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지례예술촌 전경/사진=김유경기자
해피선데이 '1박 2일' 촬영지이기도 한 지례예술촌(경상북도 안동시 임동면 지례예술촌길 427)은 애기산을 뒤로하고 임하호를 바라보는 전형적인 배산임수 명당이다.
임하호 속으로 사라진 안동 지례마을을 잊지 않기 위해 '지례예술촌'이라고 이름을 붙였다는 게 김 촌장 설명이다. 그는 "조선 숙종 때 대사성을 지낸 지촌 김방걸의 후손들이 350여 년 동안 살았던 집성촌으로 1945년 해방 무렵 전성기에는 60여 가구가 모여 살던 마을 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촌장은 김방걸 선생의 13대 종손이다.
김방걸 선생의 13대 종손인 김원길 지례예술촌 촌장이 문화재 지산서당에서 임하호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김유경기자
김 촌장은 "고택을 보존하려면 누군가 살면서 관리를 해야 된다"며 "사람이 살지 않으면 집에 비가 새도 발견하지 못해 쉽게 썩거나 무너질 수 있어 보존을 위한 실내 개보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문화재인 고택 내 화장실 설치를 부단히 주장해온 이유다.
지례예술촌에선 영어와 일어, 중국어, 불어 등 4개 국어가 통용된다. 그래서 연간 3000명의 숙박객 중 절반이 외국인이다. 이들이 가장 불편해 하는 건 역시 깜깜한 밤에 집 밖에 있는 화장실을 가는 것. 자다가 소변이 마려우면 옷을 주섬주섬 차려입고 옷깃을 여미고 랜턴까지 챙겨야 화장실을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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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촌장은 "문화재인 고택 실내에 화장실을 들이는데 25년의 시간이 걸렸다"며 "올해부터 문화재 건축물 실내 구조변경에 대한 규제가 풀려 지례예술촌에서도 실내 욕실을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화장실에 집착하게 된 건 단지 외국인 때문만은 아니다. 화장실을 방안에 만들겠다는 의지를 갖게 한 에피소드가 있다. 지례예술촌이 단순히 고택체험 장소가 아닌 예술을 향유할 수는 공간이 되기를 희망하는 그에게 한 달 동안 집필공간이 필요하다며 소설가 김용 씨가 찾아왔다. 문제는 화장실. 방에서 집중해서 글을 쓰다 화장실에 한번 다녀오면 흐름이 깨져 글을 쓰기 어렵다는 것. 결국 김용 씨는 며칠을 지내지 못하고 떠났단다.
원로 평론가 박용구씨가 지례예술촌의 단골손님이고 소설가 한수산씨, 무용가 등 각계 예술가들이 종종 찾는 곳이 지례예술촌이다.
김촌장은 "체험에도 격이 있다"며 "이곳은 '지구가 자전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힐링에 있어 최적의 장소이자 시서화 등 전통예술을 체험할 수 있는 최고의 고택"이라고 자부했다.
안동 지례예술촌 방에서 창문을 열고 바라본 임하호 전경 /사진=김유경기자
여름이면 호수에서 배를 탈 수도 있고 옥수수를 따서 쪄먹을 수 있다. 겨울에는 그야말로 펄펄 끓는 아궁이 온돌방을 체험할 수 있다. 군고구마 까먹는 재미는 덤이다.
특히 연간 13회 지내는 지촌종가 제사는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사당에서 신주를 모셔내 오는 절차를 볼 수 있다. 제사 후 음복(떡, 술, 과일 등)은 무료로 제공돼 함께 나눠 먹는 즐거움까지 맛볼 수 있다. 올해 남아 있는 제사는 양력 기준으로 △5월4일(월) △5월24일(일) △6월17일(수) △9월5일(일) △9월22일(화) △10월9일(금) △10월11일(일) △10월31일(토) △12월4일(금)이다.
▶ 방 선택 방법 = 지례예술촌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방은 다른 방들과 독립돼 있는 지산서당이다. 지촌종택 동사랑방은 소설가 김용씨가 머물었던 곳으로 별도의 화장실이 있는 게 장점이다. 서적 정리, 정원 가꾸기, 일손 돕기 등 근로봉사를 하면 숙식비를 깎아준다.
▶ 체험 = 계절 따라 지천으로 열리는 산딸기, 오디, 매실, 옥수수, 밤, 감, 호두, 대추 그리고 두릅, 고사리, 송이, 표고버섯 등을 따는 체험활동을 해볼 수 있다. 계곡에서 낚시, 물놀이와 야영, 오토캠핑도 가능하다. 시서화, 서예 체험도 가능하다.
▶교통 = 동서울터미널과 안동터미널을 오가는 직행버스가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 하루 39회 운행한다. 소요시간은 2시간50분정도. 숙박 예약시 요청하면 안동터미널에서 픽업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경북 안동 지례예술촌으로 들어가는 솟들대문 /사진=김유경기자
소설가 김용씨가 머물었던 지촌종택 동사랑방(왼쪽). 낮은 담장 뒤로 지산서당이 보인다. /사진=김유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