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주식 투자한 자산가, "구글·아마존 급등 때 웃었다”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15.07.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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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103>미국 주식 투자하기(상)

편집자주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지난 금요일 구글(GOOGL)이 16% 급등한 거 알죠? 허허...내가 연초에 구글(주식)을 좀 샀거든. 그 전날 넷플릭스(NFLX)도 18% 올랐는데, 연타석 만루홈런친 거죠.”

강남에 사는 40대 중반의 자산가 최모씨는 요즘 미국 주식 투자 재미에 흠뻑 빠져 있다. 며칠 전 강남의 한 은행 PB센터에서 만난 그는 올해 미국 주식 투자로 엄청난 이익을 올리고 있다며 이제야 비로소 주식투자의 진정한 묘미를 알게 됐노라고 웃었다.



수십억 원 대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그는 그동안 주식시장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왔다. 하지만 수익률은 그저 그랬다. 올해 초를 기준으로 그가 지난 5년간 거둔 누적수익률은 38% 정도. 강남역 주변의 상가·오피스텔 임대 수익률이 보통 5~7%인 점을 고려하면 그리 나쁜 성적은 아니지만 그동안 주식투자를 하면서 마음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결코 좋은 성적이 아니라고 최씨는 털어 놓았다.

그는 연도별 수익률을 거론하며 그가 주식투자로 마음 고생이 얼마나 심했는지 설명했다. 지난 5년간 그의 연도별 주식투자 성적은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반복하며 일정하지 않았다. 그는 “이런 변동성 때문에 가장 속이 상했다”며 “왜 똑 같은 실수를 반복해 이익과 손실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지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올해 초 그는 주식투자 전략에 대대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우선 투자 대상을 한국 주식시장에서 미국 주식시장으로 확 바꿨다. 그 이유는 한국 시간으로 밤과 새벽에 열리는 미국 주식시장에 투자하면 매시간 시세를 들여다보며 충동 매매를 하지 않을 거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한 그의 예상은 맞아 떨어졌다. 처음 한달동안은 매일 밤 늦게까지 자신이 투자한 미국 주식의 시세를 들여다봤지만 머지않아 이것도 자정을 넘기지 않게 됐고, 나중에는 잠자리에 들기 전 잠시 시세를 체크하는 정도로 그쳤다. “매시간 시세를 들여다보며 주가에 연연하지 않게 된 게 가장 큰 변화”라고 최씨는 밝혔다.

그리고 종목 선정도 성장주로 국한했다. 그가 고른 미국 성장주는 구글(GOOGL), 애플(APPL), 페이스북(FB), 아마존(AMZN), 넷플릭스(NFLX), 그리고 테슬라(TSLA) 이렇게 여섯 종목이었다. 그는 “한국에도 잘 알려진 대표적인 성장주를 고르는 통에 따로 공부 같은 건 하지 않았다”며 “과거 한국 주식을 고를 때 쏟아 부은 시간과 노력에 비하면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였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그는 각 종목에 5천만 원씩 고르게 투자했다. 주식 매수도 5천만 원 전부를 한 번에 투자하지 않고 1월 한 달 동안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조금씩 사 모았다. 그리고 주식을 산 뒤 주가가 떨어지면 안달하고 추격 매수를 했던 과거와 달리 절대 욕심을 내지 않고 매수할 때도 똑같은 수량만을 고집했다고 말했다.

“여기까진 별로 특이하지 않죠. 하지만 과거와 진짜 달라진 건, 조그만 이익에 서둘러 팔아 버리지 않고 죽 보유하고 있다는 겁니다”

자산가 최씨는 올초 미국 주식 투자 후 지금까지 팔지 않고 보유하고 있다. 그는 과거와 달리 주가가 조금 올라도 팔지 않았던 이유는 순전히 미국 주식이라 밤이나 새벽에 일어나 매매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계면쩍게 웃으며 말했다. 또 매일 시세에 연연하지 않게 되면서 매도하고 싶은 충동이 줄어들게 된 것도 쉽게 팔아버리지 않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러한 최씨의 매매 행태의 변화는 놀랄만한 투자 성과로 나타났다. 최씨가 올초에 투자한 6개 미국 성장주들의 상승률은 보면 가히 놀랍다.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GOOGL)은 지난 16일 2분기 실적 발표 후 주가가 하루에 16% 넘게 폭등했다. 주가는 연초 대비(7월23일 기준) 30% 올랐다.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업체인 넷플릭스(NFLX)도 지난 15일 2분기 실적 발표 후 그 다음날 주가가 18% 폭등했다. 연초 대비 무려 125% 상승이다.

지난 22일 아이폰6의 매출 호조에 힘입어 기록적인 영업이익을 발표한 애플(APPL)은 연초 대비 11% 올랐다. 하지만 애플은 실적 발표 후 그 다음날 주가가 4% 빠졌다. 세계 최대 SNS주인 페이스북(FB)은 연초 대비 20% 넘게 올랐고, 세계 최대 인터넷 상거래업체인 아마존(AMZN)은 55%, 그리고 세계 최고의 전기차 제조업체인 테슬라(TSLA)는 20% 상승했다.

최씨는 각 종목에 5000만원 씩 균등하게 투자했기 때문에 단순 계산만으로도 그의 투자 수익률은 43%에 달한다. 하지만 최씨는 올해 1월 한 달간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주식을 사들였기 때문에 매수 단가는 연초 주가에 비해 낮아서 수익률이 거의 50%에 달한다고 귀뜸해줬다.

최씨에게 그 정도면 이제 이익을 실현할 때가 아니냐고 묻자 그는 “그리스 사태 때문에 올 9월에 미국이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하는데, 그때까지 두고 볼 생각”이라고 답했다.

최씨는 “나는 과거에 주식을 매시간 들여다보며 안달하는 병(?)을 갖고 있었는데 미국 주식에 투자하면서 그 병이 싹 없어졌다”며 "올해엔 주식 투자로 자책하거나 후회하는 일이 사라졌다"고 무쩍 흐뭇해 했다.

자산가 최씨를 만난 뒤 이틀 후 최씨가 또 한 번 싱글벙글할 희소식이 들렸다. 최씨가 투자한 아마존(AMZN)이 23일(현지시간) 2분기 실적을 발표하자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17% 넘게 폭등한 것. 24일 거래에서는 장중 20%까지 치솟기도 했다. 또 한번의 만루홈런이다.

그리고 다음주엔 페이스북(FB)의 실적 발표, 그 다음주엔 테슬라(TSLA)의 2분기 실적 발표가 있어 최씨는 앞으로 최대 두 번 더 만루홈런을 날릴 지도 모른다. 일이 잘 되는 사람은 옆으로 넘어져도 돈을 줍는다는 데 자산가 최씨를 보면서 '올해 억수로 재물 운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료=google finance,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자료=google finance,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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