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영어 절대평가' 도입…국회도 '변별력' 우려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2015.08.06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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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2018학년도 수능부터 영어 절대평가…"변별력 약화로 대학별 고사 확대될 것"

 대학수학능력시험 100일을 앞둔 지난 4일 전북 전주시 효자동 호남제일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보충학습을 받고 있다./사진=뉴스1제공 대학수학능력시험 100일을 앞둔 지난 4일 전북 전주시 효자동 호남제일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보충학습을 받고 있다./사진=뉴스1제공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평가(수능)부터 도입되는 영어 절대평가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회도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6일 국회와 교육부에 따르면 정부는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이고 학교 영어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올해 고등학교 1학년들이 수능을 보는 2017년(2018학년도 수능)부터 수능 영어영역은 '절대평가' 방식을 도입키로 했다.



기존 상대평가 방식은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실질적인 영어 능력 향상보다는 경쟁적인 학습 분위기를 조성해 문제가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절대평가 방식을 도입해 기존 문제풀이 중심의 수업이 아니라 의사소통 중심의 수업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절대평가가 도입되면 수능 영어 성적 표기방식도 바뀐다. 현재는 등급·백분위·표준점수가 모두 제공되지만 절대평가 도입 이후에는 등급만 제공될 예정이다.



정부가 절대평가를 도입해 학교교육과정을 정상화하려는 취지에는 공감대가 형성된 분위기다. 그러나 반대편에선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수능 영어시험의 절대평가 도입시 영어 논술·면접 등과 같은 대학별 고사 확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가 이미 '쉬운 수능 영어' 출제 방침을 밝힌 가운데서 절대평가까지 도입된다면 영어영역의 변별력이 약화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또 정부의 '쉬운 수능 영어 출제' 방침 속에서 절대평가를 도입해 사교육비가 감소하더라도, 그 사교육비가 수학 등 다른 과목으로 전이되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단 우려도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역시 "영어 사교육비 유발을 줄인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단지 영어과목만 절대평가로 전환한다고 해서 학교교육 정상화를 이루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고교교육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 등 재정지원과 연계해 학생부 전형 중심의 대입전형 체제가 확립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즉, 대학별 고사보다 학생부 중심으로 대입전형을 운영하는 대학들에게 인센티브를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입법조사처는 재정지원 등과 같은 연계한 정책은 일시적·제한적 효과를 나타낼 순 있지만, 고등학교 영어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근본적인 개선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국회 관계자는 "교육부는 수능시험 영어영역의 평가 기준을 수능시험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설정하고 그에 따라 수능시험 영어영역 시행계획을 수립 및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영어 뿐 아니라 국어·수학에서도 절대평가를 도입해야 정부가 당초 목표로 한 '사교육비 절감' 및 '학교교육 정상화'란 정책 취지가 효과를 볼 것이란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해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논평에서 "영어만으로 국한된 절대평가는 사실상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며 "교육부는 수능 영어 절대평가로 영어에 대한 사교육비 절감과 학생들의 학업 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다고 하지만 사교육비의 주범인 수능 수학에 대한 대책이 없다면 사실상 그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영어 영역의 절대평가가 정착되는 경과를 보면서 국어나 수학에도 절대평가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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