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건보료 고통 커지는데 당정 논의는 거북이 걸음

머니투데이 이지현 기자 2015.05.06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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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료 이의신청 후 기각건수 한해 1500건… 지역가입자, '보험료 부담 과다' 대부분

#과세표준 1억2089만원 짜리 주택과 3년 된 1000cc 자동차를 가진 A씨. 별다른 소득이 없어 살길조차 막막한 A씨지만 한달 건강보험료로 16만5570원이나 내야했다. 소득이 500만원 이하일 경우 재산, 자동차, 생활수준 등에 점수를 매겨 건보료를 부담하기 때문이다. A씨는 소유한 재산보다 과도한 대출금이 있고 건보료 부담이 크다고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대출금은 보험료 산정에 반영할 수 없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A씨와 같이 건보료 부담이 크다고 이의신청을 했다가 기각되는 건수가 한해 1500건에 이른다. 당정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 협의체를 만들고 논의 중이지만, 개선안 시행 시점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저소득층들의 고통만 길어지고 있다.



6일 지난해 건보공단의 이의신청 결정현황에 따르면 보험료 문제로 이의신청을 한 2641건 중 인용된 것은 6%에 불과한 160건, 기각된 것은 56.8%인 1499건이다.

지난해 처리한 전체 이의신청 3694건 중 인용비율이 11.4%인 것을 고려하면 건보료 관련 이의신청의 경우 인용확률이 낮은 편이다.



그 이유는 현행 부과체계 자체에 문제가 있어 국민들의 불만은 크지만 이를 조정해줄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보험료 관련 이의신청을 하는 사람은 대부분 지역가입자"라며 "소득 수준보다 보험료가 많다는 것으로, 부과체계에 대한 불만이 크다"고 했다.

정부 역시 이 같은 문제를 인식, 2013년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 기획단을 꾸려 1년 넘게 논의한 후 최종안을 만들었다. 하지만 올해 초 최종안 발표 직전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돌연 제도 시행 연기를 선언했다.


이후 비판의 여론이 거세지자 지난 2월 당정 협의체를 구성, 부과체계 개선안을 재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당정협의체는 지금까지 5차례의 회의를 통해 △피부양자 축소 △지역가입자 보험료 재산비중 축소 △저소득층 부담완화 △지역가입자 정률 보험료 부과 등의 내용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들 방안은 모두 기존 기획단에서 내놓은 최종안에 담겼던 내용이다. 정부의 정책혼선, 기획단 개선안 재검토 수준의 당정회의에 시간을 쏟느라 저소득층의 고통만 더 길어지고 있는 셈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최근에는 과도한 보험료 부담에 불만을 품은 한 민원인이 지사에 칼을 들고 찾아오기도 했다"며 "빠른 시일 안에 부과체계가 개선돼 건보료 부과체계의 형평성이 맞춰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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