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울 게스트 하우스 전경/사진=김유경기자
서울 종로구 율곡로1길 46(사간동)에 위치한 '소리울'은 국악을 체험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다. 북촌에 자리한 대다수 한옥이 그렇듯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이고 50년 정도 됐을 'ㄷ'자 구조의 근대 한옥이다. 당초 이 한옥은 지금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서까래도 다듬지 않은 원목의 거친 느낌이 그대로 났다.
지난 6일 소리울에 찾아온 외국 손님 /사진=김유경 기자
집 한가운데에는 널찍한 대청마루가 있다. 대청마루는 만남과 나눔의 공간이다. 범상치 않아 보이는 테이블은 오래된 전통 툇마루로 만들었다. 조식으로 간단한 토스트와 음료가 무료로 제공되는데 빵을 먹더라도 정서적으로 우리 문화가 느껴지는 오감을 살릴 수 있게 했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대청마루에서는 한 달에 한번정도 국악 공연이 펼쳐진다. 대청마루 양옆으로 손님이 머무는 방들이 있는데 국악 공연을 할 때는 양옆 가야금방과 해금방을 터서 넓은 공간을 확보한다. 무대와 관객석의 구분은 없다. 연주자와 관객이 대청마루에 함께 앉아 국악으로 하나가 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특히 김 대표가 손수 준비한 한식과 식혜를 곁들여 공연을 잔치처럼 즐길 수 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소리울'의 가장 특징은 역시 국악기 체험이다. 통상 실내 전시를 하더라도 '만지지 마시오'라는 경고문이 붙여져 있기 마련인데 이곳엔 그런 표시가 하나도 없다. 오히려 방마다 국악기를 하나씩 놓고 만져보라고 권한다. 방 이름도 악기명을 따서 △가야금방 △거문고방 △대금방 △해금방 △피리방으로 지었다.
소리울에서의 국악기 체험은 단순히 국악을 듣거나 국악기 전시를 보는데 그치지 않고 손님이 각 방에 놓여진 국악기를 직접 만져보고 연주해보는 것이다. 국악기를 배우고 싶다면 숙박 예약시 신청해 강습을 받을 수도 있다.
서울 종로구 한옥 게스트하우스 '소리울'의 5개의 방에는 국악 악기가 하나씩 놓여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해금방, 피리방, 대금방, 거문고방, 가야금방./사진=김유경기자
김 대표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도보로 7분쯤 거리에 국악 체험 공방을 따로 운영하고 있는데 공방에서는 더욱 다양한 국악기를 보고 만지고 배울 수 있다.
게스트하우스를 열면서 김 대표가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이부자리다. 잠자리가 편안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장 좋은 이불을 준비했단다. 언뜻 보기엔 왠지 오래된 것처럼 생소해 보이지만 소리울에서 제공하는 이부자리는 한 채에 180만원에 이르는 전통 천연염색 무명 이불이다. 강남 부유층만 사간다는 규방도감 이불가게에서 사왔다. 이부자리에 민감한 일본인과 유럽인들은 무명 이불의 가치를 알고 좋아한단다.
편안하게 자고 일어난 아침에는 은은한 국악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아침에는 국악합주곡 수제천과 현악기 연주음악인 줄풍류 등의 음악을 들려주고 저녁에는 산조음악(민속악의 꽃)을 들려준다.
소리울은 외국인 손님이 80~90%를 차지한다. 내국인의 경우 주로 지방에서 가족 단위로 온다. 서울에서 여고동창회나 결혼식이 있을 때 여행 삼아 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한옥 게스트하우스 소리울을 운영하고 있는 김현주 대표/사진=김유경 기자
▶ 방 선택 방법 = 방 크기는 악기 크기로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다. 거문고와 가야금이 있는 방은 3명이 묵을 수 있는 큰 방이고, 해금과 대금이 있는 방은 2명이 지내기에 적당하다. 피리방은 혼자 지내기 좋다. 안방인 가야금방과 피리방은 화장실이 외부에 있고 공동으로 사용해야 하지만 가격이 저렴하다. 피리방의 경우 1박에 5만원. 가장 비싼 방은 거문고방으로 1박에 13만원이다. 장기 투숙시 △7일 5% △10일 10% △15일 이상 15%의 할인을 해준다.
▶교통 =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1번 출구와 경복궁역 5번 출구에서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