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 조홍근의 내 몸 건강 설명서] 잠깐이라도 서서 일합시다!

머니투데이 조홍근 연세조홍근내과 연세조홍근내과 원장 2015.07.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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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시간을 따로 할애하여 운동을 한다 해도, 하루 중 앉아서 일하거나 운전하는 시간이 길수록 심장병, 당뇨병 심지어 암의 발병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자주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좌식 생활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무척 깁니다. 외국의 경우도 비슷해서 의자에 앉아 일하는 습관을 흡연이나 고혈압만큼이나 심장병을 발생시키는 나쁜 생활습관으로 간주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미국 당뇨병 학회는 “서서 일하자”는 캠페인을 실시했고 6월 초 영국 정부 산하 의료전문가그룹은 아예 서서 일하자는 지침서를 발표했습니다.
[Dr. 조홍근의 내 몸 건강 설명서] 잠깐이라도 서서 일합시다!
http://bjsm.bmj.com/content/early/2015/04/23/bjsports-2015-094618.abstract?sid=9571d298-2712-4bf6-9787-94a9f86c808d



전문가 제안은 다음과 같이 단순합니다.

일과 시간 중 적어도 2시간 정도의 가벼운 산책 또는 서서 일하는 시간을 가지라. 처음에는 2시간 정도이지만 궁극적으로는 하루 4시간 정도의 산책이나 서서 일하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로 앉아서 일하는 사람은 주기적으로 잠깐이나마 서서 일해야 하며, 반대로 주로 서서 일하는 사람은 주기적으로 잠깐이나마 앉아서 일해야 한다. 책상 높이를 조절해서 앉거나 서서 일할 수 있는 사무가구를 설치할 것을 권고한다(우리 나라에도 있는데 가격이 좀 비쌉니다).

장시간 앉아서 일하는 것만큼이나 장시간 서서 일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처음으로 이렇게 시도하는 사람은 얼마 동안은 근육에 새로운 감각이나 피곤 등의 증상이 있을 수 있으나 이는 적응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이런 증상이나 불편함이 지속되고 자세 변화에 의해서도 없어지지 않으면 의사의 진찰을 권고한다.

금연, 절주, 스트레스 감소, 올바른 식사를 권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고용주는 업무시간이나 여가시간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수록 심장병 발생의 위험이 올라간다는 사실을 직원들에게 고지하고 변화를 촉구해야 한다.


이런 권고의 과학적 배경은 다음과 같습니다. 전세계적으로 심장질환, 당뇨병 또는 암 환자의 40%가 일주일에 150분 운동이라는 최소 지침을 지키지 못하며 유럽과 북미의 선진국만 보면 약 70%의 환자가 이 기준을 지키지 못한다고 합니다. 어떤 기준에 의하면 전체 성인의 95%가 활동하지 않은(inactive) 범주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영국의 경우, 직장인들이 깨어 있는 동안의 60%를 앉아 지내고 만성질환의 위험이 있는 고위험군은 약 70% 정도를 앉아 지냅니다. 직장에서는 65~75%의 업무시간을 앉아 지내고 이 중 약 50% 정도의 시간을 중간에 다른 동작 없이 계속 앉아서 보냅니다. 휴일에도 약 2시간 반을 앉아서 지냅니다. 따라서 제일 처음 시작해야 할 단계는 업무시간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일단 서게 하고 자주 움직이게 만드는 것입니다.
[Dr. 조홍근의 내 몸 건강 설명서] 잠깐이라도 서서 일합시다!
이 논문에서는 이 걸 아주 재미있게 위와 같은 그림으로 표시했는데 전체 인구 중 약 60~70%가 거의 앉아 생활합니다. 5~10% 미만만이 적당한 또는 격렬한 운동을 한다고 합니다. 차로 표현하자면 앉아서 생활하는 상태는 후진기어 상태입니다(R). 바람직한 운동을 하는 상태는 3단 또는 4단 기어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운동 권고안은 후진기어 상태를 1단과 2단도 거치지 않고 4단으로 급속 변속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차가 망가집니다. 지금의 운동권고안도 이렇게 비현실적이라는 사실을 비유한 그림입니다. 따라서 현실에서 실현 가능한 권고로 후진기어 상태(R)를 일단 1단과 2단으로 바꾸자는 것입니다(가벼운 운동).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일어나야 합니다!

연구에 의하면, 늘 앉아 있는 사람은 가장 덜 앉아 있는 사람에 비해 당뇨병과 심장병 발생이 2배 정도 높고 심지어 암 발생과 암으로 인한 사망도 13%, 17% 증가합니다. 다른 연구에 의하면,하루에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시간이 한 시간 늘 때마다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이 10%씩 증가하고 심장병 발생 위험이 7.5%씩 증가합니다. 많이 움직일수록 전반적인 질병의 위험이 줄어듭니다.

업무 중의 에너지 소비가 감소한 이유는 업무 형태가 서서 일하는 상태에서 앉아서 일하는 상태로 바뀐 결과라고 합니다. 그래서 직장의 업무 환경이 바뀌어야 하는데 역시 이 분야의 선진국인 스칸디나비아에서는 약 90%의 직장인이 앉고-서기가 가능한 업무 환경에서 일한다고 합니다. 반면 영국은 단지 1% 미만의 직장인이 이런 환경에서 일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거의 없지요.

우리나라도 변해야 합니다. 얼핏 생각하면 어떻게 하루 4시간을 서서 일할 수 있을까 의아해 하지만 이미 많은 직종(병원근무 의료인, 교사, 공장, 상점, 식당직원)에서는 이런 일이 일상입니다. 따라서 앉아 일하는 습관을 서서 일하는 습관으로 바꾸는 것은 고용주과 직원이 합심하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저도 진료 중에 의식적으로 자꾸 일어나서 활동하려 합니다. 환자가 들어오면 함께 일어나서 인사하고, 환자가 노인이면 진료가 끝난 후 같이 걸어 나가서 문을 열어드리고 배웅한 후 의자로 돌아와 앉습니다. 청진할 때도 일어나서 환자 옆으로 가 진찰을 합니다. 물론 너무 바쁘면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렇게 자주 일어나서 일하면 내 건강도 챙기고 예의 바르다는 칭찬까지 가끔 듣습니다. 논문을 읽을 때는 진료실 안을 돌아다니면서 서서 읽습니다. 가끔 태극권의람작미라는 초식을 반복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앉아 있는 동안 굳은 고관절과 견관절에서 뚝뚝 소리가 나면서 풀립니다. 그러니 앉아만 있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지요.

너무 오래 앉아 있는 직업(전산, 설계, 일러스트레이션 등)에 종사하다가 고관절이 굳고 허리가 아프고 다리에 힘이 없어져 급기야는 당뇨 전 단계, 고지혈증 또는 전신 무기력으로 오는 환자들이 꽤 많습니다. 합병증 검사 후 그리 심하지 않으면 업무 중에 할 수 있는 간단한 걸음법을 알려드려 실천하게 합니다. 이를 제대로 실행한 환자들은 증상이 좋아지면서 어느덧 병원에 오지 않습니다. 몸이 좋아져서 오지 않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계속 앉아 있기만 하면 빨리 죽습니다. 지금 당장 일어나세요! Stand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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