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중반 상류층을 중심으로 조기유학 붐이 일면서 아내와 자녀를 해외로 보내고 국내에서 뒷바라지를 하는 '기러기 아빠'가 사회현상의 하나로 떠올랐다./ 사진=뉴스1
'펭귄 아빠'란 소득이 그리 높지 않고 시간 여유가 없어 가족들이 보고 싶어도 있는 곳에 찾아가지 못 하는 아빠를 말한다. 대기업 차장으로 근무하는 A씨(46)도 전형적인 '펭귄아빠'다.
아무리 대기업에 다니고 1000만원이 넘는 수준의 월급을 받는다고 해도 기러기 아빠들 사이에서는 '펭귄'에 속한다는 것이 A씨의 말이다. 연봉이 '억대'에 달해도 소득의 70% 가까이를 해외로 송금하고 난 뒤 나머지 돈으로 생활을 꾸려가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독수리 아빠'는 소득도 높고 시간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어 아내와 자녀가 보고 싶을 때마다 찾아갈 수 있는 능력있는 아빠를 말한다. 주로 전문직이나 사업을 하는 아빠들이다. 한 투자회사 대표로 있는 B씨(50)는 자녀 셋을 캐나다에 유학 보내두고 1년에 수차례 찾아간다.
B씨는 "사실 아이들이 게임하고 공부를 안 좋아하는 모습이 싫어 잠시 공부시키려고 보냈는데 그 곳을 너무 좋아해서 대학까지 가르치려 하고 있다"라며 "보고싶을 때마다 찾아가고 있고 중간중간 아이들과 여행을 다니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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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3차례씩 찾아오는 가사 도우미가 청소와 빨래 등을 해 두고 가기에 생활의 유지도 그리 힘들지 않다. 해외 출장도 잦고 워낙 바쁜 삶을 살고 있고, 주말에는 골프 약속 등을 나가기에 외로움도 크지 않다.
아이의 찬란한 미래를 위해 모든 경제력을 걸기 때문에 기대가 큰 '펭귄 아빠'와 달리, '독수리 아빠'들은 아이들의 장래에 대한 욕심도 그다지 크지 않다. B씨는 "둘째의 경우에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기술을 배우는 중"이라며 "다른 자녀들도 무슨 일이든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최근 유학생들의 해외 취업 등 성과가 그다지 좋지 않자 '펭귄 아빠'들 가운데 자녀 유학을 포기하는 경우도 상당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경제적으로는 큰 부담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좋은 성과가 보장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결국은 기회비용 측면에서 투자 대 효과 부분을 많은 기러기 아빠들의 고민"이라며 "성과가 적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대부분 U턴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