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직원 '그날'의 마지막 행적 재구성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2015.07.20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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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국정원 직원 행적 '자택→슈퍼마켓→화산리 야산'

 지난 18일 낮 12시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의 한 야산에서 국가정보원 직원 임모(45)씨가 자신의 차량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사진=뉴스1 지난 18일 낮 12시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의 한 야산에서 국가정보원 직원 임모(45)씨가 자신의 차량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사진=뉴스1


경찰이 국가정보원의 해킹 프로그램 구입 의혹과 관련된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국정원 과학정보국 직원 임모씨(45)의 마지막 행적을 쫓고 있다. 경찰은 임씨가 사망 당일 자택을 나서 용인의 한 야산에 주차된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되기까지 행적을 대부분 확인, 단순 자살 사건으로 결론지은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용인동부경찰서가 CC(폐쇄회로)TV 분석을 통해 임씨의 사망 당일 행적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임씨는 지난 18일 오전 4시50분쯤 출근한다며 경기 용인시내에 있는 자택을 나섰다.



임씨는 자신의 빨간색 마티스 승용차를 타고 평소 낚시를 위해 자주 들렀던 용인의 저수지 근처로 가는 길에 한 슈퍼마켓에 들러 호일도시락 2개, 소주 1병, 담배 1갑을 구입했다. 임씨의 차량은 이날 오전 6시20분쯤 숨진 채 발견된 장소에서 1km 남짓 떨어진 지점 도로를 지나는 장면이 CCTV에 포착됐다.

이날 새벽 임씨의 차를 마지막으로 목격했다는 한 마을 주민은 "차가 좁은 길로 힘겹게 올라가길래 길을 돌아가라고 소리쳤는데 창문도 내리지 않고 그대로 지나쳤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씨의 아내 김모씨는 출근한다고 집을 나간 남편이 '나오지 않았다'는 직장의 연락을 받고 남편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자 오전 10시쯤 관할 소방서에 신고했다. 김씨는 신고 당시 "부부싸움을 하고 나간 남편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했고 소방은 즉시 휴대폰 위치추적에 나섰다.

임씨 휴대폰의 마지막 신호가 잡힌 곳은 화산리 인근 기지국이었다. 소방대원들이 2시간여 수색을 진행한 끝에 임씨의 차량을 발견하고 경찰에 인계했다. 자택에서 12km 가량 떨어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이동면 화산리 야산의 중턱 부근이었다.

임씨는 이날 정오쯤 자신의 차량 안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임씨는 구두를 신고 정장 바지와 반소매 와이셔츠를 입은 채 운전석에 누워있었다. 임씨의 차량 안 뒷좌석과 조수석에선 호일도시락 위에 놓인 타다 만 번개탄이 발견됐다. 임씨가 쓴 것으로 보이는 유서 3장도 발견됐지만 볼펜 등 필기도구는 없었다. 임씨가 계획적으로 자살을 시도했을 가능성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경찰은 임씨의 사망 원인이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질식사'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분석 결과를 토대로 사건을 '자살'로 결론짓고 번개탄 구입내역 등 밝혀지지 않은 행적을 추적 중이다.

임씨의 유족들은 경찰 조사에서 "평소 업무 때문에 힘들다고 이야기하긴 했지만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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