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경제가 생물(生物)이다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15.07.23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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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경제가 생물(生物)이다


기자가 '아베노믹스' 현장취재를 위해 일본을 찾은 지난달 말.
아베 내각이 안보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중의원을 중심으로 군불을 떼고 있었다.

도쿄 치요다구에 위치한 국회의사당 주변은 연일 시위대로 장사진이었다. 긴 시위행렬이 의사당과 의원회관 사이를 두고 버텼다. 시위대의 요구사항은 간단했다. 집단자위권 합리화 배경이 되는 아베 내각의 안보법안을 국회가 통과시켜선 안된다는 것이었다.



같은 시각 의사당 내에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논의가 이어지고 있었다. 우리로 치면 한미FTA 정도의 파괴력을 가진 무역협정이다. 국회 밖은 시끄러웠지만 야당 의원들은 내각 관료들을 향해 농민들을 위한 대응책을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했다.

둘다 열도 내에서 메가톤급 이슈지만 국회 논의에서 상호 간섭은 거의 없었다. 정치적 이슈와 별개로 경제 현안을 타결하려는 노력과 전통이 일본 의회의 풍토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아베노믹스가 일본의 20년 디플레이션 터널을 빠져나온 동력이 됐다면, 일본의 이 같은 정치풍토는 아베노믹스의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다.

일례로 재생·세포치료분야에서 세계 선두권이었던 우리나라가 황우석 사태로 정치권 전체가 갑론을박하는 사이 일본은 이 분야에서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연구에 그친 게 아니다. 국회가 앞장서 상용화 단계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일본 의회는 의료기관에서만 허용하던 세포배양을 기업에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재생의료법을 지난해 말 통과시켰다.

일본 내각의 중요 정책을 기획하는 내각부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부대신은 기자와 만나 "한국에서도 재생 분야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것으로 안다"고 치켜세우면서도 "일본은 이 분야에서 가장 우수한 나라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야당이 민생경제 발목을 잡는다'며 책임을 돌리는 여당의 주장이 전적으로 정당화될수는 없다. 소수 야당으로선 현안 법안들을 연계시켜야 집권여당을 견제하고 존재의의를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정치의 현실이다. 그런 야당을 다독이는 것은 정부와 여당 몫이다. 여·야·정 간에 현안별 파트너십이 필요한 이유다.

아베 내각의 재무 실무를 담당하는 스가와라 잇슈(菅原 一秀) 재무부 부대신은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는 한국에 대해 이렇게 훈수를 뒀다.
"경제는 생물(生物)이다. 때를 놓치면 돌아오지 않는다. 정치인들은 국익을 위해 무엇부터 해야할 지 고민해야 한다."
'정치는 생물'이라고 입버릇처럼 얘기하는 여의도 정치인들이 곱씹어볼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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