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를 유혹하는 SW, 어떻게 만들어지나(1)

머니투데이 테크M 편집부 2015.06.10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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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Technology Review] HOOK(갈고리) 전술을 활용하라

이용자를 유혹하는 SW, 어떻게 만들어지나(1)


니르 이얄이 이용자를 중독시키는 간단한 4단계 소프트웨어 디자인 방법을 소개한다. 습관형성 기술의 새로운 땅에 온 여러분을 환영한다.

시애틀에 위치한 익스피디아 본사 유리건물 11층, 한 중년 여성이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 그녀의 왼쪽 눈썹과 왼쪽 볼에는 전극이 두 개씩 부착되어 있다. 천장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지시에 반응하는 그녀의 얼굴이 일방투시 거울에 비친다.



거울 뒤에는 대여섯 명의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임원이 숨을 죽이고 침묵 속에서 연구진이 실험하는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자, 섀넌,” 연구진이 말한다.
“익스피디아 홈페이지에 가서 하와이 여행상품을 골라보세요.”



청중이 대형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전극을 통해 전달된 신호는 그래프가 되어 화면을 가득 채운다. 눈썹에 부착된 전극은 얼굴을 찡그릴 때 생기는 근육의 수축을 측정한다. 안면근전도 이론에 의하면 이는 집중과 긴장, 또는 짜증을 나타내는 신호다. 볼에 부착된 전극은 미소 지을 때 움직이는 근육을 추적한다. 미소는 기쁨을 나타내는 신호로 이때 뇌의 보상회로가 활성화된다.

섀넌은 모르지만 사실 그녀는 스크래치패드란 익스피디아의 새로운 기능을 실험하는 중이다. 회사는 이 기능으로 사람들이 여행계획을 세울 때부터 최종구매를 할 때까지 매일 웹사이트에 방문할 것으로 기대한다. 스크래치패드는 고객이 조회한 호텔과 항공권을 자동으로 저장, 다시 검색하지 않아도 예전 검색결과를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지원한다.

실험의 첫 목표는 섀넌이 익스피디아 사이트에서 스크래치패드 버튼을 찾는 것이다. 아직 발견하지 못했지만 그녀가 웨스틴마우이 리조트의 사진을 보자 고객에게는 기쁨을, 익스피디아에게는 잠재적 수입을 뜻하는 미소 그래프가 요동친다. 회사는 고객이 습관적으로 웹사이트를 방문할 수 있도록 즐거운 쇼핑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최근 기술기업은 습관형성에 집착하고 있다. 치열한 상업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박행동을 만드는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해야 한다. 한마디로 고객을 뇌의 보상회로로 전달되는 도파민에 중독시켜 재방문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모바일 컴퓨팅의 부상은 이를 더욱 심화시켰다. 손바닥 만한 화면이 모든 다른 기기를 대신하고 개인은 소수의 어플리케이션에만 정신을 쏟는다. 마지막으로 간택 받은 앱은 모닝커피를 마시거나 버스를 기다릴 때, 계산대 줄을 설 때에도 강박적으로 클릭하는 앱이 된다.



오랫동안 습관형성을 위한 제품 디자인에 대해선 이렇다 할 방법론이 없었다. 제품을 만들어 대중에게 공개한 후, 뜨는지 망하는지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그러나 최근 제품 개발팀은 더욱 신중해졌다. 행동과학에서 탄생한 원칙이 소프트웨어 디자인에도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되어 개발자들을 행동공학이라는 예술(그리고 과학)로 인도할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

그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이 니르 이얄이다. 기업가에서 UX(사용자경험) 전문가로 방향을 바꾼 그는 실리콘 밸리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는 습관형성 기술 옹호자다. 그의 블로그 니르앤파에는 사용자 행동 형성에 대한 정보를 갈망하는 구독자가 2500명이 넘으며 그의 기고는 사이콜로지투데이와 테크크런치 인사이더 클럽 매거진에 실렸다.

그는 기술업계의 거물(이들 중 대다수는 이 사실에 대해 말하기 꺼려한다)과 협업했으며 노르웨이부터 태국까지 다양한 국가에서 워크숍을 진행했다. 지난 3월 스탠퍼드대 캠퍼스에서 진행된 제1회 해빗 서밋(Habit Summit)은 스타트업이나 블루칩 기업 등에 소속된 기업인 수백 명이 참가했다.



이얄은 ‘훅(hook; 갈고리)’이라고 부르는 전술을 홍보하는데, 이는 다양한 온라인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관찰과 다수의 심리학 및 신경학 연구를 토대로 한 것이다. 그는 훅 모델이 페이스북과 구글,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스냅챗, 트위터 등 거의 모든 인터넷 브랜드의 성공을 이끈 마법의 열쇠라고 한다. 훅 모델은 사용자의 소심한 행동을 주체할 수 없는 동요로 바꿔주는 반복 순환의 문을 연다.

작년 존 킴 익스피디아 CPO는 강박경험을 개발하기 위해 이얄을 영입했고, 이제 자원봉사자 섀넌이 컴퓨터 앞에 앉아 그동안 노력한 열매를 실험하고 있다.

그녀는 몇 분이 지나도록 스크래치패드 기능을 발견하지 못했다. 결국 연구진이 그녀에게 익스피디아 홈페이지 상단 메뉴 바에 있는 확 드러나지는 않는 버튼을 누르라고 지시한다. 화면 속 그래프에 약간의 긴장감이 그려진다. 집중한 걸까? 당황한 걸까? 바로 그때 스크래치패드가 자동으로 저장한 웨스틴 마우이 리조트의 사진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그래프가 기쁨으로 출렁였다.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서 좋네요.”
그녀의 소감이다. “이 기능은 꼭 다시 사용할 거에요.”

이얄의 워크숍은 훅 모델의 매커니즘에 대한 네 시간짜리 속성 과정이다. 익스피디아의 실험이 있기 몇 주 전 따뜻한 봄날, 그는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의 애플 본사에서 멀지 않은 주어브의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워크숍을 준비하고 있었다. 삭발한 머리에 플레이드 셔츠를 청바지 밖으로 빼 입은 홀쭉한 이얄의 두 눈이 반짝였다.
그는 자신이 중독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란 말로 워크숍을 시작했다.

“중독은 사람을 해치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제가 중독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는 중독이 발생할 때 뇌에서 벌어지는 과정이 좋은 일에도 사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이렇게 휴렛패커드, 뉴욕타임스, 삼성 등 다양한 회사 소속의 참석자 67명에게 신비로운 훅 모델의 세계를 소개했다.

훅의 네 단계는 하나의 계기(trigger)에서 시작된다. 페이스북 친구가 당신을 태그했을 때 수신함에 도착하는 이메일을 떠올려 보자. 그 이메일이 계기가 돼 당신은 페이스북에 로그인하는 행동(action)을 취한다. 그리고 당신은 사진을 보고 다른 사람들이 남긴 댓글을 읽는 보상(reward)을 얻는다. 네 번째 단계로 직접 댓글을 남기는 투자(investment)를 한다. 이얄에 의하면 이 패턴은 무의식적인 행동이 평생토록 저장되는 뇌의 기저핵에 새로운 행동을 담는 순환구조를 형성한다.

이용자를 유혹하는 SW, 어떻게 만들어지나(1)
훅 모델의 시초는 미국의 심리학자 B. F. 스키너가 동물로부터 행동을 유도할 수 있음을 보여준 193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키너는 이얄의 ‘계기-행동-보상’ 패턴과 같은 방식으로 비둘기에게 자극을 줘 신호를 읽거나 지시를 따르게 하는 등 꽤 지적인 행동을 하도록 가르친 것으로 유명하다.



그로부터 수십 년간 많은 학자들이 스키너의 이론을 정교하게 발전시켰다. 이얄 등 뒤의 화면에 스탠퍼드대 행동이론학자 B. J. 포그의 연구를 나타낸 슬라이드가 열렸다. 왼쪽 끝이 높고 오른쪽 끝이 낮은 곡선이 그려진 그래프로, x축은 동기, y축은 수행능력을 뜻한다. 포그에 따르면 행동은 계기, 동기, 수행능력의 값이 모두 같을 때 일어난다. 계기를 통한 행동 유도가 계속 실패하면 습관디자이너는 사용자의 수행능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게 만들 수는 없기에 동기는 조절하기 어렵다. 반면 수행능력은 행동을 더 쉽게 만드는 방법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한편 행동을 유도하려면 보상이 충분해야 한다. 스키너는 복잡한 행동을 하도록 동물을 훈련시킬 때 보상의 정도를 다양하게 하는 게 원하는 행동의 빈도를 높이고 보상을 멈추더라도 행동이 계속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고전적인 예로 슬롯머신을 들 수 있다. 슬롯머신을 당길 때는 5달러가 당첨될지, 5000달러 잭팟이 터질지 모른다. 보상의 예측 불가성과 지급시기의 임의성이 레버를 반복적으로 당기게 만드는 강력한 동기를 부여한다.
이얄은 스키너의 가변적 보상과 핀터레스트 등이 제공하는 콘텐츠의 다양성이 같다고 본다. “바로 이것이” 터치스크린의 스크롤을 내리는 시늉을 하며 그가 말했다. “이게 되는 것이죠”라며 슬롯머신의 레버를 당기듯 주먹 쥔 손을 위에서 아래로 내렸다.

마지막 단계인 투자는 다음 계기를 이끌어내며 훅 사이클이 마무리된다. 이 아이디어는 월트디즈니 이매지니어(Imagineer)로 활동했던 제시 셸 카네기멜론대 교수의 게임심리학 연구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한다. 트위터를 예로 들어보자. 트윗을 게시하는 투자를 하면 팔로워가 답글을 달 때 알림 메일이 도착하고 새로운 계기가 형성된다. 이렇게 또 하나의 사이클 시작되는 것이다.



워크숍 참가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각기 프로젝트에 집중하자 방 안에 활기가 돌았다. 그 중 푸자 비틀라니란 익스피디아 임원이 있었다. 그녀는 스크래치패드 개발팀 소속으로(그녀의 직책은 강박제품 선임관리자다) 존 킴 CPO는 그녀가 워크숍에서 훅 모델을 더 자세히 배워오도록 했다.

비틀라니는 스크래치패드 사용자의 행동(항공권 구입), 보상(잠재적 여행일정을 담은 목록) 그리고 투자(불필요하거나 비현실적인 옵션을 제거하여 목록을 수정)가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다만 계기는 정의하기가 어려웠다. 그녀는 휴가 전 여행계획을 세우는 것이 스트레스를 준다는 점을 떠올렸다. 따라서 잠재적 고객이 서둘러 항공권을 구입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 그 순간 스크래치패드를 열어보도록 유도할 방법을 고민했다. 휴가 스트레스에서 해방시켜준다는 약속이 스크래치패드의 훅으로 유인할 미끼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얄은 자신이 미는 아이디어 중 대부분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솔직히 고백했다.

“나는 독창적인 연구를 하지 않고 그럴 생각도 없습니다.”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에 위치한 자택 근처 식당에서 습관처럼 찾는 DIY 버거를 먹으며 그가 말했다. “이미 있는 연구자료로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요.”



그는 고되기만 한 제품 디자인 과정에 변화를 줘 사용자의 충동, 욕구, 동기에만 집중하게 도와주는 단순하고 실용적인 계획을 제공한다. 게다가 그의 서비스는 비용이 저렴할 가능성도 있다. 가끔씩 그는 주사위를 던져 나오는 숫자에 100을 곱한 액수를 하루 일당으로 정하기도 한다. “가변적 보상이죠.” 익살맞은 표정을 지으며 그가 말했다.

이얄은 어린 시절부터 습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의 가족은 그가 3살 때 이스라엘에서 미국 플로리다로 이민을 왔다. 외국인에다 이름까지 우스워서 외로웠던 그는 먹는 것으로 위안을 얻었다. 열두 살 때는 부모님이 다이어트 캠프까지 등록했다. 영재 판정을 받았음에도 성적은 C와 D를 벗어나지 못했다.

청소년기에 들어서고 의지보다 방법론을 강조한 ‘더 티팩터 다이어트’란 책을 읽은 후 체중을 줄이고 공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 경험을 통해 그는 무의식적 충동이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또 그러한 충동에 맞서기보다 활용함으로써 힘을 기를 수 있음을 깨달았다.



이얄은 에모리대에서 언론을 전공하고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에 입학했다. 대학생 시절 “자고 일어나니 모두가 앱을 만들더라”는 마크 저커버그의 말을 듣고 경영대학원 진학을 결정했다.

그는 그 많은 앱이 모두 수익을 창출할 방법을 필요로 할 거라 생각했다. 2008년 그는 저명한 벤처 투자가인 클라이너 퍼킨스와 마이크 메이플스를 설득해 자신의 창업에 투자하도록 했다. 그때 설립한 회사가 소셜을 통해 형성되는 브랜드 메시징을 중개하는 애드넥타다. 3년 후 이얄은 회사를 소셜커머스 웹사이트 락커즈에 매각했는데, 금액은 양측 모두 공개를 거부했다.

회사를 매각한 이얄은 방황했다. 스타트업을 운영하기 위해 들인 시간과 노력, 불안감으로 인해 가장 가까운 관계조차 뒤틀어져버렸고 말랐던 몸은 7kg나 불었다. 그러나 조금씩 정신을 차리며 모바일 기기가 작아지고 화면 크기도 줄어들면서 습관이 더 중요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습관이 자신의 회춘과 차기 사업의 핵심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소비자 심리학 공부를 시작하며 이얄은 상품이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했다. 다시 보니 애드넥타를 통해 접했던 성공적인 앱이 모두 사용자 행동을 통해 피드백 고리를 형성했고, 또 그것이 연속적으로 순환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얄이 습관형성 기술의 메커니즘에 사로잡힌 당시는 행동에 대한 인터넷의 영향력이 증폭되어 스키너 같은 학자들의 행동과학이 소프트웨어 개발에 처음 적용되던 시기다. 스마트폰은 언제 어디서나 계기를 제공하는 채널이 되었고, 앱 덕분에 복잡했던 행동이 단순한 버튼 누르기로 압축됐다. 사용자들은 소셜웹을 통해 서로에게 보상을 제공했고, 마침내 ‘강박 고리’에 대한 논의가 게임 디자인에도 등장했다. 월간 실사용자를 세던 기업들은 매일 재방문하는 사용자의 비율을 나타내는 ‘강박율’이라는 새 지수를 측정하기 시작했다.

성공 가도를 달리던 이얄은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발전시켰다. 나중에는 모든 게시물을 하나의 결과물로 정리하기로 결심했다. “처음에는 30쪽짜리 보고서를 쓸 계획이었는데 256쪽짜리 책이 나왔네요.” 그가 말했다.



탈고가 가까워질 때쯤 이얄은 청중을 대상으로 훅 모델을 적용해보기로 했다. 그는 블로그 구독자들에게 아직 집필 중인 책을 읽고 평가해달라는 내용의 이메일(계기)을 보냈다. 900명이 답장을 보냈다. 그들은 견본서적을 읽을 수 있는 보상을 받았고 구글 문서도구로 후기를 써내는 투자를 했다. 이얄은 최종 출판물에 그들의 이름을 포함시킬 것을 약속했고, 이는 그들이 서적을 구매하고 아마존에 후기를 작성하도록 하는 계기가 됐다.

계획은 성공적이었다. 지난해 1월 초 이얄은 ‘훅’의 자가출판 에디션을 출간했다. 일주일 반 만에 후기가 125건이나 올라왔고 아마존 제품디자인 서적 부문 상위권에 올랐다.

이용자를 유혹하는 SW, 어떻게 만들어지나(1)
섀넌과의 세션을 마치고 익스피디아 개발팀은 다음 단계를 결정하기 위해 회의실에 모였다. 실험대상자였던 섀넌은 스크래치패드의 용도를 직감적으로 이해했다. 얼굴 센서는 그녀가 적절한 심적 보상을 경험했음을 보여줬다. 그녀는 검색결과를 조회함으로써 잠정적인 투자를 했고, 그 내역이 스크래치패드에 자동 저장됐다.(그림판을 이용한 스크래치패드 큐레이션 기능은 아직 개발 중이다.)



그러나 계기는 아직 미제로 남았다. 섀넌은 안내를 받은 후에야 스크래치패드 버튼을 누를 수 있었다. 힌트가 없었으면 그런 게 있는 줄도 몰랐을 것이다.

스크래치패드 사용은 익스피디아닷컴의 강박율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스크래치패드 때문에 회원가입을 하고 해당 기능을 이용한 사용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24시간 안에 사이트를 재방문할 확률이 훨씬 더 높다는 것. 그러나 실제로 이 기능을 사용한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았다. 보다 효과적인 계기를 찾아야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비틀라니는 해결책이 될 만한 방법을 떠올렸다. 그녀는 그것을 지속적인 쇼핑이라고 불렀다. 일반적으로 여행 계획단계의 사람들은 계속되는 가격변동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웹사이트 방문자들이 과거 검색결과를 잊어버리기 때문에 익스피디아는 판매기회를 놓치게 된다. “지속적인 쇼핑은 사람들의 기억을 생생히 유지하는 동시에 최신 가격정보를 조회할 수 있게 한다”고 그녀가 말했다.



사용자가 익스피디아닷컴을 방문하면 스크래치패드 창이 자동으로 열려 회원으로 가입하고 가격변동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것을 제안한다. 회원이 되면 가격 등락에 대한 이메일을 매일 받게 되고 자세한 내용은 스크래치패드를 방문해야 확인할 수 있다. 비틀라니는 이 방법이 사용자에게 강박고리를 만들어 주고, 자신이 본 것을 익스피디아가 기억한다는 사실에 점차 익숙해지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계획을 적용하고 실험하는 데는 몇 주밖에 걸리지 않는다. (1년 후, 비틀라니가 낸 아이디어는 여러 형태로 웹사이트에 적용됐고, 익스피디아에 의하면 스크래치패드 사용 덕에 강박율이 3배, 재방문율은 2배 늘었다.)
그러나 이얄도 행동공학자들의 경고를 무시할 수 없다. 포브스에 실린 그의 기고문 ‘실리콘 밸리의 이상한 섹스 습관’에서 그는 모바일 기기가 아내와의 부부관계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솔직히 한탄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는 잠자리에 들면서 아내보다 태블릿에 손을 뻗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는 B. J. 포그의 행동모형을 활용해 야간 인터넷서핑 수행능력을 낮춤으로써 문제를 해결했다. 즉 와이파이 라우터에 타이머를 설치해 취침시간에 꺼지도록 했고, 밤에 인터넷서핑을 즐기려면 전원을 다시 켜는 수고를 들여야만 했다.



덕분에 부부관계는 개선됐지만 그는 더 큰 문제가 남아있다고 했다. “개인정보에 대한 접근성 증대와 공유 확산, 그리고 더 빨라진 전송속도로 인해 최악의 중독적 기술이 탄생했다”고 그는 말했다.

이얄이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것은 아니다. 슬롯머신 디자이너들은 중독과 유사한 행동을 유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중독의학협회는 2011년부터 중독의 개념을 약물남용 여부와 상관없이 뇌의 보상회로를 활성화시키는 행동으로 정의하기 시작했다.

“윤리문제는 아직 좀더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사악한 디자인’이라는 재미있는 제목의 UX 매뉴얼 저자 크리스 노더가 말했다.



‘훅’은 윤리에 관한 장으로 마무리하며 행동공학자들로 하여금 사용자의 삶을 향상시키고 개발자 자신이 유익하다고 느끼는 어플리케이션에 초점을 맞출 것을 주문한다. 어쨌든 전반적으로 이얄은 행동엔지니어링을 거대한 기회로 본다.

“운동에 대해 생각하지도 않으면서 운동하고 싶지 않은가?” 그가 묻는다. “또는 더 검소해져서 매일 돈을 저축하면 좋지 않을까? 이 기술은 바로 그런 것을 가능하게 한다.”

어쨌든 신경과학에 의하면 중독의 잠재력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즐거움도 제거해야 한다. 하워드 셰퍼 하버드대 심리학 교수에 의하면, “뇌를 들여다보면 즐거움과 기억을 담당하는 구역이 서로 매우 가깝다. 마치 자연이 우리가 번식하고 또 그 방법을 기억하기를 원했던 것처럼 말이다.”



스마트워치와 생체인식의 미래는 새로운 습관형성을 더 쉽게 만들 수도 있다. 앞으로 인터페이스가 사라지면 온갖 계기를 만들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이얄이 말했다.

“나는 우리가 습관형성의 황금시대를 보게 될 거라 기대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흥미로운 방법이 많이 나올 것이라 확신합니다.”

번역 김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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