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안된 '월세시대'…정부와 국민의 '동상이몽'

머니투데이 세종=정현수 기자, 박성대 기자 2015.06.30 03:23
글자크기

[창간 14주년 머니투데이-KB국민은행 공동 설문조사]<5>임대주택 중 전세선호 89.1%…정부는 월세대책만 쏟아내

@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이너@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이너


정부가 '월세시대'를 선언하고 다양한 대책을 내놓지만 정작 세입자의 상당수는 여전히 전세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정부의 '월세시대' 선언 자체가 다소 이르고 오히려 월세를 부추겨 서민층을 중심으로 주거불안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머니투데이가 창간 14주년을 맞아 KB국민은행과 공동으로 KB부동산 회원 7676명을 대상으로 '주택구매 및 임대주택 거주의향'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현재 거주형태와 상관없이 선호하는 임대유형으로 89.1%(6841명)가 '전세'를 꼽았다. 보증부월세와 보증금 1000만원 이하 순수월세를 선택한 응답자는 각각 580명(7.6%) 255명(3.3%)에 그쳤다.



◇10명 중 9명 "월세보다 전세가 낫다?"
현재 전세로 살고 있는 응답자 중 전세를 선호하는 비율은 94.5%였다. 전세 거주자가 보증부월세와 순수월세를 선호하는 비율은 각각 4.3%, 1%에 그쳤다. 그만큼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을 꺼린다는 의미다.

현재 월세거주자들은 상대적으로 월세기피현상이 적었다. 보증부월세에 살고 있는 응답자 중 보증부월세와 순수월세를 선호한 비율은 각각 19%, 2.9%였다. 순수월세에 살고 있는 응답자 중 보증부월세와 순수월세를 선호한 비율은 각각 12.6%, 15.5%였다.



임희열 KB국민은행 가치평가부 팀장은 “전세 선호 비중이 90%에 육박하는 등 여전히 전세가 높은 인기를 나타내지만 전세물량은 계속 축소돼 매매가 대비 전세가도 상승하고 있다”며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월세화의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된다”고 말했다.

현재 임대주택시장에서 월세비중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5월 전·월세 거래량 11만6387건 중 월세비중은 43.6%를 기록했다. 전·월세 거래량의 월세비중은 2011년 33%에서 2012년 34%, 2013년 39.4%, 2014년 41% 등으로 꾸준히 상승한다.

실제 거주형태에서도 월세가 전세를 앞질렀다. 국토교통부의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임차가구 중 월세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55%로 집계됐다. 2012년 조사에서는 월세가구의 비중이 50.5%였다. 정부가 월세시대 진입을 수 차례 언급한 이유다.


◇"월세대책 쏟아지지만…"
정부가 월세시대를 선언하고 내놓은 대표적인 대책은 올 1월 출시된 ‘주거안정 월세대출’이다. 저소득층의 월세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올 1월 출시된 월세대출은 당초 연 2%의 낮은 금리로 매월 30만원씩 2년간 지원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한도는 500억원으로 책정됐다.

하지만 월세대출 실적은 초라하다. 출시 첫 달인 올해 1월 4억5000만원을 지원한 후 2월 1억5000만원, 3월 9600만원, 4월 1억1600만원을 지원하는데 그쳤다. 월세대출의 저조한 실적만 봐도 정부가 수요조사에 완전히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정부도 이를 인정하고 지난 4월 월세대출의 조건을 완화했다.

국토부는 지난 4월 서민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주택기금 대출상품의 금리를 전반적으로 낮추면서 월세대출의 금리도 연 2%에서 연 1.5%로 인하했다. 지원요건이었던 ‘졸업 후 3년 이내’ 항목도 삭제하고 취업준비생의 부모소득요건은 3000만원 이하에서 6000만원 이하로 크게 완화했다.

국토부가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 역시 아직 관련법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등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국민들이 아직 월세시대를 맞이할 준비가 되지 않았음에도 정부가 먼저 나서 월세시대를 앞당기는 것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월세시대를 대비하면서 전세에 대한 압도적인 수요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연구위원은 “월세시대는 불가피하지만 전세주택에 대한 인센티브 등을 통해 서민부담을 최대한 줄여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전·월세대책과 관련해 여전히 “왕도가 없다”며 확실한 카드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고민이지만 임대주택을 늘리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