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사고' 中연수단 소속 A씨 "두고온 동료 생각에 눈물만…"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이재원 기자, 윤준호 기자 2015.07.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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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버스 앞차 탑승 공무원 "버스가 180도로 뒤집혀"

지난 1일 오후 5시께 행정자치부소속 지방행정연수원 연수생 20여명을 태운 버스가 중국 지안과 단둥 경계지점인 조선족 마을 인근 다리에서 추락했다. 함께 연수에 나섰던 공무원들이 사고 버스로 달려와 구조작업에 힘을 보태고 있다.사고 버스에는 중국 가이드 등 총 28명이 타고 있었으며 이중 김태홍 부산시청 사무관 등 10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독자제공)2015.7.2/사진=뉴스1지난 1일 오후 5시께 행정자치부소속 지방행정연수원 연수생 20여명을 태운 버스가 중국 지안과 단둥 경계지점인 조선족 마을 인근 다리에서 추락했다. 함께 연수에 나섰던 공무원들이 사고 버스로 달려와 구조작업에 힘을 보태고 있다.사고 버스에는 중국 가이드 등 총 28명이 타고 있었으며 이중 김태홍 부산시청 사무관 등 10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독자제공)2015.7.2/사진=뉴스1


중국 버스 추락 사고로 10명의 한국인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연수단의 일원으로 탐방에 참여하고 사고 직후 구조 활동에 나섰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A씨가 4일 "동료들을 두고 온다는 게 참 안타깝다. 같이 못 와서 안타까운 그런 마음"이라고 말했다.

A씨는 이날 머니투데이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A씨는 "우리 가족 일은 아니지만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같은 지역에 와서 우리 같이 학교 다니는 것처럼 같이 활동하던 친구가 그렇게 됐으니 얼마나 힘들겠나"고 전했다.



그는 사고 현장에 대해 "차량이 180도로 뒤집어져 있으니까 불도저가 옆에서 구조 활동을 하고 있었다"라며 "저희들도 다같이 사고 차량으로 올라가서 발로 차고 공간을 만들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고 당시 4호차에 탑승해 있었다. 사고가 발생한 차는 5호차다. A씨는 "우리 차가 사고차보다 시간상으로 20분 정도 앞에서 가고 있었다"라며 "사고차량 뒤 차가 사고가 났다는 것을 발견하고 상황을 (우리 차로) 알렸다"고 설명했다.



A씨는 "우리도 차 돌려서 현장으로 갔다. 내용도 모르고 그냥 갔다"라며 "사고 나고 한 30분 정도 있다가 도착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그는 처음 목격한 현장 상황에 대해 "정신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낭떠러지다보니 사람을 운반도 해야 되고 하다보니까 정신이 없었다"라며 "사방에 아프다고 외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뒤따르던 6호 버스 사람들과 중국 현지 사람들이 함께 구호활동에 나섰다"고 했다.

A씨는 "중간중간 앰뷸런스도 왔다"며 "절친한 사람들이 사고를 당한 모습을 보니 눈물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친한 분들끼리는 인공호흡도 하고…정신이 없어서 정말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A씨는 "그쪽 의료진이 많이 오고 공안이 와서 사람을 운반했다"며 "의료진들 오고 할 때 저희들이 사람을 운반하고 하면 위험하니까 나오라고 했다. 그래서 저희들은 철수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연수 중 버스사고를 당한 행정자치부소속 지방행정연수원 교육생 중 부상자를 제외한 일행이 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대기하던 버스에 오르고 있다. 2015.7.3/사진=뉴스1중국 연수 중 버스사고를 당한 행정자치부소속 지방행정연수원 교육생 중 부상자를 제외한 일행이 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대기하던 버스에 오르고 있다. 2015.7.3/사진=뉴스1
연수단 일행은 1시간 정도 구조활동에 참여한 다음 숙소로 돌아왔다고 A씨는 전했다. 그는 "숙소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는 모두 침묵, 침묵으로 일관했다. 망연자실했다"며 "이게 현실인가 몽롱했다"고 밝혔다.

그는 "숙소에 돌아온 후 식사가 준비가 안 돼 있어서 각자 방에서 컵라면으로 간단하게 먹었다"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새벽까지 잠을 청했지만 피곤하고 정신도 없고 해서 충분히 쉬지 못했다"고 전했다.

A씨는 "주변에서 걱정이 되니까 다 가족들에게 연락하라 그래서 연수단이 대부분 연락을 했다"며 "경황도 없고 간단하게 '이런 사고가 있었는데 나는 괜찮다'라고만 간단하게 했다. '그렇게 알고 있어라'고만.."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고가 발생한 도로가 상당히 험악했다고 말했다. A씨는 "고구려 발해 역사 현장 답사다보니 (중국 관광지에 비해) 길이 험악했다"며 "울퉁불퉁하고 우리나라보다는 도로가 상태가 안좋았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탐방은 고구려 발해 역사 현장 답사로 동북공정과 연계된 차원에서 받는 교육이었다"며 "중국 측 관광지로 갔으면 길을 그렇게 (험하게) 해놓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북공정(東北工程)은 중국 정부가 2002년부터 동북 3성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연구한다는 명목으로 추진했던 프로젝트다.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를 중국 역사로 편입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중단된 상태다.

사고가 발생한 연수단은 행자부 소속 지방행정연수원 중견리더과정(지방직 5급 대상)을 밟고 있는 공무원들로 구성됐으며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3일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고구려, 발해, 항일독립운동 유적지 역사문화탐방' 중이었다.

A씨는 이번 사고에 대한 착잡한 마음을 털어놨다. 그는 "그동안에 저희들이 공직사회에 들어와서 이삼십년 다 한 사람들인데 이제 그래도 대우받고 여유가 있을 만하니까 이렇게 돼서 그런 부분이 착잡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 연수단원은 이야기하다가도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 사람도 있었다"며 "잠도 못잤다.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몽롱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일 오후 4시30분쯤(한국시간) 중국 지린성 지안시 인근 중국동포 마을인 량수이에서 한국인 26명과 현지 운전사 등 28명을 태운 버스가 다리에서 추락했다.

이날 사고로 3일 오후까지 지자체 공무원 등 한국인 10명과 중국인 운전기사 1명 등 총11명이 사망하고 17명(중국인 2명 포함)이 중경상을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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