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오픈마켓 규제, 문 열리나

머니투데이 황보람 박용규 이미영 , 그래픽=이승현디자이너 기자 2015.06.04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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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40%…오픈마켓 '갑질' 방지, 국회가 나선다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시장규모 18조원, 연평균 10%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온라인 오픈마켓.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지고 있지만, '약탈적 수수료'에 대한 입점업체들의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공식 수수료 12%에 광고비와 부가서비스 이용료 등을 합치면 판매 중개비용, 즉 사실상의 수수료율은 40%에 육박한다는게 입점업체들의 주장이다.
수수료 담합 등 오픈마켓 사업자들의 불공정거래 혐의가 짙지만 이를 규제할 마땅한 법은 없는 상태다.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국회가 법제화에 나섰다

◇오픈마켓 판 공정거래법…'사이버몰 판매중개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안'



3일 국회에 따르면 온라인 전용 오픈마켓 사업자와 입점업체간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지난달 20일 김영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사이버몰판매중개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발의했다.

제정안은 오픈마켓들의 법적 개념을 명확히하고 입점업체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차원에서 마련됐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사이버몰판매중개계약서 3년 보관 의무 △부당한 거래 거절·차별적 취급 사업활동방해 행위 등 공정 거래 저해 행위 금지 △사이버몰판매중개자 단체의 자율규약 △분쟁조정협의회 설치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 명령 및 불이행 시 처벌 규정 등이다.
김 의원은 "오픈마켓은 사업자 과점 상태로 대규모유통업법 제정 이전의 백화점, 대형마트 등과 유사하게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 '공정위 고시' 통한 시장질서 확립…전자상거래 보호법

중소기업들이 수수료가 높은 오픈마켓에 의지하지 않고 해외 전자상거래 시장에 직접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도 발의됐다.


민병두 새정치연합 의원이 지난 4월 발의한 '중소기업의 해외 직접판매 지원을 위한 법안'에서는 중소기업청장이 중소기업이 해외 직접판매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시책을 마련하도록 했다. 또 중소기업진흥공단에 '해외직접판매지원센터'를 설치해 중소기업의 해외 직접판매를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내용도 담겼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해외 직접판매를 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조세감면과 자금 및 인력 자원 근거를 마련하는 조항도 마련됐다.

이외에도 오픈마켓의 우월적 지위를 통제하는 내용의 법안들이 국회에 계류중이다. 주로 '전자상거래 등에서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을 개정하는 법안들이다.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은 전자상거래 시장에서의 소비자 보호를 위해 2002년 제정된 이후 일부 개정됐지만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뒤쳐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오픈마켓이나 포털사이트 등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제공하는 사업자의 역할이 증대됨에 따라 역할에 상응하는 책임을 부과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오픈마켓 규제를 최초로 도입한 법안은 이찬열 새정치연합 의원이 2013년 3월 발의한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이다. 이 법안은 소비자에게 오픈마켓이 구체적인 가격정보를 제공하는 의무를 부여하는 사항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또 법안에는 통신판매중개업의 금지사항에 대한 준수 기준 고시를 도입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가장 구체적으로 오픈마켓 규제 내용을 적시한 법안으로는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3월 발의한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이 있다.
공정위에 오픈마켓 관리 고시 제정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 골자다. 또 개정안에는 모든 통신판매중개업자에게 통신판매 중개의뢰자에 대한 정보 제공의무를 부여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오픈마켓 갑-을 갈등 '확산'…당국은 '팔짱'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홈쇼핑에 버금가는 높은 판매 비용 등 오픈마켓 사업자의 불공정거래 행위로 입점 중소기업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오픈마켓 사업자는 이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정부당국은 '활성화냐', '규제냐'를 놓고 팔짱을 끼고 있는 상황에서 오픈마켓 시장의 갈등은 커져가고 있다.

◇불공정 거래 행위 심각해…정부가 나서야
오픈마켓 입점업체들은 정부가 오픈마켓 사업자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별다른 조치에 취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조사 당시에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1년에 실시한 '오픈마켓 실태조사'에서 오픈마켓의 입점업체의 비용 및 수수료 과다·부당한 차별취급행위·거래상 지위남용 등의 문제를 확인한 바 있다. 그럼에도 오픈마켓 사업자의 불공정거래행위는 크게 개선되지 않았고 작년 연말에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실태조사에서도 반복돼 나타났다.

입점업체들은 이제는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입점 중소업체의 한 관계자는 "입점업체들이 중소업체이다 보니 오픈마켓 사업자들에게 대금정산과정이나 거래명세 등을 전적으로 의존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불공정 거래행위를 인지해도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다"고 업계 현실을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입점업체들은 수수료 외에 광고료나 부가서비스로 지불하는 비용만큼 제대로 효과가 나는지를 확인하고 싶지만 오픈마켓 사업자들이 제대로 된 자료를 내놓고 있지 않다"면서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입점업체들의 어려움을 살펴보고 제도정비를 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입점업체의 또 다른 요구 사항은 입점업체와 소비자간의 분쟁조정절차 도입이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판매의 특성상 제품 발송·반품과정에서 분쟁소지가 높은데 오픈마켓 입장이 업계내 평판을 고려해 입점업체에게 불리한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며 "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와 같이 최소한의 절차를 오픈마켓에서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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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마켓 시장, 특수성 반영해야…현행법령으로도 규제 가능
정부는 오프라인 매장 기반의 온라인몰 납품업체와 오픈마켓 입점업체는 근본적인 성격이 다르며 오픈마켓 시장이 성장추세에 있기 때문에 당장은 입점업체의 불만이 있더라도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온라인몰 납품업체는 기업간 거래 행위인데 반해 오픈마켓 입점업체는 오픈마켓 사업자에게 직접 물건을 납품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상품을 파는 사업자로 봐야 한다"면서 오픈마켓 입점업체의 특징을 설명했다.

백화점 등 판매업체에 물건을 납품하는 납품업체들의 경우 불공정거래 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요주의 대상인데 비해 사업자와 입점업체간 물품거래가 없는 오픈마켓 시장의 경우는 이들과 같은 방식으로 접근할 수 없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오픈마켓 사업자들은 일각에서 지적하는 수수료 외에 과도한 광고비와 부가서비스에 대해서도 시장의 특수성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픈마켓 입점업체들의 수수료 외에 비용은 그들의 선택의 문제"라면서 "오픈마켓내에서 살아남기 위한 입점업체간 경쟁일 뿐 이를 과도하다고 지적하는 것은 시장 상황을 잘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에 대한 근거로 오픈마켓 입점업체들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율에도 주목한다. 판매과정에서 제반비용이 많이 든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입점업체의 수익이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작년 중소기업중앙회의 실태조사 결과 오픈마켓 거래 중소상공인의 매출액은 최근 3년간 평균 5억9000만원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 평균 영업이익률은 13.2%로 집계됐다. 상장기업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3%수준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이들의 수익이 결코 적다고 할 수는 없다.

시장의 갈등은 고조되지만 정부는 법령을 준비하는 등 특별한 움직임없이 '관망세'다. 당분간은 일반적인 기업간 불공정 거래를 규제하는 현행 공정거래법 23조로도 제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공정위는 이 조항을 근거로 2009년에 일부 오픈마켓 사업자들에게 시정명령을 내린 사례도 있었다.

정부 관계자는 "작년 중소기업중앙회의 실태조사와 최근 국회의 법제정 움직임에 대해서 알고 있다"면서도 "우선은 오픈마켓 시장이 지금 한참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규제를 하기 보다는) 시장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수료에 부가서비스까지...'배보다 배꼽 큰' 오픈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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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업체는 최근 한 오픈마켓 업체인 B와 거래를 중단했다. B업체가 최근 제시한 판매수수료 인상과 이따금씩 강매 아닌 강매로 지급하게 되는 광고료 때문에 도저히 수익을 맞추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B업체가 요구하는 것을 다 들어주기 위해선 결국 소비자 가격을 인상해야 하는데, 대형 유통업체들이 오픈마켓에 뛰어들고 나선 이마저도 어려워졌다.

판매에 특별한 기술이나 오프라인 매장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소자본으로도 충분히 진입할 수 있는 온라인 오픈마켓. 외형은 성장일로지만 일상적인 최저가 경쟁에 내몰리는 입점업체의 고통은 적잖다.

중소기업중앙회와 중소기업연구원이 지난해 오픈마켓 입점업체 300곳을 대상으로 오픈마켓 사업자와의 거래행태에 대한 실태조사를 한 결과, 과다한 판매수수료 및 광고비 요구와 같은 불공정 행위를 한 번 이상 경험했다고 응답한 업체가 82.7%나 됐다.

이들 업체가 지목하는 가장 대표적인 불공정거래행위인 광고 구매 등으로 과도한 비용을 지불한 사례 72.9%에 달했으며 용처가 불분명한 비용을 오픈마켓 사업자 재량으로 일방적 정산(40.3%)을 하게 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최근 국회에서도 '과점 형태 시장 구조'와 중소입점업체에 대한 온라인 오픈마켓사업자의 '갑질'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김영환 새정치민주연합의원은 지난 4월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3개 회사가 시장의 90%이상을 차지하는 오픈마켓 시장에서 입점업체가 부담하는 '높은 판매비용'과 '수수료율 담합'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의 주장은 10% 내외인 오픈마켓 판매 수수료가 다른 백화점이나 홈쇼핑 납품업체들에 비해서는 낮지만 부가서비스와 광고비 등을 합한 실제 판매비용은 40% 수준에 육박해 비슷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오픈마켓의 판매수수료는 제품 종류별로 차이가 있지만 6~12% 정도다. 이는 30~40%에 달하는 홈쇼핑이나 백화점 등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지만 입점업체들은 판매수수료 외에 광고비나 부가서비스 비용으로 지출하는 것까지 합하면 홈쇼핑·백화점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이같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벌어진 것은 오픈마켓의 소위 '갑질' 탓이다. 지난해 중기중앙회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부가 서비스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 상품 검색에 노출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으며, 광고구매 기간보다 적게 적용되는 사례도 있었다. 입점업체들은 원할한 판매를 위해서는 광고나 부가서비스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주장한다.

수수료 담합도 의심되는 상황이다. 국내에서 시장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는 G마켓, 옥션, 11번가의 판매 수수료가 상품카테고리별로 6~12%로 거의 유사하다. 국내 오픈마켓을 사실상 과점하고 있는 이베이가 G마켓과 옥션의 수수료 정책을 구간별 차이를 두는 자사 사이트 방식과 달리 기존 방식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의혹에 힘을 보탠다.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오픈마켓에서 소수의 업체가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어 사실상 독과점 형태나 다름이 없으며 입점업체들은 이런 오픈마켓 업체들이 요구하는 것을 들어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최근 해외 대형 오픈마켓 업체까지 국내에 진입할 계획이 있는 만큼 오픈마켓 입점업체들을 보호하고 더 나아가 소비자 권리를 지키기 위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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