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제차 수리, 금요일에 몰리는 이유가 있다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15.07.02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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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지경 외제차 렌트]렌트비 이중가격..車보험금 누수 주범

#. 보험사 외제차 보상팀장인 A씨는 요즘 죽을 맛이다. 교통사고를 당한 피해차량 차주가 "간단한 접촉사고니 렌트카(대여차)는 필요 없다"고 했는데, 하루만에 "렌트카를 쓰겠다"고 마음을 바꿨다. 300만원의 예상수리비는 렌트비까지 포함해 600만원이 넘을 것 같다.

이런 경우 가해차량 차주(자사 보험가입자)는 "가벼운 사고인데 보험료가 이렇게 많이 나오나. 보험사도 한통속"이라고 항의를 한다. 피해차량 차주는 "차를 팔았던 딜러가, 자신이 소개한 렌트업체를 이용하면 교통비(약관상 렌트비의 30%)와 기름 값을 별도로 챙겨주겠다고 제안했다"고 실토했다.



외제차는 등록차량의 5.5%에 불과하지만 렌트비 비중은 31.4%를 차지한다. 경우에 따라 수리비보다 렌트비가 더 많이 나오기도 한다. 외제차 렌트비는 평균 137만원으로 국산차 대비 3.6배나 많다. 그 이면에는 '외제차 딜러-렌트업체-고객' 사이의 보이지 않는 '거래'가 존재한다는 게 보상담당 직원들의 지적이다.

◇그냥 빌리면 8만원, 보험처리하면 30만원...이중가격 왜?=렌트업체들은 공공연하게 이중가격을 쓰고 있다. 여행 목적 등 일반적으로 자동차를 대여할 때보다 교통사고로 대여를 할 때 몇 배 높은 가격을 적용했다.



실제로 서울 소재 한 렌트업체의 경우 지난달 BMW 520d를 장기 렌트(30일·현금결제 조건)하면 250만원의 렌트비를 받았다. 하루 평균 8만3000원으로 상당히 저렴한 편. 그런데 이 업체가 신고한 공식요금표는 하루 40만원(7일 이상 장기 렌트시)이다.

보험사 보상담당자는 "보험사에게는 신고요금표 대비 30%를 할인해 준다"며 "일반인이 8~9만원에 이용하는 BMW를 보험처리 시 28만원~30만원 받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쉽게 보험금으로 해결되는 렌트비를 일반가격 대비 몇배 더 비싸가 받고 있는 것인데, 이렇게 나간 렌트비는 고스란히 보험료 인상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외제차 렌트비는 업체별·지역별로도 천차만별이다. 특별한 기준 없는 신고제라서 '부르는 게 값'이다. 예컨대 벤츠S클래스는 하루 렌트비가 14만500원에서 52만3500만원으로 가격편차가 심하다.(보험개발원, 2011년 기준)


◇외제차 수리, 왜 금요일에 몰릴까='외제차 딜러-렌트업체-고객'사이에 '보이지 않는 거래'도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 들어 각종 할인 등으로 외제차 판매 경쟁이 치열하다. 외제차 딜러는 한 달에 5000만원 안팎의 고가차량을 몇대 팔아도 정작 손에 쥔 월급은 100만원 남짓이란 얘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그러나 "외제차 딜러는 공식 수입은 많지 않지만 교통사고가 난 고객에게 특정 렌트업체를 소개해 주고 많게는 건당 100만원의 현금을 수수료로 받는다"고 귀띔했다. 외제차 차주가 자동차 사고가 나면 일단 딜러에게 연락하는 관행을 이용한 것.

렌트업체는 딜러가 소개한 고객에게는 "교통비(렌트비의 30%에 달하는 교통비 명목의 보험금)와 기름 값을 주겠다"며 렌트카 장기이용을 부추겼다. 자동차 정비공장에 렌트업체 직원을 파견, 수리를 맡기로 온 차주에게 렌트카를 권하는 것도 일반적이다. 정비공장서 넘겨받은 고객정보를 이용, "기름 값을 부담 하겠다"고 불법마케팅도 벌였다.

정비공장은 목요일과 금요일 사고차량이 몰리는 진풍경도 벌어진다. 주 초반 사고가 난 차량이 2~3일 지나 정비 공장에 맡겨지기 때문이다. 주말을 끼고 수리하면 렌트기간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딜러와 렌트업체가 고객에게 "가급적 금요일 수리를 맡기라"라고 권했다.

◇"외제차 무서워요" 보상한도 3억짜리 보험가입=지난해 3월 '람보르기니 보험사기'로 세간이 떠들썩했다. 람보르기니의 하루 렌트비가 200만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특히 주목받았다. 최근엔 "외제차가 무섭다"는 이유로 대물배상한도를 증액하는 가입자가 많다. 지난해 보험가입자 중 2억원 이상 대물배상 가입한도를 설정한 비중이 전체 가입자의 절반(56.3%)을 넘었다. 3억원 이상도 10%에 달했다. 이는 '배(수리비)' 보다 '배꼽(렌트비'이 더 큰 현실이 반영됐다는 게 보험업계 설명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1996년식으로, 중고차 가격이 600만원 밖에 안 되는 외제차가 사고를 당했는데, 1억원(신차기준) 넘는 외제차를 30일간 렌트한 사례도 있다"며 "자동차 사고시 어떤 차를 렌트할 것인지에 대해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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