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영장 기각으로 제동 걸린 경남기업·포스코 수사

뉴스1 제공 2015.05.24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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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범죄 성립 여부·사건 특성 지적하며 핵심 피의자 영장 기각…'윗선' 수사 차질

(서울=뉴스1) 홍우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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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반부패 사정작업의 핵심으로 꼽히는 포스코그룹 비리 수사와 경남기업 3차 워크아웃 특혜 수사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법원이 각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정동화(64)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과 김진수(55)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에 대한 구속영장을 잇따라 기각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을 발판 삼아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하려던 검찰의 계획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정준양(67) 전 포스코 회장과 최수현(60) 전 금감원장의 검찰 소환 시기도 다소 늦춰질 전망이다.

검찰은 애초 정 전 부회장과 김 전 부원장보가 각각 포스코건설 비자금 조성과 경남기업 워크아웃 특혜 비리를 주도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다만 이들이 정 전 회장과 최 전 원장 등 최고 책임자의 지시나 묵인 없이 범행을 계획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었다.

검찰은 이 때문에 정 전 부회장과 김 전부원장보를 구속하면 윗선의 지시·개입 여부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들의 진술을 토대로 정 전 회장과 최 전 원장까지 검찰에 불러들일 명분을 쌓겠다는 의도도 깔렸다.

포스코 비리를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조상준)는 정 전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기까지 두 달여간 기초를 다지는 작업을 해왔다.


지난 3월13일 포스코건설을 압수수색한 이래 비자금 조성에 개입한 혐의로 구속기소되거나 구속 또는 불구속 상태로 조사를 받고 있는 전·현직 임원만 10명에 이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임관혁)도 경남기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채권금융기관 임직원 등을 대거 소환조사하고 나서야 김 전 부원장보를 검찰에 불러들였다.

검찰 수사 결과 경남기업 3차 워크아웃 당시 금감원 기업금융개선국장이던 김 전부원장보가 직접 나서 채권은행들에 수천억원대 추가 자금 지원을 요구한 정황도 파악됐다. 경남기업 대주주였던 성 전회장의 측 압수수색에서는 김 전부원장보가 승진을 청탁하는 이력서가 발견되기도 했다.

검찰은 그동안 포스코 비리와 경남기업 워크아웃 특혜 의혹에 강한 수사 의지를 보여 왔다. 포스코에 대해서는 "단서가 확보되는 한 연중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금감원 측이 경남기업에 특혜를 주도록 채권은행을 압박한 의혹에 대해서는 "은행이 부실화하면 국민세금으로 공적자금이 투입되지 않겠냐"며 "궁극적으로는 전국민을 피해자로 만드는 범죄 행위"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수사 확대를 위해서는 정 전 부회장과 김 전 부원장보의 구속이 불가피하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정 전 부회장의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조윤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23일 "포스코건설에 대한 횡령·입찰방해 범죄 혐의의 소명 정도, 배임수재의 범죄 성립 여부나 범위에 대한 사실적·법률적 다툼의 여지에 비춰 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바로 전날인 22일 서울중앙지법 김도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례적으로 사건의 본질까지 규정하며 김 전 부원장에 대한 영장을 기각했다.

"기업구조조정에서 금융감독기관의 역할 내지 권한 행사의 범위와 한계가 문제가 되는 이 사건의 특성과 제출된 자료에 비추어 범죄 사실의 소명 정도 내지는 이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점 등을 종합할 때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정 전 부회장과 김 전 부원장보에 대한 검찰의 수사 결과뿐 아니라 이들의 행위가 범죄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에 대해 법원이 강하게 의문을 제기한 셈이다.

검찰로서는 수사 계획을 수정해야 할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의 수사 결과를 재검토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상황이다.

검찰은 우선 다음주 정 전 부회장과 김 전 부원장보에 대한 보강조사를 거쳐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경남기업 워크아웃 과정에서 채권금융기관에 추가 자금 지원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조영제(58) 전 금감원 부원장도 다음주 안에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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