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이중구조'…국회가 해법 찾으려면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2015.08.11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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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노동개혁, 미래와의 상생 ②:노동시장 이중구조(3)]노사정 '상층부'아닌 당사자 전체 의견 반영해야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박근혜 대통령이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결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국회의 역할이 주목된다. '공무원연금 개혁' 숙제를 끝낸 정부여당이 여세를 '노동개혁'까지 이어가려 하고 있지만 정부 바람대로 개혁이 성공할지에는 의문부호가 뒤따른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노동부 장관을 지낸 이인제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당내 '노동시장선진화 특별위원회'를 꾸리며 정부와 노동개혁 공조에 나섰고, 새정치민주연합은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출신의 추미애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청년 일자리 창출 및 노동·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특별위원회(가칭)'를 꾸려 맞불을 놨다.



여야 모두 노동개혁에 당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정치권을 바라보는 노동계와 재계의 기대는 높지 않다. 정치권의 논의가 성과 없이 '말의 성찬'으로 그치는 것 아니냔 우려 때문이다.

여야는 정부가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본격적으로 들고 나온 지난해 말 이후에도 노동개혁에 그리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노동문제를 담당하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을 제외하면 여야 지도부와 정책위원회의 우선 순위에 노동개혁은 빠져있었다.



여당으로선 김무성 대표의 말대로 '표 떨어지는' 논의에 앞장서는 게 껄끄러웠고, 야당으로선 정부 정책 기조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굳이 '논의 테이블'에 앉아 정부에 힘을 실어줄 이유가 없었다. 여야 모두 국회 밖의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 논의를 지켜보자며 노동개혁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결국 노사정위 합의는 결렬됐다. 노동계가 지난 4월8일 노사정위 최종 합의 결렬을 선언한 것이다. 노사정위는 당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과 관련 △협력업체 근로자 근로조건 향상 지원시 정부 세제 지원 △상시·지속 업무 종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인건비 절감만을 이유로 한 비정규직 남용 제한 등에 대해 공감대를 확인했지만 합의가 최종 결렬되면서 이들 논의도 물거품이 됐다.

당시 노동계는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 및 파견대상 업무 확대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 단계적 시행 및 특별추가 연장 △정년 연장 및 임금피크제 의무화 △임금체계 개편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를 '5대 수용불가' 사항으로 천명했다.


5대 수용불가 사항 중에서도 최대 쟁점은 '일반해고 가이드라인'이었다. 정부가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의 핵심으로 꼽고 있는 부분이다. 정부는 정규직의 과보호로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있다고 보고, 행정지침(가이드라인)을 통해 업무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 요건을 명확하게 해 기업의 고용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노동계와 야당은 '쉬운 해고'를 조장하고, 사측의 해고 권한만 강화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한다. 또 정부가 추진 중인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2년→4년) 역시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맞선다.

이와 관련,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를 금지하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 '행정독재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입법조사처 역시 "일반해고는 법리적 해석으로 그 정당성이 판단돼 왔는데, 행정지침으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라며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에서 행정지침으로 (일반해고에) 접근하는 방식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은 노동개혁을 논의할 기구를 두고 기싸움을 하고 있다. 정치권이 의미없는 정쟁만 반복하고 있단 비판이 나온다. 여당이 주장하는 노사정위원회뿐 아니라 야당이 주장하는 국회 대타협기구 역시 이미 '실패'를 경험한 안이기 때문이다.

앞서 환노위는 19대 국회 전반기 당시 통상임금·근로시간 단축·정리해고 요건 강화를 놓고 국회 차원의 대타협을 모색한 바 있다. 당시 국회는 이해관계자인 노동계와 재계, 정부가 한 자리에 모인 '노사정 사회적 논의 촉진을 위한 소위원회'를 구성해 두 달여간 논의를 이어갔지만 합의물은 없었고, 이후 국회 차원의 노동문제 해결 논의는 자취를 감췄다.

국회 관계자는 "노동개혁 문제가 돌고 돌아 정치권으로 다시 왔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며 "논의테이블을 어디로 하느냐가 아니라, 여야를 비롯한 정부와 노동계, 재계가 노동개혁을 이루겠단 의지가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까지의 논의는 일부 전문가와 노사정 상층부 위주로 전개됐다"며 "비정규직과 청년 층 등의 의사를 반영하는 사회적 공론화를 통한 대타협이 이뤄질 수 있도록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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