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이 백 개든 천 개든 난 한 종목만 투자!”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15.05.2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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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94>분산투자(diversification) vs. 집중투자

편집자주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상대가 백 놈이든 천 놈이든 난 한 놈만 패!"

1999년 개봉한 영화 '주유소습격사건'에서 '무대포'(유오성 역)가 집단 패싸움을 하며 내뱉은 명대사다. 싸움에서 숫적으로 열세에 놓여 있을 때 한 사람만을 집중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이와 비슷한 개념으로 경영전략에는 ‘선택과 집중’이란 말이 있다. 문어발 혹은 팔방미인 식으로 이것저것 다 하기보다는 제일 잘하는 것 하나에 집중해야 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주식투자를 좀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분산투자’(diversification) 해야 한다는 말을 귀가 따갑게 들었을 것이다. 주식투자에서 위험을 줄이려면 특정 한 두 종목에의 선택과 집중이 아니라 여러 종목에 분산투자해야 한다는 얘기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



대학에서 재무학 강의를 한번이라도 들은 사람은 해리 마코위츠(Harry Markowitz)의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Modern Portfolio Theory)을 기억한다. 마코위츠는 투자 종목을 늘일수록 개별 종목의 위험이 서로 상쇄되어 전체 주식 포트폴리오의 위험이 낮아짐을 수학적으로 보여줬다. 즉 1+1이 2가 아니라 1.5쯤 된다고나 할까.

여기서의 핵심은 서로 상관이 적은 종목을 묶을수록 위험이 더 크게 줄어든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삼성전자-LG전자 등 업종이 동일한 두 주식에 투자하기 보단 삼성전자-아모레퍼시픽과 같은 업종이 완전히 다른 두 주식에 투자하는 게 위험 상쇄 효과가 커진다.

“최적의 주식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려면 최소한 10개 주식을 담아야 한다. 그러나 15개가 넘으면 관리하기 어려워진다.”


미국 증권방송 CNBC의 매드 머니(Mad Money) 프로그램 담당자인 짐 크레이머(Jim Cramer)도 “주식투자는 한마디로 분산투자다”라고 말할 정도로 분산투자를 강조한다. 아무리 현대 물리학과 복잡한 알고리즘을 적용한 최신 투자기법을 고안해내더라도 결국 손실로부터 자신의 투자를 지키려면 분산투자밖에 다른 방도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최소한 10개 종목은 분산투자해야 위험을 효과적으로 분산하고 투자수익을 극대화 수 있으며 15개가 넘어가면 한 개인이 동시에 효과적으로 관리하기가 어려워지므로 최대 15개 종목까지 보유할 것을 권고한다. 여기서 관리라 함은 해당 주식에 대해 공부를 하고 관련된 이슈를 잘 파악하고 있는 걸 말한다.

그러나 그는 전통적인 산업별·섹터별 분산투자가 아닌 다섯 가지 자산 종류별로 골고루 분산투자할 것을 추천하고 있다. 그가 제시한 다섯 가지 자산 종류는 △금(gold), △고배당 주식(high-yielding stocks), △성장 주식(growth stocks), △투기 주식(speculative stocks), 그리고 △글로벌 주식(stocks from a healthy geography) 등이다. 크레이머는 "다섯 가지 자산에 모두 투자하면, 시장 상황이 어떻든간에 주식투자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최근에 발표된 올 1분기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의 주식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상장 주식만 해도 40개가 넘는다. 그리고 버크셔가 보유한 비상장 주식은 80개가 넘는다. 이를 보면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Warren Buffett)도 철저히 분산투자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주식시장에서는 ‘선택과 집중’이 아닌 분산투자가 정답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 주식투자자 가운데 정말로 분산투자를 실천하고 있는 사람을 찾아 보기가 힘들다. 투자자들은 이론상으로 분산투자가 정답이라고 알고 있지만 실제 투자에선 고작 1~2종목에 투자하는 게 대부분이다.

심지어 특정 테마가 뜬다 싶으면 투자액 전부를 한 종목에 몰빵했다가 치고 빠지는 발빠른 매매를 하는 사람이 주식 투자를 잘 하는 사람으로 치부되고 있다. 즉 빠른 정보력과 판단력을 바탕으로 어떤 테마가 뜰 건지 미리 아는 게 투자수익을 극대화하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믿는다.

몰빵투자는 시장이 급락하는 순간 투자액의 전부 혹은 상당부분을 날릴 위험에 노출돼 있다. 반대의 경우엔 집중투자한 덕분에 투자수익이 급등하는 짜릿함을 맛볼 수 있긴 하다. 하지만 그 짜릿함 때문에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게 놔두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크레이머가 분산투자를 중시하는 이유는 바로 주식시장엔 항상 예측 불가능한 사건들이 터지기 때문이다. 예측 불가능한 사건들에 대비해서 자신의 투자를 지키기 위해선 분산투자 외엔 다른 방법이 없다. 만약 분산투자를 하지 않고도 자신의 투자를 지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그는 탐욕(greed)이 아니라 오만함(arrogance)에 빠져 있는 셈이다. 주식시장에서 탐욕보다 더 경계해야 할 것이 오만함이다.

"때때로 난 틀린다. 때때로 난 놀란다. 그리고 때때로 내가 고른 주식은 실패한다" 크레이머가 강조하는 주식투자자의 겸손함의 자세이다.

지금 당신의 포트폴리오는 충분히 안전합니까? 나의 주식 포트폴리오에 몇 개의 주식이 있는지 다시 한번 체크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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