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중국에게 배우는 또 다른 한 수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원종태 특파원 2015.06.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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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중국에게 배우는 또 다른 한 수


지난해 중국에서 5억2000만 위안(937억원)의 박스오피스를 올리며 그해 영화 흥행 순위 톱 5위에 든 ‘통쭈어더니(짝궁이었던 너)’를 보면 한국 보건당국 관계자들이 뒤로 자빠질 만한 장면이 나온다.

중국의 국민 여동생으로 불리는 여자주인공 저우둥위가 사스 의심환자로 격리된 남자 친구의 병동(3층)으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함께 탈출하는 장면이다. 유리창을 깨부수고 들어온 저우둥위에게 남자 친구가 맨 처음 해준 행동은 마스크를 씌워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둘은 격리병동을 탈출한다.



젊은 사랑을 그린 청춘물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이 장면은 실제 현실에서 벌어진다면 대책이 없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우리는 2003년 당시 중국 보건당국이 사스 의심 환자들을 얼마나 철저하게 격리했는지 잘 엿볼 수 있다.

그 사스의 경험이 약이 됐는지 메르스 초기 대응도 중국은 한국보다 확실하게 다른 측면이 있다. 한국인 메르스 의심 환자 김 모 씨가 지난달 27일 홍콩을 거쳐 후이저우시로 출장을 오고, 그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지금까지 중국에선 메르스 추가 환자가 단 1명도 나오지 않고 있다.



중국 보건당국은 상황을 빠르게 파악했고, 김 씨와 밀접 접촉한 78명을 모두 추적해 찾아냈다. 그리고 철저하게 그들을 격리 관찰했다. 1명의 민간인이자 외국인인 김 씨 행적을 쫓아 더욱이 그와 접촉한 사람들을 찾는다는 것은 쉽게 볼 일이 아니다.

광둥성 보건당국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밀접 접촉자를 찾습니다” 라는 공고까지 내보내며 적극적으로 김 씨와 동행한 사람들을 추적했다. 버스 CCTV 화면까지 모조리 뒤져가며 김 씨와 함께 이동한 승객들을 한 명 한 명 찾아냈다.

중국 보건당국 관계자는 “2012년부터 중국은 전 세계에서 창궐하는 바이러스를 일일이 조사하고 있어서 메르스 전염 방식과 바이러스 처리 방법도 잘 알고 있었다”며 “메르스같은 전염병 창궐에 대비해 끊임없는 실전 연습을 했기 때문에 초기 대응은 어렵지 않았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의 발 빠른 대응이 돋보이는 장면은 또 있다. 지난 1일 밤 대륙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장강 중류에서 456명을 태운 여객선 둥팡즈싱 호가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단 14명만 구조됐고, 442명 대부분의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는 최악의 선박 사고였다. 리커창 국무원 총리는 바로 다음날로 전용기를 타고 현장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현장을 직접 지휘했다. 그는 구조 현장 바로 옆에 있었다.

구조자를 만난 자리에서는 국가가 모든 책임을 질테니 병원비 걱정은 하지 말고 잘 치료를 받으라고 격려했다. 그가 사고 지휘부 관계자들과 반찬도 변변찮은 도시락을 함께 먹는 장면은 다분히 의도적일 수 있지만 시사하는 바가 큰 장면이었다. 중국 정부는 골든타임으로 불리는 72시간이 지나자 생존자 구조작업을 중단하고, 곧바로 선체를 인양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과의 싸움은 늘 막막하고 힘들다. 무엇을 잘못하고, 무엇을 잘했는지 그 순간에는 명확하지도 않다. 그러는 사이 시간은 더 흐르고,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혼란과 후유증으로 국민들의 불안과 불신은 극에 달한다.

초기 대응이 관건이다. 그것만 잘해도 적어도 무능 정부 소리는 안 듣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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