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1박2일은 '범영루'…물한계곡 보이는 누마루 '시원'

머니투데이 영동(충북)=김유경 기자 2015.06.04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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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경의 한옥 여행]<6>충청북도 영동군 상촌면 '범영루'

편집자주 지방관광과 한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옥체험 숙박시설이 2010년 이후 매년 150여곳씩 증가해 2014년12월 기준 964곳에 한국관광공사는 2013년부터 우수 한옥체험숙박시설 인증제인 '한옥스테이'를 도입했다. 관광공사가 선정한 한옥스테이와 명품고택은 총 339곳. 이중에서도 빛나는 한옥스테이를 찾아 한옥여행을 떠나본다.

물한계곡 너머 보이는 범영루 전경. /사진=김유경 기자물한계곡 너머 보이는 범영루 전경. /사진=김유경 기자


30도를 웃도는 더운 날씨에 시원한 계곡이 벌써부터 생각나는 초여름이다. 서울에서 멀지 않은 충청북도에서 계곡에 발 담그고 놀면 좋겠다는 생각에 물 맑기로 소문난 '물한계곡'에 자리잡은 한옥스테이 '범영루'를 찾았다.

가깝다는 생각에 서울역에서 저녁 7시 넘어 출발하니 영동역 도착시간이 밤10시를 훌쩍 넘는다. 택시를 타고 40여분 가는 길이 가로등도 많지 않고 좁아 호젓하다. 버스로 종점에서 종점까지 이어지는 시골길이라 가끔 멧돼지, 고라니 등 야생동물이 갑자기 튀어나오기도 해서 특히 야간에는 차가 없어도 서행을 해야 한단다.



친절한 택시 아저씨를 만난 덕에 영동의 유명 관광지를 소개받으며 오다보니 어느새 범영루에 도착했다. 시간은 밤 11시. 분명 까만 밤 하늘에는 별들이 쏟아지고 있을텐데 너무 늦은 시간에 방문한 터라 하늘을 볼 새도 없이 집에 들어섰다. 밖에 산바람이 부는지 청명한 풍경 소리가 연신 들렸지만 편안한 이부자리에 의외로 잠이 일찍 들었다.

아침은 역시 주인 아주머니가 차려준 집밥이 최고다. 특히 주변에서 채취한 각종 나물들이 맛깔나다. 가장 먼저 손이 가던 김에 손이 안갈 정도다. 마치 친정집에라도 온 듯 편안한 잠자리와 식사를 마친 후 본격적으로 집구경에 나섰다.



범영루의 자랑거리 '누마루'. 테라스형 데크에서 물한계곡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진=김유경 기자범영루의 자랑거리 '누마루'. 테라스형 데크에서 물한계곡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진=김유경 기자
가장 궁금했던 곳은 바로 이 집의 자랑거리 '누마루'다. 큰 방으로 쓰이는 곳인데, 테라스형 데크가 연결돼 있어 데크에서 난간을 짚고 아래를 내려다보면 원시림 계곡인 물한계곡이 한눈에 들어온다. 방안에서도 3면이 넓은 창으로 돼있어 바깥 푸른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여름에 시원한 휴가를 보내기엔 딱이다.

안방을 제외하고 객식구가 지낼 수 있는 방은 3곳이다. 계곡이 내려다보이는 큰방과 정원이 보이는 중간방, 그리고 정겨운 장독대가 보이는 작은방이다.

큰방은 삼대가 같이 놀러왔을 때 빌려쓰면 좋을 듯하다. 중간방도 넓은 편이라 초등학생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이 써도 될듯하다. 화장실도 방안에 있어 큰 불편이 없다.


'물 위에 비친 집'이라는 뜻을 가진 범영루는 실제 계곡과 가까이 맞닿아 있다. 2005년, 주인장이 이곳 부지를 사들인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집을 지을 때 최대한 계곡이 잘 보일 수 있도록 신경 써서 누마루를 지었다고 한다.

범영루 대문 오른쪽 창고 벽면에는 갤러리처럼 농기구들이 진열돼 있어 볼거리를 제공한다. /사진=김유경 기자범영루 대문 오른쪽 창고 벽면에는 갤러리처럼 농기구들이 진열돼 있어 볼거리를 제공한다. /사진=김유경 기자
정원과 마당도 예뻐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무를 직접 심어 조경했는데 밤나무, 백일홍, 호두나무, 소나무 등 종류도 다양하다. 특히 대문을 바라보고 오른쪽으로 창고가 있는데 벽면에 마치 갤러리처럼 농기구를 진열해 인상적이다. 대부분 주인장의 할아버지 대부터 사용한 농기구들이라고 한다.

대문 왼쪽 정원에는 커다란 굴뚝이 있어 눈길을 끈다. 온돌방을 위해 아궁이로 직접 불을 땔 때 나는 연기를 배출시키기 위해 만든 굴뚝이다. 주인장이 직접 기와를 쌓아 만들었는데, 방문객들에게 반응이 좋다.

범영루는 원래 숙박을 위해 지은 집은 아니다. 물한계곡이 워낙 유명해 여름철이면 사람들로 북적이는 통에 인근에 펜션들이 많지만 이곳은 주인장이 꿈을 이루기 위해 세워진 보금자리다.

어릴 적 초가집에 살았던 주인장은 오래전부터 큰 기와집을 짓고 살아야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는데 민주지산에 등산을 왔다가 물한계곡에 반해 이곳에서 제 2의 인생을 시작키로 결정했다고 한다.

산세가 부드럽고 아름답기로 유명한 민주지산은 물한계곡 마을을 포근히 감싸고 있다. 이 산에는 수많은 연봉이 있는데 그중 물한계곡과 가까운 삼도봉이 전라도, 충청도, 경상도가 만나는 지점으로 유명하다.

범영루의 큰방 누마루. /사진=김유경 기자범영루의 큰방 누마루. /사진=김유경 기자
범영루의 중간방. 창밖으로 산과 정원을 내다볼 수 있어 눈이 시원하다. /사진=김유경 기자범영루의 중간방. 창밖으로 산과 정원을 내다볼 수 있어 눈이 시원하다. /사진=김유경 기자
범영루의 작은방. 황토로 바른 벽면이 드러나 한옥 느낌이 물씬 난다. /사진=김유경 기자범영루의 작은방. 황토로 바른 벽면이 드러나 한옥 느낌이 물씬 난다. /사진=김유경 기자
2006년 8월 이곳에 터를 닦은 주인장이 숙박공간으로 문을 열게 된 것은 어느 날 한옥의 대가가 이곳을 찾았다가 범영루를 보고 제안했기 때문이란다. 전국을 돌며 한옥을 발굴하는 작업을 하던 사람이었는데 범영루가 주변 자연환경뿐만 아니라 한옥으로서도 가치가 높다는 것을 확인하고 많은 사람에게 개방할 것을 권유했다는 것.

북에서 남으로 뻗은 소백산맥과 금강의 지류가 만나 천혜의 자연환경을 이룬 영동군. 그중에서도 영동의 3대 경관 중 하나로 손꼽히는 물한계곡은 매년 여름이면 자연에 몸을 맡기기 위해 피서를 떠나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범영루는 4~10월에만 숙박을 운영하는 데 곧 예약이 꽉 찰 것으로 예상된다.

올여름 1박2일은 '범영루'…물한계곡 보이는 누마루 '시원'
☞'범영루' 숙박팁


▶ 체험 프로그램 = 붓글씨 쓰기, 지공예 만들기, 솟대만들기 등의 체험이 가능하다. 주인장의 손재주가 뛰어나 모두 직접 운영한다. 특히 주인장의 서예 솜씨가 도에서 입상할 정도이므로 붓글씨 체험을 추천.

▶교통 = 서울역에서 영동역까지 무궁화호와 ITX-새마을호가 오전 5시55분부터 저녁 10시50분까지 24회 운항한다. 기차로 이동 시간은 2시간30분 내외다. 대전까지 KTX를 이용할 경우 환승대기시간을 포함하면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영동역에서 영동-물한 농어촌버스를 타면 약 1시간40여분 소요되므로 택시를 이용하거나 미리 픽업서비스를 신청하는 게 낫다. 자가용으로는 40분 정도 소요된다.
범영루 전경. /사진=김유경 기자범영루 전경. /사진=김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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