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학습병행제 우수기업인 거산정밀의 김정수 대표이사(왼쪽)와 2기 학습근로자 한보람씨 / 사진=이동우 기자
자동차, 가전 등 국내 주요산업을 떠받치고 있는 금형·사출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김정수 거산정밀 대표이사는 말 그대로 확신에 가득 차 있었다. 거산정밀을 거쳐 간 기존 근로자들과 '일학습병행제'로 들어온 학습근로자는 다르다는 것.
이런 김 대표의 태도가 달라진 것은 지난해 1기로 들어온 학습근로자들을 지켜보면서다. 이들이 보여준 정밀 기술에 대한 열정과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김 대표의 마음을 움직였다. 1기 학습근로자 가운데는 기술을 배우기 위해 번듯한 대기업을 나온 경우도 있었다.
제대로 기술을 배운 인재에 한해서 김 대표는 오히려 독립까지도 권장한다. 거산정밀에서 10년간 일하며 기술을 배워 독립하면, 고정거래처가 돼 주는 식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아무리 일을 많이 한다고 해도 거산정밀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업무는 한계가 있다"며 "기술을 배워 독립하면 일을 나눠 주는 식으로 지원을 해주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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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는 "이렇게 창업에 대한 미래를 그려줄 때, 근로자도 기술을 열심히 배워야겠다는 희망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거산정밀이 조금씩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자, 김 대표 주변에서도 일학습병행제에 대해 물어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김 대표가 보기에는 여전히 일학습병행제 시행을 위한 기업들의 여건은 어렵기만 하다.
김 대표는 "정밀 분야 기업의 대부분인 50%이상은 직원이 50명 이하로 소규모 업종"이라며 "다른 업체 사장들한테 일학습병행제가 좋으니 '아이들을 데려다 써라''정말 좋더라'는 식으로 얘기해도 그럴만한 여력이 안 되는 곳이 더 많은 게 현실"이라며 정부의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취업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젊은이들에게도 김 대표는 일학습병행제를 추천했다. 기술을 배우면 결코 실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지금 증권사나 좋은 기업을 갔던 내 중학교 동창들은 다들 집에서 놀고 있다"며 "결과적으로는 누가 성공인지 알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본인만 성실하게 임한다면 기술에는 결코 거짓이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