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암살' 두번이나 국회서 상영되는 이유는…

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2015.08.12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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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김을동·이종걸 각각 상영회…'파벌'심하던 '독립운동사'연상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김을동 의원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영화 '암살' 특별상영회에서 태극기를 들고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고 있다. 오는 13일 같은 장소에서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도 신흥무관학교기념사업회와 공동상영회를 연다./사진= 뉴스1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김을동 의원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영화 '암살' 특별상영회에서 태극기를 들고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고 있다. 오는 13일 같은 장소에서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도 신흥무관학교기념사업회와 공동상영회를 연다./사진= 뉴스1


영화 '암살'이 광복절에는 천만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회도 '암살' 열풍이다. 지난 6일 김을동 새누리당 의원에 이어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오는 13일 국회 상영회를 연다.

김좌진 장군 손녀인 김 의원은 김무성 대표와 공동으로 국회 상영회를 성황리에 열었다. 일제강점기 전 재산을 정리해 만주에 신흥무관학교를 세운 것으로 유명한 이회영 선생의 손자 이종걸의원은 신흥무관학교기념사업회와 공동상영회를 개최한다. 같은 영화를 두 번이나 국회에서 상영행사를 갖는 건 사상 처음일 것이다.



극중 독립군 염석진(이정재 분)은 아편굴에 들어가 아편을 피우며 "독립군 놈들 다들 저 잘났다고 뿔뿔이 흩어져 돈이 없어 뭘 할 수가 없어. 안돼"라며 한탄을 한다. 일제강점시기 우리 독립운동가들의 당시 현실을 압축한 뼈저리게 아픈 대사다.

우리 독립군이 궤멸되고 뿔뿔이 흩어진 계기가 됐던 1922년 ‘자유시참변’도 결국 파벌과 주도권다툼때문이었다. 3500명이상 집결해 훈련받던 독립군은 이 사건으로 960명이 전사했고 약 1800명이 부상당하거나 포로로 잡혔다. 독립군은 이후 초라한 규모로 쪼그라들었다.



만주, 상하이, 시베리아로 떠난 많은 우국지사들이 목숨을 바쳐 투쟁했지만, 독립운동이 얼마나 지리멸렬했고 좌우분파, 지역분파 로 나눠 서로 얼마나 으르렁댔는지 우리는 잘 안다. 광복 후 이어진 '분파주의'는 격렬한 '신탁·반탁 대립'까지 불렀다.
결국 일제하에서 광복, 6·25로 이어지는 서로간의 '암살'로 거의 대부분의 민족 지도자급 인사들은 총탄에 쓰러졌다.

자유시참변을 가까스로 피한 김좌진도 반공주의자가 됐다 공산주의자에 의해 암살됐고, 이회영 선생도 밀정들의 밀고로 중국 다롄의 일본경찰에 잡혀 고문 끝에 옥사했다.

김좌진·이회영 두 분의 후손인 김을동·이종걸 두 의원이 여야를 떠나 공동 상영회를 주최했더라면 영화 '암살'의 의의가 더 살아났을 것이다.
6일 상영회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만세삼창을 했다. 혼자가 아니라 그가 김을동·이종걸 의원의 손을 잡고, 또 김무성·문재인 대표가 어깨를 서로 두르고 "대한독립 만세! 만세! 만세!"를 외쳤다면 보기드문 명장면이었을 것이다.


그 뿐인가 전지현, 최동훈 등 배우·감독들도 여야 공동행사에 부담없이 참석했을 것이다. 우리 정치현실에서 정치에 뜻이 있지 않는 한, 한쪽 행사에 참석할 배포 큰 연예인은 극히 드물다.

‘국회상영회’마저 두번에 나눠 하는 모습에서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 파벌싸움의 기나긴 그림자가 연상된다.

지난 7월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암살' 언론시사회에서 최동훈 감독과 하정우, 전지현, 이정재 등 출연배우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뉴스1지난 7월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암살' 언론시사회에서 최동훈 감독과 하정우, 전지현, 이정재 등 출연배우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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