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하지만 새로 취임한 CEO는 자신을 임명해 준 주주들을 위해 곧바로 소기의 성과를 내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 이러한 이유로 취임 이후 바로 새로운 사업을 연이어 추진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오히려 조직에 손실을 야기하게 된다. 따라서 취임 이후 임원진은 교체를 하더라도 새로운 임원진과 함께 기존 회사의 상황을 파악하고 자신이 무엇을 진행해야 하는지를 면밀히 확인한 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이직 내지 재취업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작금의 취업 시장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제공해준다. 가장 먼저 경력직으로 특정 회사에 지원할 때 면접 및 실제 업무에 임하는 자세를 어떻게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구직자들은 이직할 회사에서 나를 채용하려는 이유가 급격한 변화 대응을 위한 목적인지 아니면 기존 구성원과의 조화 속에서 연속성 있는 업무 수행을 위한 것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소개한 연구 결과에서는 급진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외부 영입이 적합하고 안정적인 회사의 연속적인 업무에는 내부발탁이 보다 적합함을 제시한 바 있다.

중간 직급 내지 하위 직급으로 지원하는 경우에는 변화 못지않게 기존 업무에 대한 안정감 있는 수행이 중요하기도 하다. 물론 안정적인 업무 수행을 위해서는 사내에서 채용할 수도 있지만, 적당한 내부 대상자가 없어서 외부 충원을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원한 회사에 자소서 내지 면접을 준비하기에 앞서 지원한 직급에 기대하고 있는 업무 형태가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다음으로 구직자는 지원한 회사가 급진적인 변화를 기대하며 자신을 뽑았다 하더라도 업무 내용이나 행태를 곧바로 변경해서는 안되며, 회사의 기존 업무 행태와 내용을 존중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새로 채용한 사람이 자신들의 문제점을 급격히 개선해 줄 것을 기대하며 공고를 내는 회사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변화부터 선도하는 것은 무리가 따를 수 있다. 간혹 특정 회사 구인공고 중에는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구직자를 찾는다는 공고가 얼마 전에도 동일하게 있었던 경우가 종종 있다. 이 경우 신규 채용한 사람이 업무에 적응하지 못하고 곧바로 그만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러한 보직에 지원할 경우 해당 회사의 기존 업무 내용과 방식에 대한 적응력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변화는 그 다음 일이다.

채용 환경이 변화해 이제 재취업 내지 이직 등의 비율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또한 취업난으로 인해 원치 않은 직장을 다니며 다시 재취업을 노리는 사람들도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성공적인 직장 생활을 이어가는 전략 중 하나가 재취업 전략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은… 연세대 경제학과, 동 대학원 경제학 석사, KAIST 경영학 석사,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을 수학했다. “배워서 남 주자!”라는 신조에 따라 EBS, KBS 라디오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일반인들을 위한 교양 경제 강의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으며, 현대, SK, 롯데 등 주요 기업들에 출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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