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랴ZOOM]평양냉면만? 올 여름 맛볼 색다른 냉면은?

머니투데이 이슈팀 도민선 기자 2015.06.09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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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안 물어봤는데", "안 궁금한데"라고 말하는 쿨한 당신. 대신 쿨하지 못한 머니투데이 기자들이 알아봤습니다. 일상 속 문득 떠오르는 궁금증부터 알아두면 유용한 꿀팁까지, "안알랴줌"이란 얄미운 멘트 대신 오지랖을 부리며 들려드립니다. "알랴~줌"

[알랴ZOOM]평양냉면만? 올 여름 맛볼 색다른 냉면은?


여름철 대표 별미 중 하나인 '냉면'. 냉면하면 '차가운 육수에 고명을 얹어 먹는 음식', '평양냉면', '함흥냉면' 등이 떠오른다.

'평양냉면', '함흥냉면' 등 각양각색의 냉면은 물론 오늘날의 냉면의 유래를 알아봤다.



◇냉면의 대표, 평양냉면

평양냉면은 서북지방에서 자라는 긴 무로 담근 동치미 국물에 메밀 순면을 적셔 먹는 겨울 음식이었다. 하지만 찰기가 부족하기에 고구마 전분 등을 섞기도 한다.



원래 여름에는 쇠고기 육수를, 겨울에는 동치미 국물을 넣었지만, 1960년대를 거치며 육수로 통일됐다.

다만 서울 중구 다동에 있는 '남포면옥'은 동치미 국물과 소고기 양지살로 우려낸 육수를 2대 8로 섞은 국물로 냉면을 만들고 있다.

◇황해도 냉면, 옥천냉면으로 불리는 이유는?


황해도 해주 지방의 냉면은 평양냉면보다 전분의 비율이 높고 면발이 더 굵다. 또 돼지고기 육수에 간장과 설탕으로 진한 맛을 낸다.

남한지역에는 해주와 사리원의 이름을 단 냉면집이 영업중인데, 이런 곳들은 평양식 냉면과는 다른 황해도 냉면의 맛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황해냉면은 '옥천냉면'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 있는데, 1952년 황해도 출신의 이건협 선생이 경기도 연천군 옥천면에서 '황해냉면'이란 이름의 냉면 가게를 열었기 때문이다.

◇함흥냉면, 비빔냉면의 원조

함흥에는 냉면이 없다. 메밀이 아니라 감자전분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감자 농마(녹말의 북한말)국수'라 부르는 것이 맞다. 함경도 지방은 지형이 험준해 냉면의 주원료인 메밀을 기를 수 없었고, 대신 비교적 흔했던 감자전분을 무쇠 제면기로 뽑아낸 농마국수가 유행했다.

한국전쟁 직후에는 실향민들이 속초 지역에 농마국수 집을 '함흥냉면'이라는 이름을 달고 문을 열면 남한지역에도 ‘함흥냉면’이라는 이름으로 퍼져나갔다.

함흥냉면은 흔히 생각하는 ‘비빔냉면’의 원조이다. 물이 많은 평양냉면과는 달리 겨자와 명태식해, 참기름을 비벼 먹는다. 서울 오장동에 있는 ‘오장동 함흥냉면’은 이런 전통을 잘 보존하고 있는 곳이다.

◇남한의 냉면, 진주냉면과 밀면

조선시대 관리를 대접하던 교방청이 있던 진주에서는 원래 밀가루 면을 멸치국물을 붓고 열무김치, 달걀지단, 무 채 등을 올려먹는 ‘밀국수’가 있었다. 이것이 메밀국수로 대체돼 진주냉면이 만들어졌다.

진주냉면은 죽방 멸치에 홍합, 명태, 문어 등 갖가지 해물을 넣고 끓인 육수에 육전을 고명으로 얹는다. 하지만 지금은 전통이 끊겨 경남 진주의 '하연옥' 등 일부 맛집에서만 전래되고 있다.

'밀면'은 1951년 1.4후퇴 때 함경북도에서 부산으로 피난 온 이영순 할머니가 우암동에 ‘내호냉면’을 열면서 유례했다. 한국전쟁 중이라 메밀이 귀했고, 대신 미국의 원조로 밀가루가 흔해지자 고구마 전분을 섞어 쫄깃한 면을 뽑았다.

이렇게 탄생한 '밀면'은 멀건 육수에 양념장을 섞은 함흥냉면에 비슷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냉면과 비슷한 여름 음식들 : 막국수와 냉중화면

냉면과 막국수는 메밀면을 사용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막국수를 만들 때는 메밀의 껍질을 벗기지 않고 통째로 갈아낸다.

1970년대 초 강원도 춘천의 소양강댐 공사장 주변에 막국수집이 생겨났고, 이것이 전국으로 퍼져 비교적 흔한 음식이 됐다.

초창기의 막국수는 동치미 국물에 돼지고기 수육과 삶은 달걀을 고명으로 올린 단순한 음식이었지만, 지금은 초고추장 양념과 여러 야채를 버무려 먹는 화려한 음식이 됐다.

일본에서 만들어진 중화요리의 일종인 '냉중화면'은 땅콩소스와 갖가지 해물 등 고명을 닭 육수를에 담가 먹는 음식이다. 전통이 길지 않은 탓에 음식점 별로 맛의 편차가 크지만 매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냉면의 유례는

우리 조상들이 냉면을 먹은 기록이 조선 중기의 문신 장유의 '계곡집'을 통해 전해지지만, 현재의 모습을 갖춘 냉면은 일제강점기 무렵부터 등장했다.

요식업이 발달하며 서북지방의 냉면이 경성지역으로 전파됐고, 이후 냉장고의 보급으로 육수의 보관이 쉬워져 겨울의 별미였던 냉면이 여름에도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됐다.

냉면은 메밀과 전분을 섞은 반죽을 구멍이 뚫린 분창에 눌러 뽑은 길고 가는 면발을 육수에 적셔먹는 음식이다. 1932년에는 함경북도에서 무쇠제면기가 발명됐고, 이에 냉면의 대중화가 더 빨라졌다.

(오른쪽 위부터 시계 반대방향)우래옥, 봉피양, 남포면옥의 평양식 냉면. (오른쪽 아래) 냉중화면/사진=머니투데이 DB(오른쪽 위부터 시계 반대방향)우래옥, 봉피양, 남포면옥의 평양식 냉면. (오른쪽 아래) 냉중화면/사진=머니투데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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