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빌딩보다 큰 초호화 크루즈 타보니…

머니투데이 상하이(중국)=김민우 기자 2015.05.2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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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크루즈 산업 급성장… 업계 관계자 "국적크루즈, 빨라도 내년 6월 출범"

상하이-제주도 등을 운항하는 11만톤급 크루즈호 세레나 코스타/사진=뉴시스상하이-제주도 등을 운항하는 11만톤급 크루즈호 세레나 코스타/사진=뉴시스


바다 위에 뜬 빌딩 한 채가 파도를 갈랐다.
21일 오후 5시 10분. 상하이 우송코 국제크루즈 터미널에 정박한 크루즈선 코스타세레나호가 출항했다. 총톤수 11만4500t, 선장 290m, 선폭 35m. 63빌딩(높이 250m)을 뉘어놓은 길이보다 더 길다. 그러나 배의 미세한 흔들림이 계속해서 신경을 건드렸다. 배의 흔들림에 익숙해진 것은 배가 출발한지 3시간이 지나고 나서였다.

출발 직전, 3600여명의 승객이 4층 갑판에 모였다. 비상상황 시 대피요령을 교육받기 위해서였다. 예정된 출항시간보다 지연됐지만 안전교육만큼은 소홀히 하지 않았다.



배가 출항하자 선내는 축제가 열린 휴양지로 변신했다. 작은 무대가 마련된 4층에서는 댄스공연이 시작됐고 이를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5층에서는 댄스강좌가 열려 많은 승객들이 함께 춤을 따라 추고 있었다. 몇몇은 10층 수영장에 비치된 썬베드에 누워 여유를 즐겼다.

11만톤급 크루즈선 코스타 세레나호에 입점한 면세점/사진=김민우 기자11만톤급 크루즈선 코스타 세레나호에 입점한 면세점/사진=김민우 기자
선상내부의 구조는 매우 복잡해 익숙해지는데 반나절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3층과 4층 중앙에 복층구조의 식당이 자리잡은 탓에 선미와 선수를 오가기 위해서는 2층 또는 5층을 이용해야만 했다. 선수와 선미를 오갈 수 있는 통로인 5층에는 전략적으로 카지노와 와인바, 시가바, 면세점이 위치해 있었다. 선내 가장 위층에는 스파가 입점해 있다. 탕에 앉으면 선내 가장 높은 곳에서 푸른 바다가 내려다 보였다. 코스타 VIP회원이 되면 객실과 스파가 바로 연결되는 방을 특별 배정받는다. 100~200달러 정도를 지불하면 다양한 마사지도 받을 수 있다.



저녁식사는 3층에 마련된 식당에서 두 조로 나뉘어 오후 5시30분과 8시에 각각 진행됐다. 대다수의 승객이 한꺼번에 식당으로 모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9층에는 뷔페식 식당, 10층에는 이탈리아 피자를 즐길 수 있는 피자바도 마련돼있다.

중국에서 크루즈 산업은 급성장하고 있는 신성장 산업이다. 지난 한 해 동안 73만명의 중국인이 크루즈를 이용했는데 올해는 6개월도 채 되지않아 이용객 100만명을 넘어섰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안에 이용객이 200만명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청 줴이하오 중국 크루즈요트협회 부회장은 "현재 추세대로라면 15년 뒤 미국을 제치고 중국이 크루즈 산업 이용률 1위로 올라설 것"이라며 "2030년에는 1000만명의 중국인이 크루즈를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11만톤급 크루즈선 세레나 코스타호의 카지노/사진=김민우 기자11만톤급 크루즈선 세레나 코스타호의 카지노/사진=김민우 기자
출항한 지 한 시간정도 지나자 카지노에도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카지노는 약 150여명의 승객들이 한 번에 게임할 수 있을 만한 규모다. 아직 배는 영해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중국법상 공해에서만 중국인들의 카지노 출입이 가능하다. 밤 10시가 지나자 카지노를 즐기는 사람은 약 30~40명으로 늘었다. 승객들 대다수는 바카라를 즐겼는데 배팅액은 대부분이 2달러를 넘기지 않았다.

선상카지노는 한국에서 사행성 논란이 일고 있는 것만큼 '핫'(hot)한 곳은 아니었다. 정 웨이항 중국 크루즈요트산업협회 부회장은 "라스베가스나 마카오와 달리 크루즈 선상 카지노는 일종의 오락개념으로 봐야한다"며 "배가 운항되는 동안 1~2센트의 소액으로 즐기는 것이기 때문에 도박에 빠지는 관광객은 극소수"라고 말했다.

중국은 내국인 카지노 출입을 허용하는 법개정 문제를 두고 중국정부와 크루즈협회가 논의중이다. 정 부회장은 "국제표준으로 국적선사가 외국선박들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에서도 국적크루즈선이 출범하면 내국인이 공해상에서 선상카지노에 출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외국 국적크루즈와의 경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해수부 관계자는 "크루즈 이용료 70~200만원을 내고 카지노를 이용하러 올 사람을 없을 것"이라며 "선상카지노는 단지 배안에서 소소하게 즐길 수 있는 오락의 일종으로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카지노 운영을 목적으로 운항되는 크루즈도 있다. 노르웨이 크루즈 라인그룹의 자회사인 스타크루즈사의 경우 카지노 운영을 위해 모항지와 공해를 운항하고 있다. 국제적 통계자료(cruise market watch)에 따르면 크루즈 1척의 매출액에서 카지노 매출 비중은 9%. 그러나 스타크루즈는 카지노 매출이 40~50%에 달한다.

11만톤급 크루즈선 코스타 세레나호에 입점한 레스토랑/사진=김민우 기자11만톤급 크루즈선 코스타 세레나호에 입점한 레스토랑/사진=김민우 기자
해수부는 올해 안에 1곳 이상의 국적크루즈 선사를 출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관계자들은 크루즈가 실제로 출범하기까지는 빨라도 내년 상반기는 돼야한다고 말한다. 자금펀딩부터 행정적 절차를 올해 안에 마친다고 하더라도 승객을 모집하지 못하면 배가 출항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적크루즈 선사 출범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팬스타 크루즈의 김현겸 회장은 "1만2000톤급의 소형크루즈를 띄우는데 기름값만 하루에 1억원이 들었다"며 "배를 가지고 있어도 1년 전에 모객을 마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 행정절차 밟아야 하고 개항하고 하려면 빨라도 내년 6월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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