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3개월 1년 먹고살게 됐다는 '착한 해커'의 진짜 꿈

머니투데이 진달래 기자 2015.05.07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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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 스타트업 차린 박찬암 스틸리언 대표 "새로운 보안 위협 해결, 산업에 일조하고파"

/사진=진달래 기자/사진=진달래 기자


"드라마 '미생'을 보면 회사는 난제가 가득한 공간으로 나오잖아요. 우리 회사는 놀이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사회에 도움이 되는 보안 기술을 즐겁게 개발하면서 보람도 느낄 수 있는 곳이요. 작지만 기술력이 강한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중고등학교 때부터 이름을 알린 화이트해커 박찬암 스틸리언 대표(26)는 회사 소개를 하면서 여러 차례 '즐겁게'를 언급했다. 단순히 매출을 올리는 회사가 아니라 구성원들이 즐거운 회사가 되기 바란다는 것. 영수증 처리가 가장 머리 아프다는 '초보 사장님'이지만 생각하는 회사의 방향성은 확고했다.



박 대표는 지난 2월 지인 4명과 손잡고 스틸리언을 창업했다. 4명 모두 국제해킹방어대회 등에서 함께 활동했던 동료들이다. 악성코드, 디바이스, 프로그램 분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최고로 알려진 화이트해커들이 모여 스타트업을 시작한 것이다.

그는 창업한 지 3개월도 안된 시점에 매출 규모가 이미 안정권에 들어갔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지금까지 벌어둔 돈이면 적어도 올 한 해는 사무실 임대료에 직원 월급, 밥값 걱정이 없다는 의미다. 고급 인력으로 꾸려진 보안 컨설팅 사업이 금융권부터 일반 기업까지 좋은 평가를 받은 덕분이다.



스틸리언은 해커들이 어떻게 시스템을 뚫고 들어가는지 직접 보여주고 보완책을 알려주는 방식으로 컨설팅을 진행한다. 이제까지 맡은 컨설팅에서 각 시스템의 심각한 취약점을 모두 찾아내는 성과를 거뒀다.

박 대표가 이러한 매출 성과에 기분 좋은 이유는 '앞으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올해 남은 기간에는 컨설팅보다는 새로운 보안 기술을 개발하는데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점에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컨설팅 의뢰가 많이 들어와도 이제부터는 제한적으로 할 생각이에요. 사업 초반이니까 우리 회사 비전을 키울 수 있는 기간이 되어야죠. 우리가 사회에 기여 할 수 있고 또 작업을 하면서 배울 수 있는 쪽으로 사업을 해나갈 겁니다. 당장 돈을 버는 것보다는 이런 것이 먼저죠."


현재 스틸리언은 고도화된 기술이나 사물인터넷(IoT) 등 전문적인 지식 요하는 정부 산하 연구소 과제들을 수주하고 있다. 핀테크(금융+정보기술) 분야에서는 앱(애플리케이션)결제 모듈 보안 솔루션 등을 개발·서비스하는 방향도 주력 사업 부문으로 두고 있다.

박 대표는 앞으로 스틸리언이 미래 사회에 새롭게 나타나는 보안 위협을 예상하고 막아내는데 기여할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IoT나 핀테크, 스마트홈 등이 보편화될 수록 보안은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아직은 그 보안 위협이 시나리오 수준이지만 먼저 그 취약점을 찾아낸다면 보람을 느낄 것 같다"고 말했다.

젊은 사장님이지만 박 대표는 보안 분야에 오래 일해온 만큼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도 크다. 자신도 주변에서 받은 많은 도움을 받아 성장했다고 생각하기 때문. 올 초 '해킹 맛보기'라는 보안 입문 서적을 출간한 것도 그 일환이었다.

박 대표는 "인재 양성 등 국내 보안 산업 발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며 "잘 키워진 인재들이 좋은 기술을 만들어내고 큰 회사들과 상생하면서 결국 국내 보안 산업 전반이 성장할 수 있도록 인프라가 개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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