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국민연금을 전범기업에 투자할 수밖에 없는 이유?

머니투데이 김영선 기자 2015.08.19 20:16
글자크기

[the300]與野 "전범기업 투자" 질타…'요지부동'인 정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에서 김성주 소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5.8.19/뉴스1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에서 김성주 소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5.8.19/뉴스1


"분산투자 차원에서 일본 전범기업에 임의적으로 투자를 제한하기는 곤란합니다."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 회의에서 보건복지부 측은 "국민연금기금을 굳이 일본 전범기업에 투자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국민연금기금 투자정책전문위원회가 두 차례 회의를 열고 이 문제를 고민했지만 전범기업에 대한 투자제한은 국민연금 투자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 국민연금뿐 아니라 투자·교역 등 전분야에서 국가적 차원의 결정이 필요한 사항이란 점에서 전범기업 투자를 그대로 진행키로 했다는 설명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일본 전범기업으로 칭하는 기업은 총 361개다. 이 중 국민연금은 기금으로 도요타, 닛산 등 70개 전범기업 주식 8000여억원어치를 매입한 상태다. 올해 국민연금기금 총액은 500조원 정도여서 비중은 크지 않지만 2차대전 당시 군수물자 생산을 위해 우리 국민을 강제동원한 일본의 전범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합당한 지 논란이다.

국민연금기금의 전범기업 투자는 여야를 망라하고 끊임없이 문제로 지적됐던 사안이다. 이날도 어김없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종진 새누리당 의원은 "8000억원이면 (전체 연기금 규모에서) 얼마 되지도 않는데 국민 감정을 거스르면서까지 꼭 전범기업에 투자해야 하느냐"고 했고, 이목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8000억원을 투자해 고작 400억원 벌면서 왜 투자를 고집하느냐"고 했다.



지적이 이어졌지만 복지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전범기업이 일본 주식시장에서 7%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연기금도 그 정도 수준에서만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이나 롯데 등 우리나라 기업에 대해서도 특정 기업에 대한 투자를 배제하지 않듯이 전범기업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회와 정부 간 이견이 계속되자 김기선 새누리당 의원은 "연기금 독립성 강화를 강조하면서 복지부에 마구잡이로 (투자 제한을) 강요할 사항은 아닌 것 같다"며 "나중에 별도로 복지부 장관이나 기금 이사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자"고 조율했다. 다른 의원들도 이에 동의하고 제도개선 조치를 내렸다.

그러자 복지부가 제동을 걸었다. "방금 별도의 보고를 받자고 하지 않았느냐"며 제도개선 조치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항변했다. 흥분한 이목희 의원은 "(복지부가 말하는 투자)원칙이 도대체 뭐냐, 대통령이 (투자를 제한)하라고 하면 하는 것이냐"고 소리쳤다. 그는 "이 사안은 여당인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이 오랫동안 지적한 사항이었다"며 "그러면 조치를 하는 모양새라도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복지부는 결국 제도개선 조치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국회 결산심사에 대한 법적 구속력은 없다. 이날 복지부의 대응 태도로 볼때 국회의 지적을 얼마나 무겁게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