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주주가치 제고책 필요"…삼성 "내일 IR 개최"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5.06.29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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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록 등 장기투자자 중심 해법 마련 요구…삼성 대안에 시장 촉각

국민연금이 삼성그룹 경영진에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이후 주주가치를 올릴 구체적인 방안을 요구했다. 삼성그룹은 오는 30일 제일모직의 기업설명회(IR)에서 이와 관련된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등 삼성물산 주요주주들은 최근 삼성 경영진을 만나 합병법인의 미래가치와 주주가치를 올릴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들은 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합병비율의 불공정성을 문제삼은 것과 달리 합병의 시너지 효과와 합병 후 주주가치 제고 방안 등을 검토해 찬반 의사를 결정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일주주로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보통주 기준으로 삼성물산 지분 10.15%를 보유하고 있다. 블랙록은 삼성물산 지분 3.1%를 보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에서는 삼성이 국민연금 등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엘리엇과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는 만큼 이들과 손잡지 않으면 다음달 17일 열리는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 통과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삼성물산 (48,100원 ▲2,300 +5.0%) 지분은 삼성SDI (438,000원 ▼5,500 -1.24%) 7.18%를 비롯해 총 13.99%다. 삼성물산의 자사주를 매입한 KCC (280,500원 ▲33,000 +13.33%)의 보유지분(5.96%)을 합쳐도 19.95%에 그친다.

반대편에 선 엘리엇의 지분은 7.12%다. 삼성물산 지분 2.2%를 보유한 것으로 확인된 헤지펀드 메이슨캐피털도 엘리엇 측에 설 가능성이 높다. 국내 투자자 가운데 삼성물산 지분 2.11%를 보유한 일성신약은 일찌감치 합병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상태다.


합병 결의는 주총 특별결의 사항으로 참석 주주 과반수가 아닌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삼성그룹 입장에서는 현재 스코어만으로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업계에서 오는 30일 열리는 제일모직 (146,000원 ▼100 -0.07%)의 기업설명회에 촉각을 세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자사주 매입을 포함해 국민연금 등을 설득할 다양한 방안이 제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최근 SK 합병안에 반대 의사를 밝히는 등 우호적으로 보기는 힘든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삼성이 어떤 방식으로든 유인책을 내놓을 것"이라며 "다만 최종 결정까지는 시간이 남은 만큼 모든 카드를 공개하진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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