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홍역을 치른 정부는 한숨을 돌리고 5월말부터 올해 세제개편 방향을 잡기 시작했다. 정부 앞엔 세수부족 해결이란 목표가 놓였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대형 변수가 생겼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전국을 강타한 것. 수십명이 사망하고, 수만명이 격리치료를 받았다. 모든 부처를 다독이면서 세법개정을 본격적으로 준비해야할 6월, 정부는 메르스 극복에 매진했다.
정부는 지난 2개월여 경제활력을 높이는 방안 찾기에 몰두했다. 고민의 고민을 거듭한 끝에 청년 일자리 확대를 답으로 제시했다. 많은 청년들이 일자리를 얻어야 미래 성장동력도 확충되고, 세금도 많이 걷을 수 있기 때문이다. 큰 방향을 청년 고용절벽을 해소로 잡았다. 그러면서 소비여건을 개선하고, 기업들의 수출과 투자를 촉진하는 방안도 만들었다. 청년 고용절벽세제와 대형가전제품 개별소비세 폐지, 수출 중소기업 부가가치세 납부유예 등이 나온 배경이다.
결국 늘어나는 세금에서 줄어드는 세금을 차감한 1조892억원의 세수증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세목별로 살펴보면 △소득세 3786억원 △법인세 2398억원 △부가가치세 3135억원 △기타 1573억원 등이다. 세금은 고소득자(6415억원)와 대기업(4114억원)이 97%(1조529억원)를 부담한다. 나머지 1888억원은 외국인과 비거주자가 낸다. 반면 서민·중산층은 1413억원, 중소기업은 112억원 등 모두 1525억원 세금 감면 혜택이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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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유로 일각에선 부자·대기업 증세란 지적이 나온다. 앞에선 경제활성화를 외친 정부가 뒤에선 그나마 돈을 쓸 여력이 있는 고소득층과 대기업으로부터 세금을 걷는단 논리다. 그러나 정부 생각은 다르다. 기존에 보지 못했던 사각지대에 과세, 세수를 늘렸단 입장이다. 문창용 기재부 세제실장은 "경제활력의 방점은 청년과 근로자, 자영업자들의 소득을 늘리는 방향에 찍혔다"며 "경제위축을 피하면서 세수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찾다보니, 무늬만 업무용 승용차와 같은 사각지대들이 보였다"고 강조했다.
홍기용 인천대 세무회계학과 교수(한국세무학회 회장)은 "올해 세법개정에 따른 세수효과는 향후 5년간 1조원 안팎으로 예년보다 크지 않은 편"이라며 "올해 연말정산 파동과 최근 경기침체 현상을 반영해 추가 세원발굴보다는 경기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것 같다"고 말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이번 세제개편안의 세수효과로는 향후 소요될 복지재원 마련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소득세, 법인세 등 중요 세목의 세율, 과표구간 등 전체적인 틀을 바꾸는 논의가 계속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