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신경숙 씨/ 뉴시스
서울중앙지검은 현 원장이 신씨를 사기 및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형사6부(부장검사 정승면)에 배당했다고 19일 밝혔다. 형사6부는 지식재산권 수사 전담 부서다.
현 원장은 "신씨가 독일 작가 루이제 린저의 소설 '생의 한가운데'의 일부를 표절한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를 저술해 출판하게 했다"며 "출판사를 속여 출판 업무를 방해하고 인세 등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고 고발 이유를 밝혔다.
앞서 소설가 겸 시인인 이응준씨는 한 온라인 매체에 '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이란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창작과비평(창비)이 출간한 신경숙 작가의 '오래전 집을 떠날 때' 가운데 수록된 단편 '전설'의 한 대목(240~241쪽)이 미시마 유키오 작품의 구절을 그대로 따온 표절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 다 건강한 육체의 주인들이었다. 그들의 밤은 격렬하였다. 남자는 바깥에서 돌아와 흙먼지 묻은 얼굴을 씻다가도 뭔가를 안타까워하며 서둘러 여자를 쓰러뜨리는 일이 매번이었다. 첫날밤을 가진 뒤 두 달 남짓, 여자는 벌써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 여자의 청일한 아름다움 속으로 관능은 향기롭고 풍요롭게 배어들었다. 그 무르익음은 노래를 부르는 여자의 목소리 속으로도 기름지게 스며들어 이젠 여자가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노래가 여자에게 빨려오는 듯했다. 여자의 변화를 가장 기뻐한 건 물론 남자였다" (신경숙)
이에 대해 신씨는 "해당 작품('우국')은 알지 못한다"고 전하며 표절 의혹을 공식 부인했다. 또 "이런 소란을 겪게 해 내 독자분들께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며 "풍파를 함께 해왔듯이 나를 믿어주시길 바랄뿐이고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런 일은 작가에겐 상처만 남는 일이라 대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신씨는 현재 신작 취재차 해외에 체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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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창비 역시 보도자료를 통해 "두 작품의 유사성은 전체 작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며 신씨를 옹호했으나 이후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창비 측은 "이번 사태에 대해 신중하게 판단하지 못한 점은 어떤 사과로도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며 "이 사태를 뼈아프게 돌아보면서 표절 문제를 제기한 분들의 충정이 헛되지 않도록 공론에 귀기울이겠다"고 했다.
검찰은 고소장을 검토한 후 고소인 등을 불러 조사를 시작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