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검역 구멍…네 번째 환자 사실상 방치(종합2보)

뉴스1 제공 2015.05.26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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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이미 검사 요구했는데도 보건당국 받아들이지 않아
첫 환자와 같은 2인실 사용한 3명 모두 확진 환자로 판정 받아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
국가지정 격리병상./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국가지정 격리병상./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국내 네 번째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가 발생하면서 보건당국의 검역 체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네 번째 메르스 환자가 지난 20일 발열을 호소하며 자발적으로 유전자 검사를 요구했는데도, 보건당국은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되돌려보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보건당국의 오판인 셈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세 번째 메르스 70대 환자를 간병한 40대 딸 김모씨가 자가 격리 상태에서 관찰 중이던 지난 25일 오전 11시30분 보건소 방문 조사에서 38.2도에 해당하는 발열이 확인됐다.

김씨는 이후 국가지정 격리병상으로 긴급 이송 후 유전자 검사를 받았으며, 26일 오전 0시29분께 최종적으로 양성 판정이 나왔다. 이로써 국내 첫 메르스 환자에 이은 2차 감염자는 세 명으로 늘었다.



메르스 네 번째 환자인 김씨는 앞서 자발적인 검사와 격리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보건당국의 부실 검역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씨는 지난 20일 밤 발열 증상이 있는 아버지와 함께 국가지정 격리병상으로 옮겨졌다. 이후 발열을 호소하며 검사 등 별도 조치를 요구했으나 보건당국은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또 '보건소 모니터링에서 정상으로 판정됐다'며 별도 격리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김씨는 지난 16일 B종합병원 2인실에서 메르스 첫 환자와 부인, 세 번째 메르스 환자인 아버지와 4시간 가량 함께 지냈다.

지난 20일 첫 메르스 환자와 그의 부인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튿날 김씨 아버지가 세 번째 환자가 됐다.

26일에는 김씨마저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5월 16일 2인실을 같이 사용했던 환자·보호자 4명 모두 메르스 환자가 됐다.

보건당국이 매뉴얼을 근거로 네 번째 환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사이 자칫 추가 감염자가 발생할 위험성이 높아진 것이다.

네 번째 환자를 사실상 방치했다는 비판에 대해 질병관리본부는 "김씨는 20일 당시 검사·격리 대상자가 아니었다"며 "증상이 없어 유전자 검사로도 확인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해명했다.

이어 "검사 대상자는 체온이 38도 이상의 발열 또는 급성호흡기 증상을 보여야 한다"며 "김씨는 당시 그렇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현재 메르스 환자는 총 4명이며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는 나머지 60명은 자택에서 격리 조치를 받고 있다.

3차 추가 감염인 동시에 네 번째 환자가 발생하면서 메르스 확산 추이를 낙관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르스의 강한 전파력이 확인된 데다 자택에서 격리 중인 밀접 접촉자 60명 중 추가 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만약 추가 환자가 나온다면 전방위적인 역학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신종 바이러스인 메르스는 중동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가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침투하면서 38도(℃) 이상의 고열을 발생시킨다.

주요 증상은 폐 감염증과 고열, 기침, 호흡 곤란이며 사스와 유사하지만 전염률은 더 낮다. 메르스의 감염병 재생산지수는 1을 기준으로 0.6 수준으로 해당 지수가 12에 달하는 홍역에 비해서는 많이 낮다.

그러나 예방 백신이나 치료약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고 감염되면 신장 기능이 빠르게 저하돼 사스에 비해 생명에 더 치명적이다. 현재 치사율은 40%를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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