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리엔터프라이즈 공장 내부. 일반 중소 제조업체보다 넓은 통로를 통해 작업효율을 향상시켰다. /사진=두산인프라코어
이주성 두리엔터프라이즈 대표(43)는 "두산의 출자와 에스틸의 전문가 파견으로 그동안 눈에 보이지 않던 문제점들을 잡을 수 있었다"며 "현장 공정이 개선되니 매출도 2배 이상 늘고 직원 수도 2.5배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두리엔터프라이즈의 이 같은 협력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 협약' 이행의 모범사례로 꼽혔다.
이주성 두리엔터프라이즈 대표. /사진=두산인프라코어
지난 24일 찾은 인천 부평구의 400여㎡ 규모 두리엔터프라이즈 공장은 중소 제조업체답지 않게 높은 천장과 넓은 통로가 인상적이었다. 두리엔터프라이즈는 굴착기 뒷부분 균형추인 카운터웨이트와 굴착기를 연결시키는 부품 '보스'를 제조한다. 공장 한켠에는 두산 1차협력업체 에스틸에 납품할 물량이 쌓여있었다. 에스틸은 이 보스를 조립해 카운터웨이트를 만들어 두산인프라코어로 보낸다.
에스틸 관계자는 "예전에는 두리 현장을 방문할 때 계단 올라가기가 겁날 정도로 방치된 물품이 많았는데, 현장관리 매뉴얼이 적용된 뒤에는 깔끔한 모습으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에스틸은 주기적으로 두리 공장을 방문해 현장개선활동 수행 여부를 점검하고 노하우를 전수했다.
◇기계 하나 설치했는데…불량률 30%→0.01%
이 대표는 보스 가공 공정을 가리키며 "마모도를 '지가' 알아서 그때마다 알려주니까 생산성이 확 올라갔다"며 웃었다. 그가 일컬은 대상은 두산인프라코어가 설치해준 '공구 길이 자동측정 및 설비정지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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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를 가공하는 공구(팁)가 마모되면, 필요 규격과 다른 불량품이 제조된다. 이를 막고자 직원들이 1시간에 10분씩 기계를 정지시키고 손으로 일일이 공구 교체시기를 파악했다. 하지만 교체시기를 놓쳐 불량 보스가 생산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보스를 제조하는 공구(팁)의 길이를 자동으로 측정해, 공구가 마모되면 자동으로 제조설비의 운행을 정지하고 새로운 공구로 교체할 수 있도록 알려주는 시스템을 지원했다. 시스템 설치 후 두리엔터프라이즈의 보스 불량률은 30%에서 0.01%로 현저하게 낮아졌다. 불량률이 낮아지니 매출은 자연스레 뒤따라왔다.
두리엔터프라이즈는 업계에서 불량률 낮은 업체로 명성을 쌓게 돼 2013년 11억원 수준이던 매출이 지난해 20억원으로 늘었다. 품질을 인정받아 최근에는 처음으로 외국업체 주문도 들어왔다. 직원도 기존 9명에서 23명으로 대폭 늘렸다.
공구 길이 자동측정 시스템을 통해 불량률을 0.01%까지 낮췄다. /사진=두산인프라코어
납품물량 맞추기에 급급한 중소업체에게 공장정리 및 매뉴얼 활용을 요구하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두산인프라코어의 지속적 상생협력 노력에 이주성 대표가 적극적으로 화답하며 성공적인 현장 개선을 이끌어냈다.
두리엔터프라이즈는 제조업 불황 속에서도 선주문이 밀려들어와 이미 한달치 일감이 쌓여있는 상태다. 글로벌 업체의 주문까지 들어와 올해 안에 제2공장을 증설할 계획도 세웠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현장개선의 필요성을 느끼도록 의식을 전환시키고, 실천에 나설 수 있는 체계적 방안을 제시했다"며 "이주성 대표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개선에 참여한 점도 컸다"고 말했다.
아울러 "두산인프라코어 역시 질 좋은 부품을 납품받아 품질이 더욱 향상된 굴착기를 생산할 수 있게 됨으로써 세계 중장비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