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씽크 이종욱 사장의 와인 ‘호주 국가문화유산’

경희대 외식경영학과 고재윤 교수,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장 2015.05.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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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들의 와인]<7>'펜폴드 그랜지·빈 407'

편집자주 기업인, 정치인, 연예인 등 유명 명사들이 좋아하는 와인을 소개하고 그 와인 속에 얽힌 에피소드를 전달합니다.

펜폴드 그랜지(Penfolds Grange) 와인과 호주 시라즈포도/사진제공=고재윤 교수,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펜폴드 그랜지(Penfolds Grange) 와인과 호주 시라즈포도/사진제공=고재윤 교수,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세계적인 명품 와인은 와이너리가 자신만의 열정과 노하우로 고집스럽게 세월과 싸워 역경 속에서 탄생시키듯이, 오랜 세월동안 한길을 고집스럽게 헤쳐 오면서 차별적 경쟁우위로 비록 기업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강하고 착한 기업으로 키워온 CEO는 품질이 최우선이라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다.

백조씽크의 이종욱 사장은 국내 주방 산업을 리드하고 특히 차별화되고 특별한 스테인리스 씽크볼 제품 생산으로 성공적인 신화를 창조하면서 세계 최고의 품질로 각광을 받고 있다. 백조씽크가 2014년 12월 제 51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백조씽크가 '500만불 수출의 탑'의 대통령상을 차지하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 주방의 불모지에서 새로운 씽크볼의 역사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1964년 창립한 백조씽크는 오직 최고 품질의 제품과 고객만족을 향한 꾸준한 노력을 해오면서 단순한 주방설비 제작을 뛰어 넘어 아파트 문화와 함께 현대적인 주방 설비에 혁신을 가져 오면서 국내 최대의 스테인리스 씽크볼 생산업체로 성장했고 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생산설비를 갖추고 전 세계에 수출을 하고 있다. 또한 주방에서 식기 세척 시 개수대의 소음을 감소시켜 고품격화 된 주방을 만드는 노하우로 유럽 및 미주지역 시장에서 당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백조씽크의 이종욱 사장은 와인투어를 즐겨 다니며 전통음식에 맞은 다양한 와인을 찾아 마시는 와인 전문가이자 마니아로 알려져 있는데 특히 전 세계에서 가격대비 품질이 좋은 와인을 찾아 즐겨 마시면서 호주 바로사 벨리에 있는 펜폴드 빈 407(Penfolds BIN 407) 와인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주 남부의 중심지 애들레이드 시에서 승용차로 약 40분정도 떨어진 매길(Magill)마을에는 펜폴드 매길 에스테이트(Penfolds Magill Estate)가 마치 거대한 제조공장처럼 길가에 들어서 있는데 처음 보는 사람들은 와이너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펜폴드 와인은 영국인 의사 크리스토퍼 로슨 펜폴드가 1844년 영국에서 호주 애들레이드로 이사 오면서 오두막집 주변에 프랑스 론 지방에서 가져 온 쉬라 포도품종의 묘목을 심고, 환자를 위한 약용 와인을 만들면서 시작됐다.

펜폴드 와인은 아주 작은 포도밭에서 시작했는데 펜폴드 그랜지(Penfolds Grange) 와인으로 1962년 시드니 와인박람회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유명해지기까지 무려 120년의 세월을 필요로 했다. ‘그랜지’의 이름은 여러 부속 건물이 딸린 농장 혹은 부유한 농민의 저택을 의미하지만 자신의 주인 크리스토퍼 로슨 펜폴드가 살고 있는 오두막집에서 따왔다.

1950년대 펜폴드 와인 양조가였던 막스 슈베르트(Max Schubert)는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유명한 클라렛(claret) 와인을 벤치마킹한 후에 호주로 돌아와서 쉬라 포도품종으로 프랑스 보르도의 유명한 와인에 대적할 수 있는 와인을 양조하고자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가 양조하는 와인마다 악평을 듣는 등 온갖 수모를 겪으며 시도한 양조는 모두 실패로 돌아가고 경영진으로부터 정신 나간 양조가로 낙인이 찍히는 처지로 전락했다. 하지만 경영진의 와인생산중단 결정에도 불구하고 그는 은밀하게 10년 동안 꾸준히 와인 양조 실험을 계속했다.


결국 1962년 펜폴드 그랜지로 시드니 와인박람회에서 금상을 걸머쥐고 1971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와인올림픽에서 우승하고, 1995년 미국의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에 1990년 빈티지가 ‘올해의 와인’으로 선정되면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또한 1995년 와인 스펙테이터가 20세기 최고의 와인 12개를 선정하는데 1990년 빈티지가 반열에 들어가면서 그때부터 단지 호주 와인이 아닌 세계적인 와인으로 부상하게 됐다. 막스 슈베르트는 은퇴할 때까지 무려 50개에 달하는 금메달을 받았다.

1951년 빈티지 펜폴드 그랜지는 2003년 경매에서 5만500호주달러(약 4천200만원)에 낙찰되어 세간에 주목을 끌었다. 그리고 2001년 호주 남부 주정부로부터 호주의 국가문화유산으로 지정받는 영예를 안았다.

우리나라 주부들에게 삶의 여유를 찾아주며 ‘부엌의 혁명’을 가져오게 한 백조씽크의 역사는 이종욱 사장이 1997년 이성진 회장의 가업을 이어 받으면서 품질경영에 초점을 맞추고 KS인정, ISO 9001, ISO 14001로 표준화 규격을 만들고 오직 주부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열정을 쏟아 부으면서 이루어졌다. 이러한 이종욱 사장의 열정은 무명의 펜폴드 와인에서 출발, 세계적인 명품 와인인 펜폴드 그랜지를 양조한 막스 슈베르트의 장인정신과 열정과 서로 통한다.

나아가 이종욱 사장이 펜폴드 그랜지가 아닌 펜폴드 빈 407를 즐겨 마신다는 점은 평소 그의 검소한 생활 철학이 그대로 드러난 게 아닐까 생각된다.

호주의 작은 오막집에서 시작한 무명의 펜폴드 와인이 위대한 역사를 만들었듯이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부엌의 스텐인리스 씽크볼로 세계를 제패한 백조씽크가 한국의 국가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영광을 안을 때까지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하여 몇 년 안에 '5000만불 수출의 탑'의 수상자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고재윤 교수/캐리커처=임종철 디자이너고재윤 교수/캐리커처=임종철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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