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인맥은 금맥" 프랜드십 쌓는 은행들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15.08.0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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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달 은행장들-아세안 10개국 주한대사, 금융위원장·금감원장과 회동

"동남아 인맥은 금맥" 프랜드십 쌓는 은행들


#. 최근 A금융지주사 회장은 동남아시아 B국가의 고위 관계자 방한 소식을 듣고 인맥을 총동원해 고위 관계자의 미팅을 성사 시켰다. 진출을 추진 중인 자사의 해외지점 승인 요청을 위해서였다. 최근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인허가를 위해 동남아 고위 당국자들과의 만남에 발벗고 나선 이 같은 모습은 올해 들어 더 잦아졌다.

은행권이 베트남·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금융당국자들과의 인맥 쌓기에 바빠졌다. 인허가에 필요한 네트워크 형성이 해외진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절감하고 있는데다 최근 들어 국내 은행 간 동남아 진출 경쟁도 치열해진 영향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이번달 정기이사회 날 임종룡 금융위원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 주한대사를 초청해 시중 은행장들과의 회동을 주선한다. 은행장들이 동남아 국가 당국자들과 인맥을 쌓을 수 있는 채널을 늘리자는 취지로 마련된 자리다.

다음 달엔 금융연구원 등이 설립한 해외금융협력협의회가 베트남 국장급 금융당국자 5~7명을 초청해 국내 금융사 해외사업팀 실무진과 면담을 열 계획이다. 이 역시 국내 금융사 실무진들이 해외진출에 도움이 될만한 해당 국가 금융당국자들과의 인맥을 쌓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CEO들이 해외진출에 속도를 내기 위해 직접 현지를 방문하는 경우도 늘었다. 지난달 말엔 김용환 NH농협금융 회장이 미얀마를 방문해 테인세인 미얀마 대통령과 면담을 가졌고, 성세환 BNK금융 회장도 베트남에 방문해 응웬 떤 중 베트남 총리를 만나 직접 호찌민 지점 개설 인가를 요청했다.

네트워크 미비가 국내 금융사 해외진출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혀온 가운데, 동남아 금융당국자들과의 스킨십을 강화하는 이 같은 추세는 올해 들어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 진출이 빨라지며 더 뚜렷해졌다.

인도네시아·베트남 등 인수합병이나 지점·법인 전환에 뚜렷한 기준이 없어 일방적으로 답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기 때문이다.


일례로 올해 호찌민 지점을 낸 하나은행은 사무소에서 지점 전환까지 8년이 걸렸고, 농협과 부산은행 역시 베트남 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하려고 수년째 시도 중이지만 아직 승인을 받지 못했다.

작년 미얀마 정부가 진출을 희망한 국내 은행엔 한 곳도 인허가를 내주지 않은 쓰라린 경험도 해외 당국과의 네트워크 중요성을 각인시켰다.

이에 올해 들어 우리나라 금융당국도 인도네시아, 베트남의 재무부·중앙은행과 정기협의채널을 신설 하는 등 국내은행 해외진출 지원 방향의 초점을 네트워크 강화에 뒀다.

금융감독원, 은행연합회, KDI국제정책대학원이 아시아 신흥국 은행감독당국자를 대상으로 등록금, 체재비를 지원하는 장학프로그램을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해외진출의 경우, 동남아에 진출하려는 다른 국가들과의 경쟁도 넘어야 할 벽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등 고성장으로 주목받는 국가들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며 "특히 이들 국가의 금융당국엔 중국, 일본, 미국의 물량공세가 워낙 강력해 상대적으로 접촉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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