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주 약세를 새로운 매수기회로?

머니투데이 이코노미스트실 2015.07.0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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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칼럼]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화장품주의 대표 주자 아모레퍼시픽 (150,600원 ▲4,500 +3.08%)이 7월 2일 최고점 대비 15% 이상 하락한 것을 비롯, 최근 화장품 업체들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고 있다. 기대감이 높았던 2분기 실적이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 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2분기 실적 부진이 일시적인 것으로 지금의 주가 약세를 오히려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대답은 '글쎄요'다.

무엇보다 화장품 업체들의 하반기 실적에 대한 의구심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최근 화장품 업체들의 이익 전망치가 하향된 직접적인 원인은 5월말 메르스가 확산되면서 중국인 관광객의 수가 크게 감소한 결과 면세점 매출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항공사 예약현황을 볼 때, 아직도 중국인 관광객수의 회복 시그널이 뚜렷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하반기 실적 회복에 대한 확신이 어렵다.



이에 대해 일부 투자자들은 이제 한국 화장품 업체들의 성장은 면세점이 아니라 중국 현지 사업에서 시현될 수 있을 것이라며 화장품 업체 주가의 재상승 및 실적 개선을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기대는 그 동안 실적 호조를 이끌었던 면세점의 역할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면세점은 단순히 한국에 여행 온 중국인들에게 물건을 파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면세점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그 자체로 엄청난 마케팅 효과가 있다. 중국에서 인기를 얻어서 면세점에서 판매되는 경우보다 면세점에서의 판매를 시작으로 중국 현지로 진출하는 사례가 많다. 현지 사업을 위해서라도 면세점의 매출 회복은 필수적이다.



그리고 중국인 관광객의 회복도 불투명하다. 5월말 메르스의 확산이 6월 이후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을 크게 위축시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메르스 확산 이전에도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의 증가율은 둔화되고 있었다. 반면, 일본을 방문하는 중국인의 수는 급증하고 있었다. 엔화가치 하락 이후 일본의 관광 및 쇼핑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쇼핑을 관광목적으로 하는 중국인들이 한국이 아닌 일본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인 입장에서 한국과 일본은 단거리 해외 여행이 가능하고 쇼핑이 용이하다는 점에서 대체재이다. 그렇기에 한국의 중국인 관광객 회복은 장기적으로도 쉬워 보이지 않는다.

또한 중국인의 한국 방문과 관계없이 일본을 방문하는 중국인이 많다는 것만으로도 한국 화장품 업체들의 중국 영업환경은 악화될 수 있다. 한국 화장품 업체들은 면세점을 통해 효과적으로 중국인들에게 어필을 하면서 중국 시장을 개척해왔다. 그런데 일본을 방문하는 중국인이 증가하고 이를 통해 일본 화장품에 대한 중국인의 선호가 다시 높아진다면 중국 현지에서 한국 화장품들이 매출을 확대하는 것이 이전보다 어려워질 수 있다. ‘중국인은 한국 화장품을 좋아해’라고 생각했던 것이 오해로 판명날 수 있다.

물론, 일본을 방문하는 중국인이 급증해도 중국인의 해외 여행 증가가 현저히 높아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도 여전히 큰 폭으로 증가하고 이를 통해 중국 현지에서의 브랜드 인지도 역시 높아진다면 앞서의 우려가 단지 기우에 그치고 말 것이다. 하지만 중국인 관광객수 감소에 따른 실적 부진이 현실화된 시점에서 화장품 주식의 매수 여부를 고민하는 투자자라면 최소한 중국인의 한국 방문이 회복하는 것을 확인하는 정도의 신중함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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